[취재수첩] 정부조직개편 방향성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5년마다 조직개편을 경험했던 ICT 및 과학기술 부처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이다.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공중분해 위기에 놓인 문화부에 비하면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앞장서 추진했다는 이유로 밉상이 돼버렸다.
개명(改名)은 떼 놓은 당상이고 내부 조직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국회와 학계를 중심으로 ICT 및 과학기술에 대한 조직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주요 정당들은 2~3월에는 조직개편과 관련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미래부도 바빠졌다. 최근 미래부 동향을 살펴보면 장차관들이 앞장서 정책을 홍보하고 브리핑을 자처하는 등 열심히 발로 뛰는 모양새다.
최근 최양희 장관은 올해 초 열렸던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17'의 주요 이슈와 최신기술 및 신제품 동향 등을 점검하고 정책적 시사점 및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친절하게도 기자들의 참석을 유도하는 사전공지도 곁들어졌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CES에서 나타난 주요 화두에 대해 업계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사실 현장에 있었던 기자에게는 보여주기식 행사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우리는 무엇을 전시했고, 아마존의 알렉사가 인상적이었다’ 정도로 간담회를 요약할 수 있겠다. 기자들에게 질문 시간을 준다고 기관장들에게는 충분한 발언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라면 참여 업체들로부터 리포트 받고 사무관, 과장 선에서 정리해 보고했다면 오히려 내용이 더 충실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직개편 논의 때문에 이 같은 행사가 기획됐는지도 모르겠다. 미래부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지능정보사회가 화두인 상황에서 미래부와 같은 조직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언론을 통해 전달하려 한 것이 아니었을가.
미래부는 부처명이 바뀌더라도 현재의 모습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과학과 ICT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하는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자도 동의한다. 혁신을 주도하는 부처는 필요하며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ICT에 대한 전담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난 4년간의 미래부, 그리고 분산돼 있는 ICT 정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정치 논리로 한 곳에 있어야 할 정책들이 쪼개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과학과의 동거가 정말로 시너지가 나는지도 꼼꼼히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
ICT와 과학기술은 국가의 미래성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다. 그러한 분야를 담당하는 정부조직이 5년마다 바뀌었다. 이래서는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에도 과학과 ICT에 대한 조직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지한 고민과 평가, 그리고 단기간의 성과가 아닌 미래를 위한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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