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 페이스 조절하는 삼성전자…왜?
삼성전자가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2016년 매출액 201조8700억원, 영업이익 29조24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DP)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매출액 78조1500억원에 영업이익 15조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갤럭시노트7의 부진을 잊고도 남을 만한 성적표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13조6000억원에 달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시황이 하반기부터 반등했다는 점에서 좋은 실적이 예상됐고 이 정도라면 시장기대치에 부합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지난해 메모리 시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의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시작했다. 중반까지 재고 부족으로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2016년 초에 공급과잉으로 더딘 출발을 보였으나 하반기에는 공급 부족 심화 및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성장이 가속화됐다.
앞으로의 전망도 좋다.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 환율 영향이 있더라도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호황으로 탄탄한 실적과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됨에도 삼성전자는 속도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화성 17라인에서 고성능·고용량 D램 대응을 위해 보완투자를 결정했음에도 1x나노 전환에 따른 물량 감소를 대체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D램 증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올해 중순 가동에 들어가는 평택(18라인) 공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기술로 시장의 수요를 덮을 수 있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곁들였다.
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V낸드와 같은 3D 낸드플래시는 최신 4세대(64단), D램의 경우 1x나노 D램 공급이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므로 재빠른 미세공정 전환에 집중하겠다는 것. 쉽게 말해 물량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고부가가치 제품에 비중을 둔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전방산업과의 공조다.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산업 전망에서 최우선 불확실성은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인한 성장 정체였다. 지금의 호황은 전방산업이 잘 풀려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후방산업의 제한적인 공급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인한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강세에 따른 수요둔화에 대해 “지난 수년간 하락한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조정되는 과정”이라며 “(반도체 가격 강세가) 계속 유지되면 세트 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결국 수요에 따라 투자와 물량을 탄력적으로 대응해 공급과 수요의 최적점을 찾겠다고 봐야 한다.
한편 7나노 미세공정은 당초 밝힌 것처럼 2018년부터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 노광장비를 이용할 계획이다. 초도생산이 목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주력인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 기술 비중이 크게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7나노에서 EUV 비중을 10% 미만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EUV 활용은 5나노 미세공정부터라고 봐야 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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