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거래 업무 85% 대체"... '스마트 ATM' 앞세운 지방은행의 수도권 공략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권의 ‘무인점포 전략’은 20여년부터 은행권에서 나왔던 시나리오다. 하지만 무인점포 전략이 국내 금융권에서 제대로 성공한 사례는 없다. 최근 일부 은행들이 금융자동화기기(ATM)을 활용한 무인점포 전략을 전개한 바 있지만 엄밀히 말해 기존 ATM 업무 이상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무인점포는 단순히 텔러가 근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텔러의 도움 없이 통장발급, 계좌이체, 출금, 대출 상당 등 창구업무에서 가능한 업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동안 무인점포는 대면을 통한 본인확인이라는 금융규제 탓에 사실상 ATM을 통한 현금 입출금과 송금 업무에 한정된 면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완화로 인해 비대면방식을 통한 본인확인의 길이 열렸고 금융자동화기기를 통한 금융상품의 가입 및 카드 발급 등 일반적인 창구업무가 가능해졌다. 때문에 은행들은 한번 쓴맛을 본 ‘무인점포’라는 용어 보다는 ‘셀프 뱅킹’이라는 용어로 다시 한번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2015년 12월 신한은행이 첫 선을 보인 셀프뱅킹 키오스크가 거둔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가동 1년뒤인, 지난 2016년 11월 신한은행은 디지털 키오스크(현 스마트라운지)에서 43만여건의 거래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다. 11개월간 발생한 거래는 43만1000여건으로 대당 91건이다. 한 개 입출금 창구에서 이뤄지는 하루평균 거래 건수(35건)의 40%에 해당한다.
비대면본인확인이 가능해지면서 금융자동화기기에 일대 변혁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단순히 현금 입출금, 송금 등에 한정돼있던 금융자동화기기를 바탕으로 영업점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은행들은 셀프뱅킹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점수를 극복할 수 있는 주요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는 곳은 부산은행이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10월,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금융센터에 ‘셀프뱅크’를 입점시켜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LG CNS가 제공하고 있는 스마트 ATM 이란 기존 은행 창구를 통해서 가능했던 각종 업무를 고객 본인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된 새로운 개념의 셀프뱅킹 기기로, 국내 은행권 최초로 ‘지정맥 인증’과 ‘영상통화’ 기술을 통해 본인인증을 한다.
과연 지방은행의 수도권 공략에 있어 이 스마트 ATM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까.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금융센터에 설치된 부산은행 스마트ATM을 통해 통장 발급과 모바일 뱅크 가입을 진행해봤다.
스마트 ATM은 일반적인 ATM(현금/수표자동입출금기) 서비스 외에도 ▲예/적금 신규가입 등 상품 신규 서비스, ▲인터넷 · 스마트 뱅킹 신청 및 보안카드 발급, ▲통장/카드 재발행 신청 등 제신고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
과정은 간단하다. 통장개설의 경우 터치 스크린을 통해 진행하게 된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과 같이 신분확인이 가능한 카드를 넣으면 주민번호와 주소, 이름 등이 자동으로 인식돼 화면에 보여진다. 이후 확인 버튼을 누르면 화상상담센터로 연결된다.
화상상담센터에서는 계좌개설을 신청한 고객의 본인확인 절차를 화상을 통해 진행하게 된다. 화상상담을 통한 본인확인을 마치고 생체정보 등록이 진행된다. 부산은행의 스마트ATM은 손가락정맥을 인식하는 지정맥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손바닥 정맥을 인식하는 장정맥 방식을 취하고 있다. 부산은행의 지정맥은 LG히다찌의 기술이며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한국후지쯔의 기술을 택했다. 양 기술 다 일장일단이 있어 우열을 가리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지정맥 인식은 두 차례 진행된다.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입출금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부터 약관에 대한 동의를 일일이 해줘야 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약관 동의가 마무리되면 이후 보안카드 발급이 이뤄진다.
통장은 통장사본만 출력된다. 실물 통장을 원할 경우 지점으로 가서 받아야 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종이통장 줄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종이통장은 큰 의미가 없기도 하다. 전체 가입부터 보안카드 발급까지 약 8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용자라면 큰 어려움 없이 계좌개설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물론 현재 시행 초기여서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금융센터에는 부산은행 직원이 상주해있다.
LG CNS 관계자는 “은행 창구 업무 거래량의 85%를 대체할 수 있어 창구 방문과 대기 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ATM은 창구업무의 28% 정도를 대체해 왔다.
부산은행에 따르면 스마트ATM은 잠실을 포함해 4대가 운영되고 있다. 설치 2개월이 지난 지금 전체 거래건수는 1만5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생체 인증으로 본인확인을 한 고객은 1000여명에 달한다. 초기 성적치곤 나쁘지 않다. 특히 수도권에 기반이 약한 부산은행으로선 손해 볼 것이 없다.
물론 셀프뱅킹의 성공을 위해선 셀프뱅킹 시스템에서 처리되는 은행업무의 가짓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LG CNS 관계자는 “빠른 창구업무를 위한 디바이스는 스마트ATM에 다 들어가 있다”며 “스마트ATM에 A4 사이즈 스캐너를 탑재했는데 이는 대출 등 증빙자료 입력을 위한 것이다. 향후 스마트 ATM은 나머지 15%의 업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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