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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AI & 4차 산업혁명④] ‘생활속 인공지능(AI)’ 플랫폼 변신…네이버의 도

이대호

‘생활 속 AI’…네이버 미래 구상은?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네이버가 달라졌어요.’

그동안 회사명과 서비스명이 같은 탓에 포털 업체로만 각인된 탓일까. 지난해 10월 24일, 네이버가 9회째 개최한 기술 공유 컨퍼런스 ‘데뷰(DEVIEW)’에서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당시 네이버는 ▲인공지능(AI) 대화시스템 ‘아미카(AMICA)’ ▲인공신경망 통역 서비스 ‘파파고’ ▲로보틱스 ▲자율주행 ▲음성합성 등 미래 기술을 꺼내보였다. 모두 AI 기반 기술들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공식석상에 나와 수차례 ‘기술’의 중요성을 설파해온 것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이 행사는 네이버가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뛰어든 첨단 기술 분야에서 본격 경쟁을 선언한 자리였고 ‘기술 선도’ 기업의 위상을 굳히게 된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미디어들도 네이버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AI 접목한 실생활 서비스 집중…‘파파고’ 첫 타자 = 네이버는 앞서 소개한 기술을 통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이미 이용자들이 즐겨 쓰고 있는 기술도 있다. 인공신경망번역(NMT, Neural Machine Translation) 기술이 적용된 ‘파파고’ 앱이다.

NMT 방식은 최근 딥러닝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기존 통계 기반 번역(SMT, Statistical Machine Translation)에서 한 단계 진화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구(Phrase) 단위가 아닌 문장 전체의 맥락에서 그 안의 구성 요소들을 변환·해석해 번역하는 방식으로 문장 안에서 단어의 순서, 의미, 문맥에서의 의미 차이 등을 반영해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밤마다 밤을 먹는다’라는 문장을 번역할 때 SMT 기반 번역에선 ‘밤’이라는 단어를 시간이 지나 어두워진 상황을 의미하는 ‘夜’로 번역할지 밤나무의 나무 열매를 뜻하는 ‘栗子’으로 번역할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NMT 번역에서는 문장 전체의 맥락을 이해해 ‘夜’와 ‘栗子’을 상황에 맞게 번역해준다. ▲통계기반 번역(적용 전) ‘我每晚都夜吃’과 ▲인공신경망 번역(적용 후) ‘我每夜都吃栗子’의 결과물이다.

김준석 네이버 파파고 리더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는 6월 파파고 정식(1.0) 버전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NMT 방식의 200자 통·번역 제한을 풀고 파파고 PC버전도 공개하는 등 이용자들이 반길만한 변화가 더해질 예정이다.

​파파고 서비스는 서울지방경찰청 등 외부 파트너와의 제휴와 이용자 의견 수렴 등을 바탕으로 지속 진화를 추진한다. 특수한 상황에서 쓰이는 표현들까지 품을 계획이다. 현재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국어에 특화된 통역 전문 앱에서 나아가 10개 언어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회사 내부에선 미등록 어휘나 숫자까지 유추해 번역할 수 있도록 NMT 기술을 다듬고 있다. 김 리더는 “3~5년 정도 NMT 방식이 발전하지 않을까 본다. 지금이 딱 출발선”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가 플랫폼이 된다 = 네이버는 향후 차 자체가 플랫폼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회사 측은 “차 자체가 정보를 주고받는 주체가 된다. 그 안에서 네이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스마트카는 온·오프라인이 연결되는 O2O 서비스와 다양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자율주행 도중에 쌓이는 이용자들의 위치뿐 아니라 행동 양식 데이터는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끈 원유에 비유할 만큼 그 가치가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AI가 주도하는 자율주행이 4차 산업혁명의 촉매가 될 것이란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네이버가 자율주행 기술에서 주목한 부분은 ‘인지’ 분야이다. 정밀한 도로지도, 물체의 인식, 상황의 판단 등 자율주행에서 핵심적인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분야로 ‘데이터의 분석과 처리’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네이버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포털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국내 최고 수준의 빅데이터 처리 기술력을 확보한 것이 이유다. 네이버도 이 분야를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가진 자율주행 기술과의 차별점으로 삼고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과는 일찍 나타났다. AI 기반 기술은 확보하고 있었지만 본격 연구에 매진한 지 1년만에 국토부가 부여하는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따냈다. 이제 시뮬레이션이나 정해진 시험장에서 테스트가 아닌 돌발 변수가 난무하는 일반 도로에 나와 자율주행 빅데이터를 확보하게 됐다. 관련해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도 “실제 도로 상에서 데이터를 쌓아가며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기술 개발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네이버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4,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 기준 레벨3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각각 레벨5와 레벨4가 최고 기술 수준이다. SAE가 인정하는 레벨4는 완전자율주행(레벨5)의 전 단계로 운전 90%가 자율주행이 되는 수준을 의미한다.

구글과 아마존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매진 중인 것을 감안하면 네이버가 이 정도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업계 내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오는 3월 30일 네이버는 일산 킨텐스(KINTEX)에서 열리는 ‘서울모터쇼 2017’에 전시부스를 내고 자율주행 기술을 일반에 공개한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아닌 인터넷 기업의 참가는 22년 서울모터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AI 가상비서’ 상반기 공개…‘로보틱스’는 중장기 과제=네이버가 공개한 AI 기반 대화시스템 ‘아미카(AMICA)’는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다. 아미카가 앞서 언급한 네이버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것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일단 네이버도 유수의 IT기업들이 선보이고 있는 ‘스마트 스피커’, 이른바 AI 가상비서를 먼저 선보일 계획이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월 26일, 2016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중 가상 비서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하고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활용되는 다양한 형태 서비스를 준비한다”라고 밝혔다.

아미카는 기기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대화형 환경(인터페이스)을 제공한다. 그동안 네이버가 축적해온 딥러닝, 음성인식, 음성합성 연구의 결과물로 기기와 메신저에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발자용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도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중장기 연구 과제인 로보틱스 연구도 발표했다. 지난해 데뷰(DEVIEW) 행사에서 최초 공개한 ‘M1’ 로봇은 레이저 스캐너와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해 사무실·쇼핑몰·극장 등을 돌아다니며 고정밀 3차원 실내지도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로봇도 자율주행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AI가 적용될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 측은 로보틱스 기술 개발과 관련해 “사람에게 편리함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로봇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M1는 이후 개발될 로봇들이 사람의 삶을 잘 이해하기 위해 생활 공간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목적”이라고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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