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깡통로봇, 그리고 인공지능
나는 깡통로봇 감별사다. 만화영화 ‘로보트태권V’ 속 머리에 주전자를 쓰고 몸통에는 양철을 둘러댄 캐릭터를 떠올린다면 맞다.
지난 해 바둑에서 알파고 승리 이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더니 금융권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공지능의 대표 산물로 자리잡아 버렸다.
물론 머신러닝을 적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의 선택을 내리는 로보어드바이저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이라고 부를 수준이 못 된다.
로봇은 인공지능과는 다른 개념이다. 로봇이 반드시 인공지능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보유한 능력에 의해 주어진 일을 자동으로 처리하거나 작동하는 기계, 딱 그 정도 수준을 의미한다.
로보어드바이저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대신해 로봇이 투자자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운용, 자문 및 관리를 해주는 자동화 서비스를 말한다. 그런데도 마치 인공지능을 갖추고 투자자문을 해주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인 것처럼 소개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현재 코스콤이 운영 중인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참여하고 있는 서비스 대부분은 정해진 룰(Rule)에 의해 프로그래밍되어 작동하는 시스템트레이딩의 발전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기술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시스템트레이딩 당시부터를 로보어드바이저로 따져 관련 서비스가 20여 년 전부터 제공돼 왔다고 홍보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금융 시장에서도 이미 시스템트레이딩, 알고리즘트레이딩, 퀀트(Quant)트레이딩 등 컴퓨터를 이용한 트레이딩 기법이 활용되고 있던 터라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기술력은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자산을 다루는 로보어드바이저 이기에 코스콤은 현재 테스트베드에서 6개월 간의 운용 심사기간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은 시스템의 정상 운용 및 안정성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지 서비스의 옥석을 가리기에는 충분치 않다.
여기에서 시스템트레이딩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차이가 드러난다. 시스템트레이딩은 사고파는 매매시점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 매매횟수가 빈번하고 3개월만 운용하더라도 그 성과는 뚜렷한 편이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 개념으로, 한 번 사서 1년 이상 보유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6개월의 테스트기간으로는 매매횟수가 적어 통계적 유의성을 따져 볼 수도 없고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적어도 100주 이상, 즉 2년은 지나봐야 해당 알고리즘의 성패를 가늠해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3년 동안이나 테스트를 하자고 한다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이 땅에 영원히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깡통로봇 감별사다. 코스콤이 운영 중인 테스베드에 참여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포트폴리오 변동이 생길 때마다 적정하게 운영하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
리밸런싱(자산재조정) 이후 변경된 포트폴리오가 알고리즘 설명서의 범위를 벗어났다면 그 이유는 다음 중 하나이다.
첫째, 알고리즘 자체에 오류가 있다. 이러한 알고리즘을 걸러내려는 것이 테스트베드 운용의 가장 큰 목적이다. 둘째, 사람이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꿨다. 무늬만 로봇이고 실제로는 사람이 운용하는 경우로 가짜 로보어드바이저 즉 깡통로봇이라는 것이다.
셋째, 알고리즘 설명서가 잘못됐다. 알고리즘의 오류인지, 단순히 설명서 작성 과정에 실수가 있었던 것인지 심층 조사한다. 단순 실수일 경우 바로 잡아주는 것도 테스트베드의 몫이다.
4월이면 1차 테스트베드가 종료된다. 이후에는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들이 본격 출시될 것이다. 테스트베드를 통과했다는 것은 로보어드바이저라면 갖춰야 할 기본 요소들을 충족했다는 것으로, 수익성까지 검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공지능이 바둑에 이어 포커까지 정복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흥분해 있다. 정해진 룰이 있어 계산이 가능했던 바둑과는 달리, 포커는 사람의 심리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뛰어난 연산능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금융시장 역시 연산만 잘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가운데 제각기 다른 판단을 하기 때문에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
이번 포커에서 승리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인 ‘리브라투스(Libratus)’가 다른 영역에도 확장 가능하다고 하니 금융시장에 있어 알파고 보다 미치는 파급효과는 더욱 크리라 생각한다. 사람의 심리까지 꿰뚫어 보고 조언을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양훈석 코스콤 IT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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