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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때문에?…20여년 동거 SO·PP 결국 갈라서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콘텐츠제공사업자(PP)업계가 독자적인 PP협회 설립을 추진하면서 케이블TV 업계가 갈등에 빠졌다. 플랫폼인 복수종합유선방송사(SO)와 PP가 20여년간 한국케이블TV협회라는 지붕아래서 이어온 동거를 올해 끝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케이블TV협회 내 PP협의회는 지난달 이사회, 총회 등을 통해 독자적 PP협회 설립을 공식화 했다. 지난달 28일 총회에서 42개 PP가 투표에 참여해 32개사 찬성, 8개사 반대, 2개사 기권으로 협회 분리를 공식화했다.

◆독자 PP협회 설립 추진 왜?=PP협의회가 독자적 협회 설립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플랫폼 다변화 시대가 도래 했기 때문이다. 1994년 SO와 PP가 공동으로 출자, 케이블TV협회를 만들때만해도 지상파를 제외한 플랫폼 사업자는 SO가 유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IPTV가 케이블TV 추월을 목전에 둔 상황이고 위성방송도 나름의 세력을 확보했다.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PP업계 입장에서는 임의단체인 PP협의회보다 독자적인 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콘텐츠 대가 협상이나 콘텐츠 유통, 저작권 문제, 제작비 지원 문제 등을 추진하기가 용이하다.

하동근 PP협의회장은 "IPTV가 큰 고객이 되어가고 있고 수신료 협상이나 PP 업계를 지원해야 하는데 케이블TV협회 임의단체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IPTV에서는 PP협의회를 대표 단체로 인정해주지 않는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금 분리 난항…결국 소송 갈 듯=하동근 PP협의회장은 올해 상반기 안에 PP협회 설립을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PP 독자 세력화의 가장 큰 난관은 케이블TV협회의 기금 분리 문제다. 1994년 협회를 만들면서 SO와 PP가 공동으로 32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PP업계는 이 중 절반가량인 150억원 가량을 요구하고 있다. 94년 27개 PP가 148억원의 기금을 조성했고 이후 들어온 PP들을 포함하면 약 155억원 정도가 PP 몫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SO쪽에서는 기금 분리는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금을 분리하려면 케이블TV협회 전체 이사 18명(PP 9명, SO 9명) 중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SO가 반대하는데다 PP 이사 중 3명은 MSP(SO+PP)로 SO 의견에 가깝다. 투표로 기금을 분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PP협의회는 일단 선 분리 후 추가 협상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당장 기금 분리가 되지 않을 경우 PP들이 협회에 내는 회비 12억원에 특별회계 6억원 등 18억원 가량의 돈으로 일단 PP협회를 설립하고 이후 SO협의회와 기금 분리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협상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법적 소송도 포함돼 있다.

◆연내 분리 쉽지 않을 것=하지만 당분간 PP협회 설립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MSP를 비롯해 협회 분리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PP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금 분리 소송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비용에 대한 구체적 해결방안이 없을 경우 독자적 협회 설립은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대규모 출자를 약속한 PP도 없다.

또한 통합방송법 추진으로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일원화 되고 있어 유료방송 플랫폼을 아우르는 협단체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즉, 케이블TV협회와 IPTV간 통합이다. 두 협회가 통합해 유료방송협회로 재탄생할 경우 PP협회 설립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

SO측 관계자는 PP협회 추진과 관련 "뭐라 말하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한 울타리에 있는 것이 좋다고 보지만, PP협의회가 독립을 선언한 만큼, 일단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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