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헌재, 만장일치 대통령 파면(2보)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10일 헌법재판소는 오전 11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을 열고 8명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즉각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정을 운영하고, 정국은 이제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은 선고문 발표에서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이 최서원(최순실) 사익을 위해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을 전달하는 등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는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배,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헌재는 최서원의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을 박 대통령 파면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대통령에 엄중한 책임물어 = 우선, 공무상 비밀을 담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전달됐고, 최서원은 이를 수정하고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했다. 부속비서관 정호성은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 자료, 국무회의 자료,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미국 국방부장관 접견 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했다. 최서원은 문건을 보고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했고,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 활동에 관여했다.
또한, 최서원은 공직 후보자를 추천했으며 그 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를 도왔다. 박 대통령은 최서원으로부터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 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했다. 박 대통령은 안종범에게 문화체육 관련 재단법인 설립을 지시했다. 대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를, 288억원을 받아 케이스포츠 재단을 설립했다.
양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명,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운영 등 의사결정은 박 대통령과 최서원이 했다. 출연한 기업들은 관여하지 못했다.
최서원은 미르 설립 직전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해 운영했다. 미르 장악 후 자신의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토록 해 이익을 추구했다. 박 대통령은 안종범을 통해 KT에 2명을 채용하게 했다. 이들은 광고 관련 업무를 수행했으며, 플레이그라운드는 KT 광고 대행사로 선정돼 68억원의 광고사업을 수주했다.
또, 안종범은 박 대통령 지시로 현대자동차 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를 소개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다.
최서원은 최서원은 케이스포츠 설립 하루 전 더블루케이를 설립했다. 박 대통령은 안종범을 통해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했다. 더블루케이는 스포츠팀 소속 선수 에인전트와 운영을 맡게 됐다. 또, 최서원은 문체부 2차관 김종을 통해 지역 스포츠 클럽 전면 개편에 대한 문체부 내부 문건 전달받았다.
◆"박 대통령, 국가공무원법 등 위반" = 박 대통령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해 하남시에 체육시설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 했다. 롯데는 케이스포츠에 70억원을 송금했다.
이에 헌재는 박 대통령이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고, 공정한 직무 수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과 국가 공무원법, 공직자 윤리법을 위배한 것이다.
이정미 재판관은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최서원의 이권개입에 직간접적 도움을 준 박 대통령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율을 침해했다”며 “피청구인은 최서원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제기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는 재임 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 지적에도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다”며 “그 결과, 피청구인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 범죄 혐의로 구속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특검 조사 및 청와대 압수수석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됐다.
이 재판관은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며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 탄핵심판은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지만,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9일 헌법재판소가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후 92일만에 박 대통령 직무는 불명예로 끝이 났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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