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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출범①] IT기반 서비스 눈길… "은산분리 완화없이는 한계" 지적도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실체를 드러냈다.

케이뱅크는 지난 3일, 자유입출금의 편리함과 예금 수준의 금리를 하나의 통장에서 이용 가능한 ▲듀얼K 입출금통장을 비롯해 ▲퀵송금 ▲뮤직K 정기예금 ▲미니K 마이너스통장 ▲슬림K 중금리대출 ▲코드K 정기예금 ▲케이뱅크 체크카드 등의 상품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 날 선보인 상품들은 그동안 제품 컨셉트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는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이자를 음원 서비스 이용권으로 제공하는 ‘뮤직K 정기예금’이나 가입 시 제휴사에서 제공하는 ‘코드번호’를 입력해 우대금리를 받는 ‘코드K 정기예금’은 이전부터 상품 컨셉트가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실제 발표를 통해서는 뮤직K 정기예금의 이자(음원)가 현금이자보다 2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던가 하는 내용이 추가된 정도였다.

사실 케이뱅크가 지난 2015년 예비인가 이후 1년 4개월간 시스템 구축과 상품개발에 주력해왔지만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놀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각 은행들은 모바일 뱅크 서비스를 구체화시키며 멤버십의 현금화 등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혁신적 서비스를 선보였다.

케이뱅크도 이를 의식하듯 이날 출범식에서 KT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기가 지니’와 결합한 ‘카우치 뱅킹’을 비롯해 자사의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그 가능성 등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카우치 뱅킹은 화자인증 기반의 뱅킹 서비스로 대화로 송금 등의 업무가 가능한 서비스다. KT의 IPTV 서비스와 결합한 카우치 뱅킹은 음성과 IPTV셋톱박스를 결합해 뱅킹 업무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신한은행의 TV뱅킹 서비스와 비슷하다. TV뱅킹이 셋톱박스 리모컨으로 정보를 입력하는 것에 비해 카우치 뱅킹은 음성으로만 입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직 화자인증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상용화가 올해 안으로 가능할지는 확실치 않다.

케이뱅크는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전략도 내세웠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금융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보이겠다는 것이다. 고객금융센터에 현재 접목된 AI를 로보 어드바이저에 접목하면 개인별 맞춤 금융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이와함께 바이오 본인인증 기술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안효조 케이뱅크 사업본부장은 “바이오 본인인증기술은 보안성과 편의성을 높여주는 유일한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케이뱅크는 위치기반 금융제안, 지오펜싱 비콘을 이용한 고객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위해선 일정한 고객수요가 기반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2%의 예금 금리, 4%-9%대의 중금리 대출 등의 상품, 그리고 포인트 적립형, 통신캐시백 등의 서비스 가능한 체크카드 서비스 등을 선보였지만 고객의 반응을 봐가면서 서비스의 방식을 조율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편 은산분리 완화 등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가장 중요한 법적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케이뱅크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에 우선될 수 밖에 없다. 이는 한정된 영역 내에서 비용이 집행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선 당장 방카슈랑스와 기업 뱅킹 등의 서비스를 위해선 IT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결국 케이뱅크는 은행법 개정이라는 불확실 요소를 해결하지 않는 한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는데 제약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시중은행과 달리 케이뱅크는 처음부터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바일 뱅크로 대응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버리거나 포기해야 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도화지에 그린 밑그림이 하나의 작품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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