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한국오라클에 조세회피 의혹 제기…법정공방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한국오라클이 국세청으로부터 3000억원의 법인세를 부과받았다. 2008년부터 아일랜드의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국내에서 거둔 수익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혐의다. 오라클은 현재 서울행정법원에 법인세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인 오라클은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분야에서 약 6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1989년 11월 설립된 한국지사를 설립, 현재 국내에서 약 1조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0일 IT업계 및 조세심판원 등에 따르면 올 초 국세청은 오라클 한국법인이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조세를 회피한 혐의를 포착하고, 3147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통상 외국계 SW 업체는 한국에서 번 수익을 미국 본사에 라이선스 사용료로 보낸다.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과세당국은 국내 법인이 지식재산권 사용료로 미국 기업에 지급하는 금액의 15%를 세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
문제는 오라클이 2008년 아일랜드에 ‘오라클 CAPAC 서비스(Oracle CAPAC Services Limited)’를 세워, 한국에서 번 수익을 이곳으로 보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한-아일랜드 조세조약에 따라 사용료 수익에 대한 세금을 한국에 낼 필요가 없어졌다.
실제 지난 2008년 6월 한국오라클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오라클은 오라클 인터내셔널 코포레이션과 2002년 3월 1일에 체결한 기술도입계약에 의거 오라클 코퍼레이션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 순매출액의 39% 및 교육훈련 매출액의 3.7%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라이센스수수료로 오라클 코퍼레이션에게 지급했다”며 “2008년 1월 25일부터 지급처가 오라클 CAPAC 서비스로 변경됐으며 이외 계약조건의 변경은 없다”고 명시돼 있다.
국세청이 문제로 삼은 것은 아일랜드에 설립한 회사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한-아일랜드 조세조약에 따르면, 발생하는 사용료가 아일랜드의 거주자에게 귀속되는 경우에만 과세된다. 하지만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아일랜드 법인의 직원은 존재하지 않았고, 거주자도 아니었다. 결국 이 법인으로 흘러간 사용료 수익의 대부분은 여러 단계를 거쳐 미국 본사로 흘러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해 조세회피 용도로 만든 ‘도관회사’라는 결론을 냈다.
한국오라클은 국세청 결정에 반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지난해 11월 기각당했다. 이후 오라클은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오라클 이외에도 구글이나 애플 등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아일랜드나 버뮤다 등 이른바 조세피난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국가별 매출 정보 등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국세청이 오라클의 법인세를 추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오라클 측은 “그동안 국내 법에 준거해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며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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