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진코믹스 “국가 간 만화 장벽 줄어… 스토리 좋으면 미국에서도 통해”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최근 국내 웹툰 플랫폼 회사들의 글로벌 진출은 필수가 됐다. 특히 시장 규모가 1억 달러(약 1118억원)에 달하는 미국 만화 시장은 향후 영어권 국가 확장으로 이어지는 교두보다. 레진코믹스 역시 지난 2015년 12월에 웹툰 12편을 시작으로 미국에 진출해 현재 130편까지 서비스 작품 수를 확대했다.
레진코믹스가 최근 미국에서 거둔 가장 중요한 성과는 7월 개최된 2017 애니메 엑스포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이다. 미국 팬들과 직접 만나 많은 접점을 만들었다. 애니메 엑스포는 매해 10만명 수준의 관람객이 참석하는 북미 최대의 애니메이션 관련 행사다. 레진코믹스 부스에서는 팬들의 대기 행렬이 부스 외벽까지 감쌀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지난 14일 서울 레진코믹스 사옥에서 제임스 김 레진코믹스 미국 법인장을 만나 미국 현지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레진코믹스의 미국 사업팀장을 역임하고 현재 레진 미국 법인장을 맡고 있는 제임스 김 법인장은 어린 시절부터 만화 마니아였다고 밝혔다.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 박사 과정에서 만화와 팬 문화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인가 좋아하는 만화를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레진코믹스에서도 미국 진출을 위해 인재를 모집하고 있었고 그는 학계에서 만화 산업 일선에 뛰어들게 됐다.
제임스 김 미국 법인장은 “이번 애니메 엑스포 참가의 성공적인 참가 이후 자신감이 붙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모니터 상으로 독자들의 숫자를 확인하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대면하며 반응을 보는 것은 다르다. 첫날 작가 사인을 받지 못한 독자가 다음 날 아침 10시부터 행사장에 줄을 서기 위해 뛰어오는 것을 보고 인기를 체감했다”며 “행사에서 만난 독자들이 ‘왜 이제야 왔냐’ ‘내년에도 와 달라’ 이런 말을 해줄 때마다 힘든 것도 잊을 만큼 행사 진행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미국 만화 시장은 한국과 차이가 있다. 마블과 DC로 대표되는 그래픽 노블의 이미지가 미국 만화를 대표한다. 제임스 김 법인장은 “60년대 미국에서는 선이 굵은 팝아트 형식의 만화가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마블‧DC가 많게는 한 달에 80개의 작품을 낸다. 그만큼 형식이 굉장히 다양해졌다”며 “현재는 일본 작가의 영향을 받은 미국 작가들도 많아져 동양적인 작화들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가 간 만화의 문화적 장벽은 크게 줄었다고 본다. 핵심 콘텐츠가 재미있다면 한국 작품도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한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김 법인장은 그런 맥락에서 미국 공략의 핵심은 ‘스토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재미있다고 느끼는 스토리는 미국에서도 재미있다고 느낀다. 우리가 마블 영화 등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과 같다. 특히 예상외로 학원물, 스릴러, 로맨스 등의 한국 작품들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국내 작품이 해외 진출을 시도할 때는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작업도 중요하다. 제임스 김 법인장 역시 “로컬라이제이션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다. 편집 과정에서 조금 더 현지 색깔을 입히기도 하고, 고유 정서를 담기도 한다. 등장인물의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도 고유 정서를 담는 부분이다. 더욱이 초기 팬 중에서는 한국 문화에 익숙한 분들도 많이 계셨던 것도 진출에 도움이 됐다. ‘된장찌개’라든지, ‘언니, 오빠’ 같은 개념들도 잘 이해하고 계시더라”며 “다만 무엇보다 스토리를 잘 살릴 수 있는 연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만화가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온라인 해적판 문제는 미국에서도 아직 골칫거리다. 국내에서는 조직적인 모니터링과 법적 대응을 펴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 좀 더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 지난 4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레진코믹스를 회장사로 둔 해외저작권진흥협회COA, Copyright Overseas promotion Association)가 발족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제임스 김 법인장운 “레진코믹스는 유료 결제 플랫폼이기 때문에 해적판의 존재로 인해 타격을 많이 입는 편이다. 진출 초기부터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며 “법적‧제도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동시에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 역시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생산하고 프로모션을 통해 정식 사이트를 더 많이 방문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본다”고 대응 방향을 전했다.
레진코믹스는 벌써부터 1년 가까이 남은 내년 애니메 엑스포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참가로 팬 서비스와 홍보 효과를 동시에 누렸다는 것이 내부 판단이다. 부스 규모는 올해의 2배로 늘리고 사인회를 진행할 작가도 증원한다. 행사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한정판 굿즈나 포스터도 더 준비할 예정이다.
제임스 김 법인장은 “레진코믹스는 웹툰 플랫폼 중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웹툰 단행본 출판 라이센싱 등 사업 확장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 달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내비쳤다.
<이형두 기자>dudu@dda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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