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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차 산업혁명 물결속 '디지털금융4.0' 시대의 도래

박기록

글: 권민오 팀장(우리에프아이에스 전략기획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핵심 의제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당시 클라우스 슈밥 WEF회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의 직전에 왔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일자리의 미래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상당수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주요국은 4차 산업혁명을 국가적 아젠다로 설정했다. 미국의 ‘산업인터넷’ , 일본의 ‘로봇 신전략’,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중국의 ‘제조 2025’ , 인도의 ‘디지털 인디아’ 등이다.

특히 미국의 산업인터넷은 글로벌 기업인 GE, 시스코, 인텔, IBM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제조업에서도 SW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제조업 혁신을 위해 SW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은 기존 제조업 도약을 위해 ICT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며 이 중에서도 ‘인공지능’을 중국 경제성장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매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인공지능 관련 회사가 많으며 이는 중국의 인공지능 굴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SW 기술력도 우리나라보다 10%p 앞서 있다는 평가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2014년 핀테크 열풍과 함께 오늘날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블록체인, 3D 프린팅 등의 디지털 신기술에 의한 촉발됐다. 맥킨지(2015 ‘Digital America’) 보고서는 디지털화(Digitisation)가 산업별로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모든 산업에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SW로 무장한 기업들이 기존 사업들을 혁신해 나갈 것이며 지금은 SW역량을 높이지 않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에측했다.

물론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의 발전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18세기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 19세기에는 기득권을 가진 마부들이 자동차산업의 확산을 막기위해 만든 세계 최초의 교통법인 ‘적기조례(Red Flag Act)’가 있었다.

자동차에는 운전사, 석탄공급자, 전방의 기수 등 3명이 배치돼야했으며 말을 만나면 무조건 정지해야했고, 시내에서는 3km/h 이내의 속도로 운전해야했다. 지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다. 올해 2월 MS의 빌게이츠가 제기한 ‘로봇세’가 논란이 됐다. “인간과 같은 일을하는 로봇의 노동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어떤 결말을 보일지 궁금하다.

금융산업도 4차 산업혁명에 의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모바일 인터넷, 금융과 ICT경계약화로 인한 규제완화, 빅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신용산업, 데이터를 통한 수익창출로 변화하고 있다. 스페인 BBVA의 프란치스코 곤잘레스 회장은 “은행은 이제 SW회사로 재정의 돼야한다. 5년내에 직원의 절반은 디지털 관련 업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뱅킹 개화기인 1999년 디지털금융 1.0에서 시작해 현재 핀테크 열풍과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금융 4.0까지 변화하며 발전해 오고 있다. 최근 3~4년 동안, 금융산업에서는 과거 10~20년 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경쟁 환경의 변화이다. 이제는 통신회사, 전자회사, 메신저 회사들이 금융기업의 경쟁자가 됐다.

둘째 은행원/영업점 없는 은행의 출현이다. 최근 국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개시했다. 영국에서는 작년 4월 Digital-only 은행인 아톰뱅크가 출범했다.

셋째, 핀테크 회사에 의해 금융 비즈니스 전체가 대체 가능하게됐다. 신용평가 및 지급결제회사인 어펌, 클라나, 자산관리회사인 웰스프런트, 베터먼트, 대출플랫폼인 렌딩클럽, 온덱 등이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빌게이츠는 1994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행서비스이지 은행이 아니다.” 2014년 미국 전체 은행 이익의 7%에 해당하는 약 13조원이 기존 은행에서 핀테크회사로 넘어갔다.

기존 금융회사의 생존방정식은?

거대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기존의 금융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투 트랙(Two-Track)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것은 바로 물결에 휩싸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People)과 기술(Technology)를 양대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조화롭게 강화하며 물결을 ‘잘 타는 것’이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는 옴니채널 또는 O2O금융서비스 SW회사로 변화해서 금융영토를 비금융과 국외지역으로 넓혀가며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것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사람'측면에서는 사람에 의존적인 금융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고급 금융컨설팅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다. 고액자산가(HNW)나 대/중견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WM, PB, 기업금융 대출, 자본시장(IB) 등의 영역은 사람의 역량이 서비스 경쟁력이며 수익원이므로 비금융회사의 금융서비스 진출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는 분야이다. 단 기초적인 분석이나 예측 등은 디지털 신기술의 기능을 활용해 사람의 판단과 능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개인고객(Retail)이나 일반고객층을 대상으로는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으로 비대면화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디지털혁신의 키워드를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Digitisation, Collaboration, Openisation, Smartisation’이다.

Digitisation은 점포혁신을 의미하는 데 셀프뱅킹 키오스크 등 셀프서비스공간을 확대하고 기존 점포는 거점점포 형태로 효율화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Collaboration과 Openisation은 개방적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이다. 외부 핀테크 업체와 제휴하여 기술이 융합된 차별화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종산업 진출이나 오픈 API를 활용한 개방화로 금융이 내재화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플랫폼 회사로 변모하는 것이다.

끝으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강화하는 Smartisation은 ‘Simple, Easy, Fun’을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경쟁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모바일뱅킹서비스가 신속하게 출시됐으나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마켓팅 플랫폼과 조직 KPI를 재정비하여 ‘무상인 서비스’ 개념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 개념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IT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IT인력도 더 증가할 것이다. 필자는 미래 IT의 바람직한 변화방향을 ACT-Agile, Cost Optimisation & Cyber-security, T-Shaped Talent-로 제시하고자 한다.

IT조직은 전통적 시스템개발방법론과 운영에서 탈피하여 좀 더 빠른 IT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DevOps(데브옵스) 등을 활용한 Agile 조직으로 진화해야하며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안정적인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비용효율적 운영과 철저한 보안체계는 매우 중요하다.

인재육성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기술융합을 토대로 금융서비스 영토가 비금융서비스로 확대되고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짐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IT인력에게 요구되고 있다. 인문학과 전자공학, 전파공학, 수학, 물리학 등 자연과학과 공학의 이해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인재채용에는 직무순환 등을 통해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General Specialist’로 성장하는 이른바 ‘T자형’ 인재의 육성이 중요해졌다. 이제는 미래를 걱정하고 우려할 때가 아니다. 디지털금융 4.0 시대의 물결을 타기 위해 모두가 즉시 행동해야 할 시기이다. - 끝 -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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