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겉보기엔 화려하지만…외국계 IT기업의 민낯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국내 한 IT서비스계열사 영업사원들이 스토리지 장비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을 횡령한 사건 때문에 외국계 A업체는 내부적으로 무척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 사건에 자사 영업사원까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본사에서 회계법인을 통해 자체 감사까지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사장과 부사장 등 주요 임원의 PC가 압수됐고, 또 다른 금융권 리베이트 사건까지 겹치면서 결국 영업총괄 부사장을 포함한 일부 직원의 사표가 처리됐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인수합병(M&A) 등 큰 변화를 겪은 이 회사는 행여나 이번 사건으로 다른 불똥이 튀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또 다른 외국계 기업 B사는 최근 실시 중인 구조조정으로 노동조합까지 만들어졌다. 노조 측은 대상자 선정에 대한 원칙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전임 사장의 밀어내기 등으로 고객은 물론 본사의 신뢰까지 잃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예전처럼 단순히 회사 실적 때문에 구조조정을 하는 차원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라 자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직원이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분야에선 감원을 했지만, 신사업 분야에선 고용이 오히려 늘고 있다. 말 그대로 구조를 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신기술이나 트렌드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해온 직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기업 C사는 연봉을 높이기 위해 재입사한 직원들에 대한 본사 감사가 최근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래 근무한 직원은 급여를 올려주지 않고, 퇴사했다가 재입사를 하는 직원은 급여를 높여주는 편법(?)이 당사자와 매니저의 암묵적인 합의 하에 공공연히 벌여졌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투명성’을 중시하는 외국계의 특성 상 일부 기업의 비정상적인 행위는 반드시 뿌리뽑아야할 적폐 대상이다. 지난 2004년 한국IBM이 공공기관 납품비리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본사에서 외국인 사장을 내려보낸 사건은 아직도 업계에 주는 교훈이 크다. 당시 IBM은 유통 관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처음으로 외국인 사장을 임명하는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을 실시한 바 있다.
전반적으로 외국계 기업들이 그동안 당연시 해왔던 관행들이 곪아 터져서 한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업체와의 공공연한 리베이트, 매출 향상을 위한 재고 밀어내기와 같은 비정상적인 관행 말이다.
IT업계는 외국계 기업의 비중이 그 어느 산업보다 높은 곳 중 하나다.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잦은 해외 출장이나 임금, 복지 등이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IT기업들도 한국 시장에 대해 최고의 ‘테스트베드’ 운운하며 치켜세우기 일쑤다. 하지만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한국시장은 1% 내외의 매출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한국시장은 매출 면에선 눈에 띄지 않지만 새로운 기술을 적용, 타진해볼 수 있다는 시장 정도로 인식된다.
그런데 최근 일부 글로벌 기업의 부정과 이에 연루된 조사로 인해 한국이 혼탁하고 부정이 만연한 시장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물론 글로벌 기업 스스로도 한국과 같은 해외 지사 및 소속 직원을 단순히 숫자만 채워주는 영업 사무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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