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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뱅크 혁신 이끌었던 이광구 행장, '아쉬운 퇴장'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신입 행원 채용 비리 논란과 관련해 전격 사의를 밝혔다.

지난 2일, 이광구 행장은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경영 최고책임자로서 신입 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간담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광구 행장이 사임을 표명함에 따라, 우리은행 이사회와 행장 추천위원회는 조만간 후임 은행장 선임을 위한 일정 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라는 우리은행 내부 문건을 제시하며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150명 규모의 신입직원 공채시 16명을 금감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채용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해 큰 파문이 일었다.

이광구 행장의 퇴임은 당초 예상에 없던 돌발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광구 행장은 박근혜 정권 시절, 2014년12월 은행장에 취임했다. 비록 '친박 행장'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우리은행의 양호한 경영실적 달성, 성공적인 민영화, 또 2015년 국내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모바일은행 플랫폼인 위비뱅크를 성공적으로 런칭시키는 등 혁신성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지만 이 행장의 견고한 입지를 점치는 전망이 상당히 높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광구 행장이 특히 애착을 쏟았던 위비뱅크는 출범한지 불과 1년만인 지난해 6월, 1200억원 규모의 중금리대출 상품 판매 실적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이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앞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던 국내 은행권에 모바일뱅킹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실제로 이후 국내 은행권의 모바일뱅킹과 핀테크 투자에 상당히 탄력이 붙었다.

또한 위비뱅크를 글로벌 버전으로 확장시킨 글로벌 모바일 공통 플랫폼 시스템도 구축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홍콩, 일본, 브라질 등 에서 오픈시켰다.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은 그동안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해외 금융서비스를 국내 서비스 수준과 같이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행장은 디지털금융그룹 조직을 크게 확대시켰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생체인식 ATM, 금융 로봇 도입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 서비스에 창출에 누구 보다 적극적이었다.

이와함께 2016년초에는 우여곡절을 딛고, 2년여 일정으로 유닉스(UNIX) 기반의 우리은행 차세대시스넴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이 프로젝트는 2018년 초 가동을 목표로 순항중이다.

개인에 대한 평가는 보는 위치에 따라 다소 엇갈릴 수 있겠지만 이광구 행장의 재임시절, IT와 디지털혁신 측면에서 본다면 그는 분명히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신입 행원 채용비리 의혹으로 인해 조직의 수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스러운 모습이다. 다만 그의 퇴장으로, 이 행장의 재임했던 지난 3년간 우리은행이 디지털뱅크 부분에서 보여왔던 혁신적 행보까지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다. 어쨌거나 그의 퇴장은 여러모로 아쉽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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