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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LG전자 주방가전의 ‘메카’, 창원R&D센터 가보니

이형두
LG전자 창원R&D센터
LG전자 창원R&D센터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냉장고, 정수기, 오븐레인지 등을 생산하는 LG전자 창원 사업장이 고도화되고 있다. 1500억원을 들인 창원R&D(연구개발)센터가 지난 10월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오는 2023년까지 6000억원을 들여 스마트 공장도 건설한다. 장차 세계적으로 명실상부 가전산업의 ‘메카’가 되겠다는 포부다.

기존 제품군별로 흩어져 있던 주방가전 연구조직을 R&D센터 한 곳에 모았다. ‘주방 공간’의 관점에서 제품 간 융복합 연구를 진행한다. 주방에 설치되는 냉장고와 정수기, 오븐 등 융합 연구 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군을 모아놓은 것이다.

창원R&D센터는 연면적 약 5만1000제곱미터, 지하 2층, 지상 20층 건물이다. 층고가 높아 아파트로 따지면 40층 수준 높이다. 창원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외관 역시 백색가전을 상징하는 형태로 디자인했다.

LG전자 주방 가전 연구원 1500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연구원의 업무효율 강화를 위해 휴식공간과 업무공간을 크게 늘렸다. 기존 대비 연구 공간이 50%, 1인당 근무 면적이 40% 늘었다. 3층부터 11층은 냉장고 연구 개발동이, 12층부터는 쿠킹, 빌트인 주방 가전 연구동이 들어섰다. 20층에는 실제 주방 환경과 똑같이 꾸며놓은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LG전자 창원R&D센터 요리 개발실
LG전자 창원R&D센터 요리 개발실

14층에는 요리 개발실이 마련돼 있다. 여기서 세계 각국 요리의 조리법이 연구된다. 다양한 요리를 LG 주방가전을 활용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적 레시피를 찾는다. 화덕, 상업용 오븐, 제빵기 등 전통 방식 요리기구도 갖춰져 있다. 기존 방식과 새로 개발된 레시피의 맛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서다.

현지 요리 관계자 인터뷰, 인터넷, 쿡북 등을 연구해 표준화된 레시피를 정립한다. 이후 블라인드 테스트 등을 통해 전통적인 요리법과 결과물을 정밀하게 비교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가 나와야 비로소 제품에 적용한다. 최근엔 기름을 적게 쓰고도 나은 맛을 내는 ‘건강 튀김’ 레시피 개발에 성공했다.

“저희가 가전회사지만 실질적으로 요리를 만들어서 개발하는 업무가 감성적, 실질적으로나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업무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서 ‘저희 제품을 통해 요리가 잘 된다’는 피드백이 올 때 가장 보람과 감동을 느낍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고급 요리 기법인 ‘수비드(진공 저온 조리)’ 방식도 광파 오븐을 통해 구현해냈다. 55도 수준으로 장시간 조리해 겉과 속을 동시에 익히고 식재료의 맛은 물론, 질감과 향을 살린다. 물 순환을 정말하게 조절해 0.5도 단위까지 세밀한 온도 통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저희는 수비드 진공 기법 외에도 이미 지난 10년 간 1만개 이상의 레시피를 확보했습니다. 전자렌지로서는 세계에서 최고 많은 메뉴를 확보하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최근 출시되고 있는 오븐에는 와이파이(무선랜)가 탑재돼 있어 새로운 메뉴를 계속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메뉴의 전문성, 상향 조정 이런 부분에 있어 자신 있다고 생각합니다.”(LG전자 쿠킹/빌트인 BD담당 송승걸 전무)

4층 3D프린터실에는 4대의 3D프린터가 쉴 틈 없이 가동 중이다. 양산 전 부품 모형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냉장고에 들어가는 부품의 80%를 제작할 수 있다. 최대 높이 90센티미터(크기)의 모형도 가능하다. 7억원 상당의 최고급 장비가 도입된 덕택이다. 과거엔 외부 업체에 맡기기도 했으나 보안이 문제였다. 3D프린터 자체 도입 이후 연간 7억원의 비용을 절약하고 모형 제작 시간은 30% 절감했다.


건물 지하 1,2층에는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등 750대의 주방가전이 보관돼 있는 시료(시제품)보관실이 들어서 있다. 이전에는 각 제품을 담당하는 연구소에서 개별적으로 시료를 관리했다. R&D센터로 이전하면서 전체 보관 규모를 이전보다 50% 키우고 통합 보관실을 확보했다. 이곳에서 제품을 비교 분석하며 신제품을 기획하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시료 보관실에는 냉장고, 오븐 등이 상당히 많이 보관돼 있습니다. 과거 수십년 전에는 경쟁사 기술을 연구하고 카피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저희도 충분히 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경쟁사가 이 제품에 어떤 기술을 넣어서 벨류(가치)를 주려고 했던가, 어떤 고민을 했을까, 이런 관점에 주안점을 두고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

인력 수급은 고민이다. 서울 연구원들이 창원 발령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창원시와 협력해 여교사들과 중매를 주관하기도 했다. 임직원 중 창원에 연고가 있는 직원을 찾고 인근 대학에서도 꾸준하고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R&D센터 빌딩을 짓지 않았으면 연구원들이 환경에 불만이 많았을 겁니다. 이 건물을 지을 때 저희가 경상남도와 창원시를 설득한 논리도 ‘고급인원들 다 서울로 간다는데 어떻게 할 거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창원과 가산, 마곡의 각 연구소들이 역할 분담이 잘 돼 있어,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도 현장에 가서 제품 쪽 연구개발을 해보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LG전자 H&A 사업이 성과도 잘 내고 있으니 자부심을 갖고 오는 인원도 있어 큰 문제는 없습니다.”(LG전자 H&A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
LG전자는 오는 2023년 스마트 공장 완공에 맞춰 창원1사업장에 향후 연간 250명, 5년 동안 1000명의 인력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생산 규모도 기존 200만대에서 300만대까지 1.5배 늘린다. 내년에 지어질 미국 세탁기 공장 등 향후 다른 공장에도 창원에 도입한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쪼개서 접목해 효율을 높일 전망이다.

송대현 사장은 “R&D센터 빌딩에다 생산 설비, 생산 공장 등 스마트 제조 공정이 도입되면 세계적으로 명실상부한 최첨단 LG 가전산업의 메카, 이런 역할을 훨씬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 멋진 생산 공장을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창원=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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