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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계좌 폐쇄한다고 가상화폐 거래 막을 수 있을까?

이상일
[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핀테크 등 완화정책에 나서던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에 나서면서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필수적인 가상계좌 서비스 중단에 나서고 있다.

가상화폐를 구매하기 위해선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이 구매를 원하는 고객에게 가상계좌를 부여하고 고객이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사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 서비스는 은행의 고유 권한이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하는 것은 특별한 규제나 법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문제다. 다만 그동안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판단해왔다.

예를 들어, KEB하나은행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 서비스엔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은행이 서비스를 열어주는 것에 대해선 아직 유보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서비스 폐쇄에 나서면서 표면적으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수단이 한정되는 모양새다. 이에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 발표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고 거래 시 본인 확인 과정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개설을 1개로 제한하는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상계좌 서비스 폐쇄가 가상화폐 거래 열풍을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상계좌 서비스는 입금인을 특정하게 확인하기 위한 편의적 도구일 뿐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막는 도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가상화폐는 은행이나 정부의 사업이 아닌 만큼 현실적으로 정부의 규제가 큰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비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실물경제에서의 사용처 혹은 소비처가 이웃 일본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대한 시장의 보유욕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실물 사용처가 늘어난다는 것은 실물 경제가 가상 화폐를 말 그대로 ‘통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비트코인 기반의 결제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최근 있었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사이버 공격 4건이 모두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나는 등 은행 등 금융사를 노리던 해커들의 위협이 가상화폐 거래소로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은행 수준의 보안 시스템 구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리 정부는 가상 화폐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세 차익에 양도세를 물리거나 매도 대금의 일정 비율을 거래세로 매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초기에 다소 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상화폐를 단순히 ‘투기’라는 인식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분명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실물경제를 이루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유효한 가능성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타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방중기간 중 아침식사를 ‘위챗페이’로 결제한 것이 화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정상이 외국 순방 중 가상화폐로 현지 결제를 하는 시기가 올 수 도 있다. 최소한 우리나라에 없는 서비스라는 부러움을 갖기 이전에 가상화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과 경험을 쌓아야 할 때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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