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재허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지상파 방송3사에 대해 조건부 재허가 결정을 내렸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MBC, SBS 등 14개 지상파 방송사 147개 방송국의 재허가를 의결했다.

심사 결과 133개 방송국은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 이상을 획득해 3년간의 재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KBS, MBC, SBS, 대전MBC 등 4개 방송사 일부TV와 라디오 방송국 등 14개 방송국은 기준점수인 650점 미만으로 평가됐다. 이들 지상파 방송이 재허가를 획득하지 못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KBS 1DTV, 2DTV 방송국은 각각 646.31점 641.60이었고 MBC DTV방송국은 616,31점에 머물렀다. SBS DTV방송국도 647.20점에 그쳤다.

방통위는 이들 방송사에 대해 방송 공정성을 비롯해 종사자에 대한 부당 징계 논란, 외주제작거래 관행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들 방송사에 대해 시청자의 시청권 보호 차원에서 재허가 조건의 이행을 전제로 '조건부 재허가' 결정을 내렸다.

특히, KBS와 EBS의 경우 외주제작 거래 관행 개선과 관련해 자체제작 표준 단가표를 제출하도록 재허가 조건을 부가했다. 또한 KBS, MBC에 대해서는 방송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편성위원회를 반드시 개최하도록 해 제작 현장 종사자와 경영진 간의 갈등 해소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MBC와 SBS에 대해 고화질 DMB 방송을 내년 3월 내에 실시하도록 했다. 이밖에 지진 등 재난재해의 빈발에 따라 신속하고 효과적인 재난방송을 실시할 수 있도록 방송사의 의무를 강화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지난 4년간 공정성 구현이라는 법적 책무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라며 "심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지상파 역할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허가 심사 탈락을 놓고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을 중심으로 정치적 판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표철수 상임위원은 "지난번 KBS가 722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646점이었다"며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방통위의 문제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 위원은 "심사를 엄격히 하는 것은 잘된 것이지만 위원회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엄격한 심사가 계속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석진 상임위원도 "공영방송이 제역할을 못해서 낙제점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번 심사에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있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있다"며 "앞으로 정말 군형있고 공정하게 심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허욱 부위원장은 "심사위원들이 모두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를 추진하자고 주장했었다"며 "정치적 판단이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유례없이 지상파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은 심사위원들의 심사가 잘못된 게 아니라 방송사들이 자성을 해야 하는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방송사들이 실제 많은 비난을 들어왔고 국내외에서 평가도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