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잡으려고 다 같이 규제?…산학계서 우려 목소리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 주최의 ‘뉴노멀법’ 후속법안 입법공정회에서 산학계의 우려 목소리가 제기됐다.
뉴노멀법(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은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게도 방송발전기금을 물리고 기간통신사업자 대상의 경쟁상황평가를 진행하는 등의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전기통신사업 개정안 중심의 후속법안은 구글 등 글로벌 기업까지 명확히 규제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해외 사업자도 포함시켜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도입(국내 대리인 지정 시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이용자보호업무평가 대상을 해외 인터넷서비스로 확대, 자율준수 규약 제정 및 이행 시 인센티브 부여 등이 있다.
◆“뉴노멀 아닌 에브노멀(비정상)될 수 있어”=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는 공청회에서 “뉴노멀법에 경쟁상황평가를 확대하는 것은 뉴노멀이 아니라 애브노멀(abnormal, 비정상적)이 될 수 있다”며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교수는 동태적이고 진입장벽이 낮은 인터넷 특성상 시장 획정의 어려움을 예로 들면서 “시장 지배력을 분석한 이후 구체적 내용이 나와야 하는데 규제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상황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라며 뉴노멀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해결방안이 규제 뿐인가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규제를 강화해서 해결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규제를 통해서 이용자 후생이 늘어나는 것인가에 대해선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서 김 교수는 “규제가 공평하지 않으면 규제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풀어줘서 형평성을 맞추는 쪽으로 발전해왔다”며 “그런데 뉴노멀법 같은 걸로 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성마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사업자 실질적 규제 가능한가’ 의문 남아=이날 발제를 맡은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글로벌 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역외적용 규정’ 신설,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도입, 해외 사업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는 인센티브 마련 등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공청회에선 글로벌 사업자 대상으로 실질적 규제가 가능할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이 나왔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자율규제 인센티브의 경우 인센티브가 과연 과징금 면제 수준에서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차 실장은 대리인 지정에 대해 “대리인의 자격이나 권한이나 책임 등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고 국내외 기업 간의 차이는 어떻게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뉴노멀법을 지지하면서도 대리인 지정의 실효성 측면을 지적했다. 정 사무총장은 “대리인 지정 제도의 경우, 구글이나 애플 등 해외 사업자들에게 소비자 문제를 물어보다 보면 김앤장과 같은 곳이 (법적)대리인으로 나온다”면서 “기업들이 제대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외적용 조항’의 실효성 문제도 거론됐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별도로 규정해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하는 김성태 의원의 개정안은 미국 등 해외에선 찾기 힘든 법안”이라면서 “해외에서 보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법안에 역외적용 조항을 넣었다고 다른 국가에서 이를 따를 이유가 없고 해당 법안의 역외적용 조항에 대한 실효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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