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규제…은행권 '디지털금융' 전략과 충돌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권이 ‘가상화폐’ 딜레마에 빠졌다. 블록체인 기반의 자체 디지털 화폐 발행과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던 금융사들의 사업이 유야무야 되는 형국이다.
정부의 제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상화폐’와 금융사가 준비중인 서비스는 결을 달리하고 있지만 전방위적인 제제 국면이 부담이다. 이에따라 은행권이 그동안 준비해왔던 디지털금융전략에도 일부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는 2월 9일부터 25일까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KRB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한 평창올림픽 공식후원은행으로 올림픽과 관련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이번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사 중 하나로 통합 멤버십 포인트 ‘하나머니’를 활용한 해외송금(글로벌로열티네트워크·GNL)을 야심차게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홍보 전략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는 규제하고 블록체인 기술은 독려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공교롭게 하나은행의 GNL은 양 쪽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GNL 서비스를 통해 평창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신들의 나라에서 쌓은 포인트를 우리나라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해외 금융기관과 협력해 통합 포인트 정산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서비스의 중심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 신뢰기관을 거치지 않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해 글로벌 네트워크에 가입된 금융사와 포인트 사용 내역을 서로 확인하고 정산하는 구조다.
다만 각국에서 책정된 포인트와 환율이 다른 만큼 블록체인 기반의 기준 코인 금리를 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하나코인 당 각 포인트의 현금화 수치 등을 정해야 한다. GNL 서비스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새로운 가상화폐(코인)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이 받아들이기는 가상화폐가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가상화폐 금고서비스 테스트 구축’ 사업을 발주하고 코인플러그를 주사업자로 선정했다. 신한은행은 은행이 가진 강력한 보안성과 가상화폐 장점을 결합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하더라도 그 정보는 거래소에 그대로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보안을 위해 안전한 자신의 오프라인 저장소를 활용한 전자지갑 등으로 이동시키는데 신한은행의 금고 서비스는 이러한 보관 서비스를 강력한 은행의 보안 시스템을 활용한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정부의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실명제 움직임 등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사업 성격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당초 목적은 보다 가상화폐거래에 있어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지만 자칫 가상화폐거래소의 보안 부분을 은행이 보조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데일리인텔리전스, 더루프와 ‘블록체인 및 디지털화폐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해 맺고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 ‘위비코인’(가칭)을 발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가맹점, 사용자 일부만 공유하는 폐쇄형 블록체인 기반으로 선불교통카드 ‘티머니’처럼 충전한 뒤 전용 가맹점 등에서 결제하거나 사용자 간 송금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부담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권 최초로 가상화폐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만들었다. 농협은행이 가상화폐거래소와 가상계좌 유치 금액 면에서 타 은행보다 앞서 갔던 것도 가상화폐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 때문이었다. 지난해에는 가상통화 거래소용 API 기술 개발에 착수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지만 현재 농협 오픈플랫폼 홈페이지에서 가상화폐 API에 대한 소개는 찾아볼 수 없다. 금융당국과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에 나서자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 발굴 노력은 당분간 멈춰 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가상계좌를 제공 중인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 6개 은행이 이달 30일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시작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은행에 가상화폐거래 관련 감시와 견제의 의무를 넘겨버린 상황이다. 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준수 여부와 시스템 요건이 충족하는 지 등의 감독의 역할까지 맡기면서 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처럼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강화 및 감시를 주문하고 나선 상황에서 은행권의 가상화폐거래소 이용자에 대한 신규 계좌 발급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관련 사업 및 서비스도 속도 조절에 나설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금융권 책무구조도, 내부통제 위반 제재수단으로 인식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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