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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가상화폐’에서 '블록체인'으로 갈아타는 주식시장

신현석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IT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아직 게임의 룰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초반에는 용감한 초기 진입자가 이득을 얻기 쉬운 법이다. 그러다 일부 큰 이익을 본 사례가 부각되고 시장에 관심이 쏠리면, 결국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

점차 시장의 관심을 받고, 제도권화가 시작되면 규제의 칼날도 작동하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이 시장은 더 이상 유망한 시장이 아니게 된다. 발을 빼기 위한 '출구 전략'이 시작된다.

최근까지 국내에서 광풍을 일으켰던 가상화폐(암호화폐)는 어떨까. 주식시장에서 '가상화폐 관련주'의 등락을 보면 어느 정도 흐름이 읽혀진다.

현재 가상화폐 관련주는 이전과 같은 급등락 현상이 눈에 띄게 줄어든 분위기다. 한때 가상화폐 관련주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제한폭(30%) 가까이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일단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데다, 시장의 키워드가 어느새 '블록체인'으로 바뀌었다. 블록체인으로 재미를 보려는 시도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에 정부의 눈초리도 매서워지고 있다.

지난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는 2주전 미국 음료제조사 '롱 블록체인 코퍼레이션'(Long Blockchain Corp)에 “상장 폐지를 계획 중”이라고 통지했다. 해당업체가 투자자를 호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의 행위로 주가 상승을 꾀했다는 이유다.

이 회사의 원래 이름은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 코퍼레이션’이다. 작년 12월21일(현지시간) 이 회사가 사명에 블록체인을 넣겠다고 밝히자, 이날 이 회사 주가는 500%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선 이 같이 사명에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를 연상하는 단어를 넣어, 주가 상승을 꾀하는 일이 제법 많았다. 이에 뉴욕증권거래소가 관련 업체에 실제적인 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가 상승을 위한 꼼수 행태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관련주가 높은 인기를 끌면서, 사명에 가상화폐와 연관된 단어를 넣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지난 9일 교통정보시스템 업체 아이지스시스템은 블록체인 관련 신규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분 하에, 사업 이름을 데일리블록체인으로 변경했다. 아이지스시스템은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복층유리설비 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로, 최근 옐로모바일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종목이다.

회사 안팎에선 최대주주 옐로모바일이 최근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회사 이름에 블록체인을 넣은 것이 가상화폐 사업과 연계된 ‘후광 효과’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옐로모바일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원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최근엔 코인제스트도 간접 영향권에 두게 됐다. 작년 말 아이지스시스템의 최대주주가 옐로모바일로 바뀐다는 소식에 주가는 가상화폐 관련 소식에 따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선 가상화폐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된 종목은 가상화폐 시장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거나 하락했다. 특히 작년 말과 올해 1월, 가상화폐 시장 변화에 따라 관련주는 전일 대비 가격제한폭인 ±30% 가까이 급등락하는 등 이상징후를 보였다. 이에 단타로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관련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관련주에 규제의 날을 세우는 분위기가 서서히 조성되면서 이 같은 인기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가상화폐거래소 등 관련 사업을 영위하거나 추진한다고 밝힌 가상화폐 관련주 20여 군데를 조사한 결과, 불공정 거래 개연성이 높은 종목 몇 개를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무늬만 가상화폐 관련주’가 많다는 지적을 금융당국이 직접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가상화폐 관련주 투자 시 사업계획의 실현 가능성 등 진위여부를 충분히 고려하는 등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투자자들에 경고했다. 가상화폐 관련주 중, 가상화폐 열풍에 편승해 관련 사업계획을 발표했으나, 실제 영업여건을 갖추지 못한 가상화폐거래소 출범을 발표한 후 정상 운영하지 못한 사례 등이 발견된 것이다.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를 중점적으로 규제했던 정부가 이제는 주식시장 내 관련주도 규제 대상으로 삼으면서,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상장사들도 정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심되는 부분을 향후 조사해서 실제 혐의가 있으면, 수사기관에 통보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상화폐 관련주에 규제의 손을 뻗치는 사례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향후에도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가상화폐 관련주를 조사하고, 다수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야기하는 주식 불공정거래에 대해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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