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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블록체인' 활황이후 뒤바뀐 풍경

이상일


최근 만난 한 홍보대행사 담당자는 스타트업 중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얘기했다. 이전까지는 초기 스타트업과 다름 없이 수익과 비즈니스 모델을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지금 만나면 무엇인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블록체인은 각광받는 기술에 불과할 뿐 수익을 바로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때문에 이들 기업들은 다양한 수익원 창출을 위해 기업, 공공기관들을 만나면서 기회를 노려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홍보 담당자는 “10명 이하였던 직원들이 어느새 50명, 100명으로 불어난다. 사무실 분위기도 정신없이 돌아갈 정도다”라고 얘기했다.


이는 기자도 공감하는 바다. 최근 만난 한 스타트업은 업종(?)을 블록체인으로 전환하면서 그야말로 분위기를 일신했다. 이 스타트업 대표는 “이전에는 기업들과 미팅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먼저 연락이 온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이 스타트업의 ‘전가의 보도’처럼 작용하고 있다. 엄밀히 얘기하면 가상화폐 탓이다. 최근 한 업체는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종자돈을 대거 확보했다. 앞으로의 기술개발 로드맵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분야다. 이 업체의 태생을 고려하면 완벽한 방향 전환이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4년차에 들어가면서 웬만한 기업의 대표들은 서로 인사하고 지내는 사이다. 이들이 주로 나누는 대화중의 상당부분이 “언제 블록체인 들어올 거냐”라고 전해주는 이도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분리할지 말지를 두고 정부와 시장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지만 IT업계에선 우선 가상화폐에 보다 주목하는 분위기다. 당장 돈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가 정부의 규제에 소수로 재편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중소규모의 가상화폐거래소 탄생은 막지 못할 것이란 것이 지배적이다.

가상화폐를 통한 기업공개 즉 ICO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규제와는 별개로 ICO에 대해서는 정부도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에선 부작용도 나오는 듯 하다. 최근 만난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ICO 이후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얘기했다.

ICO는 기술 및 비즈니스 유망기업에게 종자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업공개(IPO)와 달리 관리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 한마디로 모인 돈을 어떻게 쓰든 제제할 방법이 없다.

일단 돈이 들어오다 보니 기존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리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기업 구성원 중에서도 ICO에 참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구분(?)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한다. 당연히 누구는 돈을 벌고 누구는 벌지 못했으니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예전과 같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문제다. 가상화폐와 거래소, ICO에 돈이 몰리다보니 처음의 창업 의도와 목적을 상실하기 쉬워 보인다.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돈이 몰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여러모로 사업 초기의 초심을 지키기 쉽지 않은 것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의 분위기다.

[이상일 기자 블로그=IT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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