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카드의 변신, 그리고 진화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핀테크가 발전하기 쉽지 않은 몇가지 이유가 제시됐었다.

그중 하나가 발전된 ‘신용카드’ 문화였다. 지급결제 부분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아직도 신용카드가 가지고 있는 ‘편의성’과 ‘범용성’은 쉽게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물론 최근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결제 부분에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시도되면서 카드사와 부가가치사업망(VAN)사를 거치지 않는 서비스 방식이 과감하게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오프라인 결제에 있어서 카드사와 협력하지 않고서는 핀테크 서비스가 정착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플라스틱 카드로 대표되는 물리적 신용카드의 존재 의미에 대해선 여러 가지 논의가 나오고 있다. ‘앱 카드’와 같이 실물 카드 없이도 신용카드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고 바코드 결제, NFC결제처럼 실물카드의 존재 의미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 실물카드를 발급받지 않고서도 스마트폰에 카드 등록이 가능하도록 해 실물카드에 대한 필요성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여전히 플라스틱 카드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IBK기업은행은 유명 가수인 지드래곤이 직접 디자인 한 ‘GD카드’를 선보였다. 기업은행이 10만개 한정으로 발급한 GD체크카드는 30시간 만에 2만6000여 명이 신청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캐릭터를 반영한 체크카드를 통해 재미를 봤다. 캐릭터 덕에 매출에 도움이 됐다고 ‘라이언 이사’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케이뱅크도 네이버의 캐릭터인 ‘라인프렌즈’를 체크카드 마스코트로 정했다. SC제일은행도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등 마블 캐릭터를 이용한 체크카드들 선보이기도 했다.

금융사들은 이처럼 디자인 차별화 등을 통해 체크카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카드 발급 고객을 잠재적으로 해당 금융사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사의 브랜드를 젊은 층에게 인식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카드의 변신은 외적인 부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단순한 플라스틱 카드에서 IC칩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지문인식, OTP활용, 가상화폐 저장소에 이르기까지 기술적인 발전도 꾸준히 병행되고 있다.

KT는 여러 가지 신용카드를 하나의 카드에 집적한 스마트카드 ‘클립카드’를 선보였으며 스타트업 등 일부에서도 멀티 기능을 포함한 카드를 해외를 대상으로 선보이고 있다.

마스터카드와 비자의 경쟁도 한 몫 하고 있다. 글로벌 카드업계의 양 대 강자는 서로 카드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기술 확보 경쟁에 올 인하고 있다. 핀테크 관련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면 “될 성부른 떡잎이 되기도 전에 일단 (스타트업 등 기술기업을)사고 보자”라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표면적으로 점차 사양화되고 있는 플라스틱 카드는 해외 시장에서 오히려 환골탈태를 거듭하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망이 우리나라에 비해 적게 깔려 있던 유럽, 미국 등 해외 등지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럽에서 오픈 뱅킹 API 정책은 금융사 주도의 본인확인 이슈를 새롭게 제기하고 있으며 여기에 마스터카드와 비자는 인증 게이트웨이 선점을 위한 플라스틱 카드 소유자의 본인확인 절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플라스틱 카드 안에 IC칩과 액정 표시장치 등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플라스틱 카드가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제 인프라의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그네틱 카드 생산이 사양길에 들어서고 IC칩 기반으로 전환된 바 있지만 아직도 결제 인프라는 마그네틱 카드 결제 위주로 이뤄져 있다.

중국의 위챗페이나 알리페이가 바코드, QR코드 등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이용한 결제 방식으로 결제 인프라에 대한 고민을 던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에 깔려 있는 인프라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결제 방식에 대한 진화가 늦은 편이다.

다만 어느 나라보다 발전된 신용카드 문화는 자연스럽게 부가적인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이는 국내 금융사는 물론 관련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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