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철강 관세 ‘한국 면제’ 공식화…작년 수출물량의 74% 쿼터 확보

신현석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 한미 양국은 최대 이슈였던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면제하는 데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관심 사안인 자동차 분야 협상에서 일정 부분 협의를 내주면서 철강 관세 조치 면제를 이끌어냈다. 필요한 수준에서 명분을 제공하되 실리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개정협상 장기화에 따른 무역 불확실성 요소를 제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대한(對韓) 적자품목인 자동차 분야에서 화물자동차 관세철폐 장기유예, 우리 안전·환경기준 기본 체계를 유지하되 운영상 유연성을 일부 부여하는 전략을 취했다.

한미 FTA 이행이슈인 원산지 검증,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관련해서는 한미 FTA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수준으로 합의했다.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와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협정문 개정을 통해 우리 관심사항을 반영했으며, 일부 섬유품목에 대한 원산지기준 개정을 추진함으로써 대미(對美) 섬유 수출애로 해소도 도모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수석대표 간 협의 및 분야별 기술협의를 통해 협상 범위를 핵심 관심분야 중심으로 대폭 축소했다”며 “협상 범위가 축소된 상태에서 양국 통상장관회담에서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 또는 절충안 모색으로 원칙적 합의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제3차 개정협상, 6차례 한미 통상장관회담, 4차례 한미 FTA 수석대표 간 협의, 분야별 기술협의를 진행했다.

◆ “미국의 철강 고율관세, ‘한국 면제’ 합의” = 26일 산업부는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에 대해서는 2015~2017년 간 평균 수출량(383만톤)의 70%(268만톤)에 해당하는 쿼터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268만톤은 2017년 대비 74% 수준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 1위, 대미 철강수출 3위국으로, 당초 미국 상무부 232조 권고안에서 러시아, 터키, 중국, 베트남 등과 함께 53% 관세부과 대상인 12개국에 포함된 바 있다.

산업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 달여간에 걸친 전방위적인 아웃리치, 미국 당국과의 치열한 협상 및 민관 협력을 통해 국가면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국가 면제가 조기 확정됨으로써 25% 추가 관세 없이 2017년 대미 수출량(362만톤)의 74% 상당 규모에 해당하는 수출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국내 기업들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제거된 셈이다.

산업부는 “품목별로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인 판재류의 경우 2017년 대비 111% 쿼터를 확보했으나, 유정용강관 등 강관류 쿼터는 2017년 수출량 대비 큰 폭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강관 업체에 대해 수출선 다변화, 내수진작 등 피해 최소화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관의 대미 수출량은 2015년 149만톤, 2016년 94만톤, 2017년 203만톤이었다. 이번에 합의된 쿼터는 104만톤이다.

산업부는 “미국 쿼터로 인한 세계 수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특히, 이미 미국의 철강재 가격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고, 여타 수출국에 25% 관세 부과 시 추가 가격인상이 불가피해 수출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액 감소폭은 이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절차에 따라 우리 철강업계가 미국 현지 수요기업, 투자기업 등과 함께 진행하는 품목 예외(product exclusion)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글로벌 보호주의 확대 등 대내외 환경변화를 철강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철강재 고부가가치화 등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 내 공급이 부족하거나 특별한 국가 안보 사안이 걸린 품목에 대해서는 예외로 다루고 있다.

◆ 미국 자동차 협상, “일부 유연성 부여” = 미국은 자동차 협상에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은 철강 관세 관련 협상을 활용해 자국에 유리한 자동차 관련 협의를 이끌어냈다.

협상 결과, 미국은 화물자동차 관세 철폐기간을 연장하고,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에서 유연성을 일부 확대했다.

미국 화물자동차의 관세철폐 기간을 현재의 10년차 철폐(2021년 철폐)에서 20년(2041년 철폐)으로 연장한 데 이어, 제작사별로 연간 5만대(현행 2만5000대)까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 안전기준을 따른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미국 기준에 따라 수입되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 미국기준을 인정한다.

지난 2016년 마련된 연비 및 온실가스 관련 현행기준은 2020년까지 유지한다. 차기 기준(2021~2025년) 설정 시에는 미국 기준 등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하고 소규모 제작사 제도도 유지하기로 했다. 친환경 기술개발 인센티브인 에코이노베이션 크레딧의 인정 상한도 확대한다. 또한 배출가스 관련 휘발유 차량에 대한 세부 시험절차·방식과 미국 규정의 조화를 맞추기로 했다.

한편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원산지 검증 관련 사안에 대해, 미국은 한미 FTA에 합치되는 방식으로의 제도 개선 및 보완에 합의했다.

◆ “ISDS 및 투자자 남소방지 등 추진” = 한국은 이번 협상 결과 ISDS 관련, 투자자 남소방지 및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관련 요소 반영, 무역구제 관련 절차적 투명성 확보, 섬유 관련, 일부 원료품목에 대한 원산지 기준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산업부는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핵심 민감분야(red-line)에서의 우리 입장을 관철했음은 물론, 신속한 협상 타결로 개정협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핵심 민감분야(red-line)로 설정한 분야 사항인 농축산물 시장 추가개방,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등을 미국 측에 관철시켰다. 한미 FTA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도 협상범위를 최소화해 협상을 신속히 타결함으로써, 개정협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평가다.

산업부는 “향후 양측은 조속한 시일 내 분야별로 세부 문안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문안 작업이 완료된 후, 정식 서명 등을 거쳐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하는 등 향후 절차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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