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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이용대가·세금 역차별…기울어진 인터넷운동장 바로잡자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몇몇 대형 인터넷 콘텐츠 기업(CP)이 지배력 확대를 비롯해 글로벌 인터넷 기업과 국내 기업간 역차별 문제 등이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 구현을 위한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은 '소수의 미국 거인(giants)'들로 불리며 세계 인터넷 생태계의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과 함께 독점, 과세차별 등에 따른 논란도 커지면서 개별 국가 차원에서 규제 움직임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네트워크사업자(ISP)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힌 페이스북에 대해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이라는 기업 규모에 비해 과징금이 크지는 않아 솜방망지 규제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외국 부가통신 사업자로는 처음으로 국내 금지행위 위반으로 처분을 받았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방통위 조사결과 페이스북은 SKT·LGU+에 대해 KT를 통해 접속하도록 했다. KT와의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업자와의 구체적인 협의나 이용자 고지 없이 SK텔레콤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했다. 자사 이익을 위해 이용자 불편은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페이스북의 금지행위 위반 이면에 가려진 근본적인 문제는 글로벌 CP들과 국내 CP들과의 역차별을 꼽을 수 있다.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CP들은 트래픽 발생에 따른 망이용대가, 국내세법에 따른 세금 납부 등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CP들은 과실만 가져갈 뿐이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들은 국내에서 광고, 유료서비스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지만 세금은 한 푼 내지 않고 있다. 국내 사업자가 아니다보니 한국에서 발생하는 수익 규모에 대해 공개할 의무가 없어 매출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과세 체계는 사업장이 해외에 있을 경우 해당 국가에서 과세한다. 글로벌 CP의 서버의 위치(국가)를 기준으로 사업장을 판단하고 있는데 대부분 글로벌 CP 서버는 해외에 있기 때문에 국내 납세실적은 사실상 없는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한 네이버의 경우 법인세 3600여억원을 내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은 한푼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네트워크 무임승차 문제도 수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구글의 유튜브는 모바일 동영상 이용자 중 80%가 이용하고 있으며 체류시간 측면에서도 토종 서비스를 압도하고 있다. 국내 ISP에 따르면 구글의 트래픽은 4년간 5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리지만 세금도 내지 않고 망이용대가도 분담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내외 규제기관에서 역차별 해소, 공정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구글세(Diverted Profits Tax)를 2015년 4월에 도입했다. EU도 글로벌 CP들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한 방법으로 높이거나 인접 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시키는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구글에 대해 3.1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트래픽 분쟁과정에서 자국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에게 우호적 판단이 내려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규제기관은 자국의 초고속인터넷사업자가 글로벌 CP에게 인터넷 트래픽 유발에 따른 대가 지급을 요구했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추가적인 망 증설을 중단한 행위에 대해 합법이라는 판결했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도 기회가 있을때마다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문제해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에는 사회적 논의기구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가 출범하며 국내외 CP간 역차별 문제, 부당한 과금 차별 개선 등 상생협력방안과 이용자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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