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MS의 ‘새로 고침’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한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회자되던 글로벌 IT업계 조직 풍자 카툰이 있다. 오라클은 엔지니어링 조직에 비해 거대한 법률(legal) 조직, 애플은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퍼져있는 모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각 조직(그룹) 저마다 총을 겨두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국내에도 출간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의 책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에도 이러한 모습이 묘사돼 있다(히트 리프레시라는 책 제목은 키보드의 F5 버튼을 누르면 웹브라우저의 플랫폼은 남고 콘텐츠는 바뀌는 ‘새로 고침’에서 착안했다).

책에는 내부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담겨있다. 취임 이후 나델라 CEO는 리더십 연수기간 동안 연구원, 엔지니어, 영업, 마케팅, 인사, 재무 담당자 등을 섞어 여러 팀으로 나눈 뒤에 소비자를 만나게 하고 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도록 한다.

책 136페이지를 보면 “승합차에 탑승한 사람들은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서로에 대해 배웠으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다. 그들은 ‘소문 속의 총’을 내려놓고 MS가 사명을 완수할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014년 2월 40여년 MS 역사상 세 번째 수장에 오른 나델라 CEO는 부임 이후 내부에 새로운 혁신을 불어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1990년대 ‘윈도’로 세계 IT세상을 지배했던 MS는 모바일 시대의 개막과 함께 기존 PC 시장 침체 등으로 위기를 겪는다. 하지만 나델라 CEO는 ‘클라우드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라는 전략을 앞세워 ‘윈도 제국’을 몰락에서부터 구해내는 중이다. 최근에는 조직개편 및 대대적인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거대하고 관료적인 기업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MS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델라 CEO가 핵심으로 삼은 주요 덕목은 ‘공감’이다. 내부 직원과 파트너, 고객사와 미래 기술에 대한 ‘공감을 할 수 있을 때 MS,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공감은 문제를 해결할 때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이것은 사고방식이자 문화다. 나델라의 경우에는 뇌성마비로 태어난 아들 ‘자인’의 영향이 컸다. 그는 자신의 아이와 같은 장애인들이 더욱 쉽게 기술에 접근하고 이것이 수많은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열정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윈도10 출시 행사를 화려한 행사장이 아닌 아프리카 케냐에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케냐와 같은 동부 아프리카 지역의 외딴 시골 농부가 IT기술을 통해 절망적인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따듯한 IT’ 기술이다.

한국MS는 최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책을 기자들에게 나눠주었다. MS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느껴보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한국MS는 클라우드나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양자컴퓨터 시대를 맞아 영업 조직의 물리적 변화는 물론 화학적 변화를 일구어 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윈도 몇 카피를 팔았는지가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기업과 고객을 직접 만나고 기업의 수발주 시스템에 적합한 영업 전략에 부합하는 본격적인 ‘어른의 영업’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MS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없 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큰 성장을 거뒀다고는 하지만 이는 0에 수렴하는 시장 비중에서 시작한 만큼 정당한 비교수치가 될 수는 없다. 나델라 CEO가 말한 것처럼 조직 내 벽을 허물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조직이 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과거의 경험으로는 한국MS에서 내부 직원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고 고객이 원하는 사안에 대해서 답을 정확히 할 수 있는 부서나 직원이 어디인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이 사실이다. 흔히 세계에서 일하기 가장 좋은 조직으로 몇 몇 글로벌 IT 업체들이 선정되곤 하는데 이를 한국 지사에 대입하면 씁쓸한 웃음만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의 구상과 비전, 이 ‘새로 고침’이 한국MS에도 잘 뿌리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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