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8세의 현역 IT인…그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박기록

(주)푸드테크 여의도 본사 사무실
(주)푸드테크 여의도 본사 사무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당시 기자가 인터뷰는 했던 '60대(代) IT 개발자' 는 이제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68세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당당한 ‘현역 IT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5년만에 다시 만난 (주)푸드테크 이태호 실장(68. 사진)은 기자에게 “보시다시피 잘 지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5년전 인터뷰 기사가 나간 이후, 국내에선 '40대가 정년'이라는 통념을 깨고, 60대 IT개발자로 활약하는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었고,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여전히 건강하시다’는 인사에 이 실장은 “특별한 비결은 없고, 집사람과 함께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즐겁게 생활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오전 7시에 출근하고, 대신 오후 4시에 일찍 퇴근한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는 이 원칙을 꼭 지킨다고 했다. “그래야 업무 효율도 높아지고 집중력도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여기엔 다른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않으려는 뜻도 숨어있는듯 하다.

희끗 희끗한 머리지만 항상 미소띤 온화한 얼굴, 운동으로 단련된 당당한 체격은 그대로 시간이 마치 멈춰버린듯 5년전 모습 그대로다.
물론 당시와 비교해, 몇가지 변화가 있었다.

먼저,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 좋은 일이 생겼다. 과거 (주)푸드테크는 (주)유니타스의 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 및 O2O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부서였으나 지난해 분사해 독립 기업으로 새출발했다.

특히 푸드테크(대표 강병태)는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비지니스 모델이란 평가속에 우아한형제들과 네이버 등으로부터 167억원을 투자받았다. 유치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업계 9위를 기록할 정도로 '대박'이었다.

지금도 전국 1만2000개 치킨 가맹점에선 푸드테크의 POS시스템으로 주문 및 배달 접수가 쉴새없이 밀려든다.

회사가 커지면서 직원들도 많이 늘었다. 예전과 비교해 더 역동적이고 활기차 보인다. 영등포에서 여의도로 옮긴 사무실에는 새 얼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없었던 직원 전용 카페테리아도 인상적이다. 회사 분위기에서 업그레이드된 여유가 느껴진다.

이실장은 “푸드테크는 강소기업이다. 그동안 회사에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사장님과 직원들 모두 열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일원으로써 보람차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실장 개인적으로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아쉽지만 그는 더 이상 ‘IT 개발자’는 아니다. 그는 지금의 (주)푸드테크를 있게한 POS시스템의 핵심 개발 멤버지만 현재는 개발 업무 보다는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덜한 본사 –가맹점간 시스템 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그때 조언하고,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수정도 한다.

그는 “1년전, 백내장 수술을 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3개월 가량을 쉬었다가 복귀했다”고 말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건강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도 나이를 속이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웃음) 예전보다 기억력이 좀 떨어진거 같아 요즘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비록 안 좋은 상황이 찾아와도 이처럼 매사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자세에서 깊은 연륜이 느껴진다.

# 아직 '현역'으로 일한다는 것, 그에겐 어떤 의미일까.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입니다. 그것입니다. 제 아내도 친구들을 만나면 당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지금 업무가 개발처럼 창의적인 영역은 아니지만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후배들 일을 봐주고, 조언하고 그런 일들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회사의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않고 평직원들과 함께 나이가 관리자들(팀장)로부터 미션을 부여받는 수행업무만 한다. 그는 지난 수십년가 IT 전문가로서 쌓아왔던 노하우, 그리고 때로는 그들의 인생 선배로써 도움이 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의 카페에서 환담을 나누는 이태호 실장(좌), 강병태 푸드테크 대표(가운데), 송근섭 유니타스 대표(우)
회사 내부의 카페에서 환담을 나누는 이태호 실장(좌), 강병태 푸드테크 대표(가운데), 송근섭 유니타스 대표(우)

5년전 이실장을 만났을때는 그는 자신의 기술에 몰두하는 ‘장인(匠人)’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온화한 눈빛으로 후배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노송(老松)의 이미지다. 영화 ‘인턴’(2015년)에서 70세 인턴 역할을 맡았던 로버트 드니로가 연상됐다.

회사에 새로 입사한 직원들의 경우, 아무래도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처음에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실장은 그런 직원들이 빨리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 노하우와 로직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와 이날 점심을 같이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이어갔다. 건강 문제와 가족,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 IT기업의 근무환경과 요즘 많이 얘기하는 워라벨, 유연근무제, 은퇴를 앞둔 IT인들의 재취업 등 다양한 주제들이 올라왔다.

#젊은 직원들과 소통, 스스로의 벽을 낮춘다

그에게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은 항상 즐겁고 설레는 일이지만 한편으론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비교적 젊은 직원들이 많은 IT기업에서 시니어 직원과의 소통은 사실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는 “젊은 친구들에게 나도 모르게 ‘꼰대’처럼 행동하게 될까봐 걱정된다”며 웃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며 스스로 높은 벽을 쌓는 모습을 경계한다고 한다. 그는 모든 직원들에게 존대하지만 대화가 전혀 딱딱함이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다.

요즘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처럼 혁신적인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굉장히 스마트하기 때문에 내가 그들을 이길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업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그러한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느껴지지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숭실대 전산계산학과 71학번이다. IT 1세대다. 그가 젊었을때 존재하지도 않았던 자바(JAVA)를 나이들어서 젊은 친구들에게 어깨 너머로 배웠고, 결국 이 분야의 마스터가 됐다.

#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행복한 일이 많다.

한편 재취업에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은퇴자나 또는 조만간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IT업계의 후배들에게 그는 경험자로써 몇가지를 부탁했다.

그는 “내려놓아야만 그만큼 또 채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막상 내려놓는 것은 별거아니다. 용기를 내보시라”고 조언했다. 비단 IT업계 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실제로 은퇴후 재취업을 생각하게되면 자신이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과 명예, 사회적 평판때문에 선뜻 일을 하고 싶어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주저함이 부질없는 것으며,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도 과거엔 수십명의 직원을 거느린 큰기업의 임원이었지만 지금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자존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은퇴자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 해준다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인력을 구하기힘든 IT기업들에도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얘기 중간 중간에 그는 “내 사정을 이해해준 강병태 대표에게 고맙다”고 여러번 말했다. 건강을 고려해 강병태 대표는 이실장에게 파트 타임, 주 3일 근무 등 사정을 배려했는데 그것에 대한 고마움이다. 20년전 한국NCR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긴 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지금까지의 동행은 어려웠을 것이다.
강병태 대표는 올해 초 시무식때, 사무실 벽면에 직원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이실장을 응원하는 격문을 붙여놓았다.(사진 참조) 아마도 회사 직원들도 이실장처럼 자기 분야에서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며 일해주기를 바라는 의미일 것이다.

# 인생에 소중한 것들은 많다

그는 ‘워크 홀릭’이 아니다. 일을 사랑하지만 다른 가치들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가족에게 밥을 사고 손주에게 용돈을 주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IT분야는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나 유연근무가 비교적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워라벨'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그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일도하고 동시에 여가도 즐기면서 균형있게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젊었을때는 직장잡기가 힘들었고 죽기 살기로 살아야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 잖아요”.

이실장은 그동안 방송국 등 여러 언론 매체에게 인터뷰 요청을 받았었지만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데 너무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게 부담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4월4일. 푸드테크 본사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인터뷰 약속은 5년전에 잡았던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다시 5년 뒤에 뵙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건넸다. 5년뒤에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5년뒤에도 그가 현역 IT인으로 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그때도 그가 여전히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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