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밸류(Value)가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파운드리입니다. 저는 파운드리 선두업체인 대만 TSMC를 완전히 앞서겠다는 얘기를 안 합니다. TSMC 같은 회사가 한 10개쯤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쟁 구도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협력 구도로 가야 합니다”
11일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18’에서 삼성전자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경쟁사를 이긴다는 관점이 아니라 당장은 파운드리를 하기 위한 기반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5월 조직개편으로 시스템 LSI 사업부 안에 속해있던 파운드리 사업팀을 독립된 사업부로 승격하고 같은 해 11월 정기사장단 인사에서 당시 정은승 부사장을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모양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한계를 느낀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은승 사장은 “저는 생각이 다르다. 제가 34년간 반도체를 해오면서 느낀 것은 지금 이 시점이 바로 파운드리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사장은 “왜 삼성이 대만의 TSMC가 절대강자인 분야로 진출하느냐는 질문이 많다”라며 “4차 산업혁명의 애플리케이션은 한 명의 천재가 다 만들 수 없다. 결국 젊은 스타트업과 벤처 안의 한 명, 두 명의 아이디어가 계속 쌓여야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된다. 4차 산업혁명에 녹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칩으로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즉, 세계 팹리스 디자인 하우스의 아이디어를 칩으로 구현하는 시장을 큰 기회로 봤다는 뜻이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서비스를 책임지는 ‘원 스탑 숍(One stop shop)’을 기치로 내세웠다.
1947년 처음 반도체가 만들어진 이후 수많은 전자기기에 반도체가 탑재돼왔다. 주목할 점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전자기기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지만 그 안에 들어갔던 반도체만은 계속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정 사장은 AI(인공지능), 바이오, 스마트팩토리,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스마트카 등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반도체의 역할과 기능도 더 폭넓게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사장은 “사람이 생산한 전자제품 수는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1250억개가 된다. 또한 이는 모두 연결된 ‘커넥티드 디바이스’ 형태”라며 “IoT 안에서 반도체를 어떻게 구현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팩토리도 굉장히 진화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일하기보다 휴식이나 정신적인 레저를 즐기는 쪽으로 가고 있다”라며 “그러니 스마트 팩토리 흐름은 당연히 것이다. 스마트팩토리에도 전부 반도체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든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반도체가 어떻게 접목될지를 업계가 같이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하며 실제 개발자들이 밤잠을 설치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안에 반도체를 집어넣는 도전이 반도체 업계의 숙제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무서운 법칙인 ‘무어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반도체 업계가 잠을 못 자면서 일을 해왔다는 점이다. 저도 34년째 반도체 업계에 있는데 지금도 매일 잠을 못 자고 산다”라고 말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주장한 것으로, ‘반도체 메모리 용량은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정 사장은 “무어의 법칙 때문에 반도체는 계속 진화해서 지금 7나노까지 왔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2.5나노까지 가능해 이후가 문제다.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이제는 모든 역량을 합쳐 반도체 밸류를 진화시켜나가야 하는 큰 도전에 직면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래 4차 산업혁명에서 반도체는 충실히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 정 사장은 “반도체는 계속 진화하고 IoT, 인공지능, 빅데이터 쪽으로 진화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모든 전자기기는 반도체 없이는 존재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스마트폰도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래에도 반도체가 없으면 그 어떠한 것도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사장은 시스템 LSI 사업 태동기부터 주요 공정개발을 주도한 인물로 반도체 개발·제조뿐 아니라 경영마인드까지 갖춘 차세대 경영 리더로 꼽혀왔다. 파운드리 TD팀장, 시스템 LSI사업부 제조센터장, 반도체연구소장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