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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완화' 인터넷전문은행 훈풍 …2기 설립 물밑작업 본격화되나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할 수 있을까. 최근 정치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필요조건인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했던 기업들이 다시 물밑 검토를 타진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는 지난 4월 출범 1년을 맞이했으며, 2호인 카카오뱅크는 오는 27일 1주년을 맞이한다. 이 두 은행은 국내 은행권과 핀테크 시장에 활력소이자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서민을 위한 중금리대출의 실적 부진, 이상금융거래탐지(FDS) 미작동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비대면금융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올렸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이 기존 금융권에 어떠한 '메기효과'를 가져왔는지는 더 따져봐야하겠지만 아무튼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 덕분에 시중은행들의 비대면채널 강화, 서비스 편의성 확보 노력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지난 1년간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고분분투를 거듭해왔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본금 확충의 어려움이다. 은산분리 규정 탓에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 탓에 주택담보대출, 중금리 대출 등 서비스가 활성화될수록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선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유상증자에 나섰던 케이뱅크는 15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1/5 수준인 300억원을 확보하는데 그치기도 했다.

◆은산분리 완화에 공감대, 분위기 반전 = 이처럼 은산분리에 대한 완화, 혹은 법 개정이 미뤄져왔던 이유는 정치권에서 명확한 전선이 형성된 탓이 컸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산업자본 허용과 관련해 특례법 등 관련법안 5건이 계류 중인데 그동안 협상에 난항을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2기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 중이었던 한 기업의 TF를 맡았던 관계자는 “2기 사업자 선정을 준비하기 위해 1기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도 참여하지 않고 사업계획서 등을 마련하고 컨설팅도 받았지만 정치적인 대립이 심해 결국 무산된바 있다”며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정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제한적인 산업자본 지분 완화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지속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 최종구 위원장은 23일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혁신기술을 촉진하고 확산해 핀테크 생태계에서 하나의 구심점으로서 금융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수장이 예기치 못한 일로 자주 교체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핀테크 업계는 좌불안석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대기업의 금융시장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평가되던 금융수장의 등장에 추가적인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이 가능하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일자리 창출' 공감대, 금융규제 완화 맞물려 = 하지만 최근 문재인정부가 규제 타파와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혁신을 정부부처에 주문하면서 금융당국의 발걸음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 관련 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한 이후 각 부처에 ‘선 허용, 후 규제’를 강조하고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클라우드 활용 규제 완화와 신용정보사업 창출을 위한 중요 금융정보의 위탁 허용 등 규제의 끈을 풀어 헤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은산분리 완화는 국회에서 법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다. 또 아직 시민사회단체에서 은산분리 완화에 거부감이 크다. 이와 별개로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규제 완화는 마무리된 상태다. 결국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해법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의 변화하는 분위기는 IT와 유통, 제조 등 다양한 산업군의 인터넷은행 참여 검토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신사업 관련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의 신사업 TF는 남북경협과 데이터 활용,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미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관련 사업에 대한 사전 준비에 들어간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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