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동진쎄미켐, 코오롱과 CPI 협업 결렬?…日 업체에 밀렸나

신현석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CPI(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생산 준비를 마친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인더)가 어떤 하드코팅 업체와 협업하게 될지 주목된다.

애초 투자자 사이에서는 코오롱인더가 국내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용 전자재료 제공업체 동진쎄미켐과 CPI필름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오롱인더 측은 최근 IR(기업설명회)을 통해 일본 하드코팅 업체와의 협력에 무게를 두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코오롱인더, 동진쎄미켐 관계자들은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코오롱인더가 국내로만 한정하기보다는 일본 등 해외로 눈을 돌려 여러 하드코팅 업체를 물색해왔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아직 하드코팅 관련 매출이 미미한 동진쎄미켐이지만 미래 성장성을 먹고 사는 주식 투자자에게 코오롱인더와의 협업 결렬은 뼈 아픈 얘기가 될 수 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KB증권에서 열린 IR을 통해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CPI필름은 베이스 필름 위에 하드 코팅을 해야 한다”라며 “CPI필름 베이스 필름 업체로서 하드코팅을 하려면 잘 할 수 있으나 대응을 빠르게 하기 위해 잘하는 업체와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여러 코팅 업체가 있다. 잘하는 업체와 손을 잡고 잘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시장을 빨리 열기 위해서 하드코팅을 다른 업체에 맡기고 있다. 업체 이름은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어느 제조사와 어떤 사양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니, 일본 업체든 국내 업체든 특정 업체하고만 협업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루트를 통해 다수 업체와 모색한다는 뜻이었으며, 잘하는 코팅업체와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사이에선 코오롱인더와 협업하는 코팅업체로 동진쎄미켐이 꼽혀왔다. 현재 삼성전자는 동진쎄미켐 주식을 4.8%(128만5360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진쎄미켐과의 협업이 삼성전자 납품 경쟁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도 제기돼왔다.

그러나 동진쎄미켐 관계자는 “코오롱인더와의 협업 관련 사항을 우리가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설사 사실이더라도 영업 비밀”이라며 “우리가 3~4년 전에 하드코팅을 개발해서 매출이 바로 나올 것으로 봤었는데 아직 준비 단계이며 매출이 정상적으로 나오지는 않고 있다. 현재 거래처 영업은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감광액, 산업용기초소재인 발포제, TFT(박막트랜지스터) LCD 화학제품 등을 생산한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 7851억5500만원 중 감광액 및 발포제 등 국내 전자재료 매출 비중은 70.98%, TFT LCD 화학제품 등 해외 전자재료 비중은 28.02%였다. 중국 닝샤 발포제 생산 공장 건설 및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 등 기대감이 없지 않으나 주가는 최근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3일 종가는 1만250원이다. 작년 11월 고점 대비 60% 가량 하락한 수치다.

◆‘코오롱인더 VS 스미토모화학’ 경쟁=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에 CPI필름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업체는 코오롱인더와 스미토모화학이다. 세계에서 CPI필름 관련 기술력을 갖춘 업체는 코오롱인더, SKC, 스미토모화학 정도에 불과하다.

이 중 코오롱인더만 유일하게 CPI필름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해 삼성 납품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스미토모화학이 삼성전자에 CPI필름을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오롱인더 VS 스미토모화학’의 양강구도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스미토모화학은 100% 자회사인 동우화인켐과 CPI필름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토모화학이 코팅 분야에서 앞서 있어 다른 베이스필름 업체와 협력해 CPI필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스미토모화학이 우리와 경쟁하는 것은 사실이다. 정확하게 삼성에 공급할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우리가 삼성으로부터 퀄(Quality·품질인증)을 받는 것을 볼 때 스미토모와 우리가 경쟁업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스미토모는 코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베이스 필름은 대만에서 아웃소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 측은 화웨이에도 BOE, LG디스플레이 등 업체를 통해 CPI필름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미토모 화학이 화웨이에도 공급을 추진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신현석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