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데이터 주권 부상 “내 정보, 스스로 활용하고 통제한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경제적 자산이라는 불리는 ‘데이터(Data)’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범정부 대책 발표가 예고되는 가운데, 국가·개인의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이 전세계에서 부상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간한 ‘데이터 주권 부상과 데이터 활용 패러다임의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 경제·사회적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데이터 주권 강화 정책을 채택하고 있고, 한국 또한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 주권은 신체나 재산의 권리처럼 개인에게 정보 권리를 부여해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데이터 제공의 주체인 개인을 데이터 시대의 이해관계자로 편입시켜 정보 제공, 공유, 활용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데이터 주권을 높여 데이터 유통과 활용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이러한 자기 통제권이 확보되면 스스로 데이터를 보호, 제어할 수 있게 돼 데이터 보호와 활용의 균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새로운 데이터 활용과 이익 환원 방식에 대한 정책적 대안 논의와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불안한 보호에서 안전한 활용으로, 폐쇄적 보관에서 적극적 제공으로, 무조건 수집에서 가치 데이터 선별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며 “새로운 자산·화폐로 불리는 데이터를 그에 합당한 가치로 평가하고 정보를 안전하게 제공·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 선점과 데이터 경제 선도를 위해서는 데이터 이용 환경의 전면적인 재정비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서도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통해 기존 데이터보호지침에 비해 개인의 데이터 권리를 강화했다. 사용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 처리와 활용을 강조하고, EU 국가 간 자유로운 데이터 흐름 보장을 명시했다.

잊힐권리와 데이터 이동권,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면서 가명정보 활용을 법적으로 규정했다. 자국민 데이터의 해외서버 이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국외이전 허용조건과 절차를 명시화하기도 했다.

미국은 데이터 규제는 완화하면서 국가안보 관점의 사이버보안을 강화하는 추세다. 트럼프 정권에서는 기존 데이터 보호 규정을 관련 산업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인식하고 완화하는 조치를 지난해 1월 시행했다. 또, 개인이 데이터 활용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분위기다.

일본은 지난해 5월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익명가공정보 제도를 도입해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을 개선했다. 여기에도 해외에 있는 제3자에게 자국민 개인 데이터 제공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보주체의 결정권과 민간시장 자율성을 고려한 데이터 유통 인프라 구축도 논의되고 있다.

중국은 국가의 데이터 주권을 중요시하고 있다. 분산된 네트워크 보호와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정을 네트워크안전법으로 통합해 국가 데이터 통제권을 강화하고 데이터 국지화 정책을 통해 중국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고 있다. 또, 세계 첫 빅데이터거래소를 설립해 데이터 유통 및 거래망을 구축했다.

중국에서는 외국기업의 자국민 데이터 수집과 처리는 엄격하게 제한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 정부 요구로 사용자 데이터 수집과 원격 업데이트 기능을 제외한 윈도10 중국 정부 버전을 별도로 개발한 바 있다.

한국은 정보주체 중심의 데이터 활용체계인 ‘마이데이터(MyData)’ 도입과 관련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지난 6월 발표했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가 기관으로부터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내려받아 이용·공유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 활용 방식이다. 이와 함께 데이터분야 규제혁신을 위한 범정부 빅데이터산업 발전안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한국에서도 데이터 보호와 활용을 보장하는 법제도 개선과 데이터 수집·처리, 활용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데이터를 편하게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데이터 주권 강화·확대를 위해 민간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시가 IBM과 협력해 대기오염원 데이터를 분석·예측하는 IBM 왓슨 기반 대기오염 모니터링 시스텝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그 예다.

다만, 시민단체를 포함한 일각에서는 데이터 결합과 활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안전한 개인정보보호 장치와 독립된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 통합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경제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과 시민단체와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보고서는 “한국도 민간·공공 부문 데이터·기술 융합으로 사회문제 해결과 데이터 기반 혁신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며 “민간 참여로 정부 연구개발(R&D) 시범사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지는 사업화 과정이 효율화돼 지속적인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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