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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간 동안 회사는?… ‘경단남’ CTO의 고민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주변 대학 후배들이 창업을 한다고 하면, 군 문제를 고려하라고 합니다.”

국외 송금 서비스 스타트업 센트비의 박청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가 한 말이다. 최근 강남구 드림플러스 센트비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 CTO는 군 문제로 인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가 아직 만 25세 군 미필이기 때문이다.

센트비의 국외 송금 서비스는 전통 방식 대비 빠르고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은행을 통하면 2~3일 걸리는 송금을 늦어도 하루 내에 보낼 수 있다. 여러 건을 묶어 송금하는 ‘풀링’ 방식 덕분에 송금 수수료도 최대 90% 이상 절약된다. 센트비는 이를 활용해 회사 설립 3년 만에 누적 송금액 720억원 이상, 직원 50명 규모로 성장했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 이상 국가에서 센트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박 CTO는 이 과정에서 개발팀을 총괄했다.

박 CTO는 대학교 3학년 시절 동문 최성욱 대표의 아이디어와 ‘풍채’에 반해 센트비 창업에 참여했다. 학업을 미루고 밤낮없이 달리며 회사를 키웠다. 그러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한민국 병역 의무는 대학교 졸업 시점까지만 연기할 수 있다. 그는 일반휴학 3년, 창업휴학 1년을 모두 소진했다. 즉, 내년 학교로 돌아가 4학년을 마치면 그는 군에 입대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특히 박 CTO 수준의 개발 인력을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회사 측은 “박 CTO의 부재는 거의 대체가 불가능한 수준의 회사 타격”이라며 “기술 쪽 거의 모든 중추에 그가 참여했기 때문에, 회사 존폐 기로가 걸려있을 정도로 중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회사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박 CTO의 군 문제 해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센트비는 지난해 6월 외환거래법이 개정되면서 해외송금업 사업자로 정식 인허가를 받고 사업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센트비의 업종이 단순하게 금융업으로 편입된 것이 문제가 됐다. 현행법상 금융기업은 병역특례업종으로 지정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산업기능요원 제도로 박 CTO 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당초 계획이 무산됐다. 센트비는 사실상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이지만 법의 허점으로 인해 유능한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는 길이 막힌 것이다.

창업자들의 군 입대를 연기하는 일부 제도는 있지만, 박 CTO는 대상이 아니다. 그는 “창업 지원을 위해 정부에서도 여러 제도를 마련했지만, 업체 대표가 아니면 이를 적용 받을 수 없다”며 “공동창업자이자 핵심인력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왔지만,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도를 사용할 수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센트비에서 군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개발자는 박 CTO 외에도 또 있다. 센트비는 지난해 특성화고등학교와 3자 협약을 맺고 실력으로 유명한 고등학생 개발자를 채용했다. 센트비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개발자 역시 박CTO와 같은 문제로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할 길이 요원하게 됐다. 더욱이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학생처럼 입대를 연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개발자는 이미 3자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다른 회사로 갈 수도 없다. 인생 계획이 송두리째 꼬일 위기에 빠졌다.

센트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아야 영위할 수 있는데, 현행법상 금융업은 병역특례 뿐만 아니라 VC(벤처캐피탈) 투자를 유치할 수 없다는 문제도 함께 걸려 있다”며 “정부에서도 뒤늦게 사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부랴부랴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업체 입장에서 그를 믿고 세월아 내월아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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