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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지출 ↓ 단말 구매비용 ↑…전체 통신서비스 비용 결국 제자리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요금할인 가입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할인율 확대로 이용자의 서비스 요금 부담은 감소했지만 단말기 비용의 증가로 이용자가 실제 체감하는 통신물가지수는 큰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어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15일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조정했다.

선택약정할인은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들에게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요금을 깍아주는 제도다. 단말기유통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는데 처음에는 12%로 시작했다가 20%로 조정됐고, 다시 1년전 25%로 상향됐다. 장관 재량으로 5%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근거에 의해 이뤄졌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이통사들이 충분히 요금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판단에서 할인율을 확대했다. 하지만 당시 요금할인율과 관련해 왜 5%p를 확대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선택약정할인 25% 가입자는 올해 1월 566만명에서 8월말 1768만명까지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단말기 지원금 규모가 축소되면서 요금할인 혜택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 고객의 가입 비중은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노트9, 신형 아이폰 구매고객을 중심으로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와 이통사에 따르면 이들 가입자가 받게 되는 연간 할인 총액은 2조7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용자의 요금할인 혜택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통사들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지난 2분기 이통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0% 가까이 감소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역시 8% 가량 감소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6월 리포트를 통해 SK텔레콤과 KT의 신용 지표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매출 및 수익하락은 이통사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22년까지 이통3사의 5G 투자규모(CAPEX)는 약 30~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LTE보다 1.5~2배규모에 달한다.

이처럼 요금인하폭은 커졌지만 이용자의 전체 통신서비스 비용과는 괴리가 존재한다. 통신물가지수는 크게 통신 서비스요금과 통신장비비용(단말기 구매비용)으로 구성되는데 서비스요금은 내려가고 있지만 장비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통신물가지수를 살펴보면 2018년 1분기 99.87, 2분기 99.84이다. 하지만 통신서비스물가만 별도로 살펴보면 1분기 99.56, 2분기 98.92로 더 낮다. 반면, 통신장비물가는 1분기 101.52, 2분기 104.86으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최근 프리미엄폰 중심으로 한 단말기 출고가격이 선택약정할인 효과를 상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애플이 공개한 신형 아이폰 시리즈의 국내 출고가는 2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갤럭시노트9 512GB 모델 역시 135만원대 출고가를 기록했다.

실제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가계지출 현황에서도 가구 당 통신장비 구입비용은 전년 대비 10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통신서비스 비용(1.8%)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체감하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단말 출고가 상승을 억제가 병행돼야 한다”며 “10월에 진행 될 국정감사를 통해 출고가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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