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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18] 여성 은행원 ‘2등 정규직’ 대우 여전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 기자] 신한, 우리, KEB하나, KB국민 등 국내 4대 시중은행 직원 중 여성 비율은 절반 안팎을 차지하지만 관리자급 이상 고위직에는 소수에 그치는 반면 하위직군에서는 90% 이상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사회문제로 떠오른 은행권의 ‘2등 정규직’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은행권 직급별 여성 비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 직원 중 여성 비율은 최소 43.7%에서 최대 58.0%를 차지했다. 직급별로는 관리자급 이상 고위직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낮은 반면 하위직군에서는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위직 안에서도 임원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아졌다. 우리은행 부지점장 중 여성 비율은 25.8%를 기록한 반면 나머지 3개 은행은 13.6%-17.4%였다. 지점장 중 여성 비중은 한 자리 수였다. 본부장(상무) 중에는 신한은행에서 53명 중 4명으로 11.3%를 기록하였으나 나머지 3개 은행은 한 자리수였다. 4대 은행 부행장(전무) 72명 중에는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각 1명이 여성일 뿐 모두 남성이었다.

반면 일반 정규직인 대리와 행원 중 여성 비율은 최소 47.3%에서 최고 70.1%를 차지했다. 특히 2등 정규직이라 불리는 하위직군에서는 최소 94.4%에서 최고 99.2%까지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등 정규직이란 고용형태는 정규직이지만, 일반 정규직과 차별을 두고 있는 정규직을 말한다. 은행마다 RS직군(신한), 개인금융서비스군(우리), LO직군(국민), 행원B(하나) 등으로 불린다. 일반 정규직에 비해 임금은 60-80% 수준이고 별도의 승진체계를 갖고, 단순직무 위주의 업무를 하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2등 정규직은 일반 정규직에 비해 대부분 근속연수가 길지만 연봉은 훨씬 적었다. 신한은행의 RS직군의 평균 근속연수는 7.2년으로 일반직(7.1년)에 비해 길었지만 평균연봉은 3700만원으로 일반직(6900만원)의 53.6%에 그쳤다. KEB하나은행의 하위직군인 행원B의 평균 근속연수는 11.8년으로 일반직(9.5년)에 비해 2.3년 길었지만 연봉은 4400만원으로 일반직(5800만원)의 75.9%였다. 

우리은행의 개인금융서비스군의 평균 근속연수는 9.1년으로 일반직(6.9년) 보다 2.2년 길었지만 연봉은 4900만원으로 일반직(5900만원)의 83.1%였다. KB국민은행의 LO직군은 평균 근속연수는 일반직(9년) 보다 1년 짧은 데 비해, 연봉은 4100만원으로 일반직(6800만원)의 60.3%에 머물렀다.

은행권의 채용도 일반정규직은 남성 중심으로, 하위직군은 여성 위주로 이루어졌다. 2015년 이후 최근까지 직급별 신규 채용자의 성비를 보면 일반 정규직의 경우 여성 채용자 비율이 최소 23.2%에서 최대 38.8%에 불과했다. 반면 2등 정규직 채용자 중 여성 비율은 최소 75.9%에서 최대 98.1%를 기록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같은 정규직이면서도 하위직군에 대해서는 일반 정규직과 별도의 승진체계를 관리하고 있어 채용, 연봉차등에 이어 승진까지 차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올해 3월 IBK기업은행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2등 정규직의 승진체계를 일반 정규직과 동일하게 통합하는 개선책을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에 계장 → 대리 → 과장의 3단계로 제한돼 있던 2등 정규직의 승진체계를 일반직과 동일하게 통합하여 팀장, 지점장, 본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중 기업은행과 같은 승진체계 통합을 추진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의원은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30년이 되었는데 은행권의 2등 정규직 문제는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한다’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정신이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만연한 고용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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