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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3억원이 페미니즘 영상 제작에?…한콘진, “사실관계 확인 중”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최근 유튜브에서 가장 논란이 뜨거운 크리에이터 중 하나는 ‘데블스TV’ 채널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남녀 갈등 문제를 영상 콘텐츠 소재로 다루면서 인기와 비난을 동시에 모았다. 래퍼 ‘산이’의 노래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비판한 영상은 공개 3주 만에 조회수 200만을 넘었다. 한동안 조회 수 기준 유튜브 1위를 차지했다.

콘텐츠 제작 업체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소신을 밝힌 것으로도 볼 수 있으나, 제작에 국비 3억원이 투입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문제가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지방 관광 자원 등을 알리기 위한 자금으로 페미니즘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시에 수십명이 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이를 비판하는 영상을 제작해 공격했다.

31일 크리에이터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 청원게시판, 국민신문고, 한국콘텐츠진흥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에 크리에이터 지원금 사용 내역 공개 및 조사를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논란에 오른 데블스TV는 지역기반 멀티채널네트워크(MCN) 데블스주식회사(대표 신준섭)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지난 2015년 6월 설립된 업체다. 유튜브,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각 플랫폼에서 약 26만명, 14만명 구독자를 확보했다. 사투리를 소재로 한 ‘광주자매’ 일반 시민 대상 몰래카메라 ‘낚시왕 김낚시’ 등을 제작한다.

데블스주식회사는 올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2018 지역전략산업 특화과제 지원사업’에 선정돼 국비 3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데블스TV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광주와 관련된 관광, 도시재생, 음식문화, 사투리라는 4개의 키워드로 웹예능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채널을 들여다 본 크리에이터들은 협약 체결 이후 올해 말까지 제작된 영상 중 지역 지원 사업과 연관된 콘텐츠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원 사업 공고에는 내년 1월 말 사업 최종 평과가 진행된다고 명시돼 있다. 선정된 모든 과제는 이 시점 이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최종 결과물이 제출돼야 한다.

채널에 공개된 영상 상당수는 문제집, 샴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앱 등 기업 후원을 받아 제작된 광고 영상이다. 최근 1달간 올라온 10여개의 영상은 모두 페미니즘 이슈를 다룬 콘텐츠다.

지원 사업에 맞는 지역 관광이나 문화 관련 콘텐츠는 ‘사투리 퀴즈’ 등 어림잡아 4~5개다. 영상 수준을 고려할 때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성희롱, 성추행 등 부적절한 장면이 논란이 돼 데블스TV 스스로 삭제한 영상도 있다. 지원받은 국비로 조회 수를 끌어올리는 자극적인 콘텐츠나, 기업 홍보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데블스TV는 협약 기간 동안 ▲영상 콘텐츠 20편이 제작돼 4개 이상 플랫폼에서 유통이 돼야 하고 ▲지역 크리에이터 육성 프로그램 26회 이상 진행 ▲ MD(Merchandising)상품 10종 이상을 제작하기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아직 중간 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총 3억원 중 70%가 지급된 상태다. 당시 제작 완료된 영상 콘텐츠는 총 7편이며, 2편은 제작 중이라고 보고됐다. 또 논란이 된 영상들은 국비 지원 사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다만 당초 공고와는 달리 최종 사업 평가는 1월이 아닌 3~4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 관계자는 “사업 선정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된 경우 평가 일정도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배부 역시 콘텐츠 제작 보다는 지역 크리에이터 육성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해명했다.

또 한콘진 측은 결과물이 사업 목적에 맞지 않거나 수준 미달이라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최종 결과 평가에서 사업 실패 판정이 나오면 실패 원인을 심의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협약을 해지하고 지원금 환수 절차에 들어간다. 필요에 따라서 향후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지 않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한을 거는 경우도 있다.

한콘진 관계자는 "현재 관련 민원을 입수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문제가 발견된다면 연초 심의위원회 개최를 통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와 별개로 정책과제 사업 등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종합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보탰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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