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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동대문 CES…촉박한 일정에 기업들 피로감만

채수웅
- 자사 제품·서비스 국민소개 기회는 긍정적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논란의 동대문 CES가 우려와 기대 속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8~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 참여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제품과 기술을 국민들에게 소개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전시회 준비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전시성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CES 한국에서 만나다 였지만 논란을 의식한듯 CES를 삭제했다.
CES 한국에서 만나다 였지만 논란을 의식한듯 CES를 삭제했다.

◆급조된 전시회, 그리고 성대한 개막=이날 전시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장관들이 참석했다. 35개사가 참여하는 소형 전시회에 대통령, 관계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상상을 뛰어넘는 아주 대단한 아이디어 제품이 많다. 국민께서도 직접 제품을 보시고 우리 혁신이 어디까지 왔는지 세계 수준과 비교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사진제공 : 청와대

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전시회 취지는 라스베이거스 CES에 갈 수 없는 국민들이 우리 기업의 첨단 제품, 기술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준비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획해 청와대에 보고가 들어가며 급하게 행사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 참여 기업들은 지난주에 참가하라는 통보를 받고 4~5일만에 전시준비를 마무리해야 했다. 급조된 전시성 행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논란을 의식한 듯 주최측(산업부, 과기정통부, 중기부)은 DDP 외관에 설치한 행사 현수막에서 CES라는 단어를 지우기도 했다.

일정이 촉박하다보니 CES에서 보여준 제품들을 온전히 만나기는 힘들었다. 대기업들의 주요 제품은 아직 미국에서 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CES에서 호평받은 네이버의 로봇팔 앰비덱스는 지난주 토요일에서야 한국에 도착해 부랴부랴 전시회장으로 와야 했다. 미국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제품들도 상당수였다.
CES에서 호평받은 LG전자 롤러블TV는 단 한대 설치됐다.
CES에서 호평받은 LG전자 롤러블TV는 단 한대 설치됐다.

이번 CES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던 LG전자의 롤러블TV는 CES와 달리 단 한대가 전시됐고 이마저도 30일부터는 다른 행사로 물건을 보내야 해 다른 전시품목으로 바뀔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한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올레드터널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A사 관계자는 “주요 제품은 항공기로 공수해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배로 이동하게 되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제품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B사 관계자 역시 “4~5일만에 전시 준비를 마무리해야 했다”며 짧은 준비기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시 규모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가 나름 짧은 기간에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주요 제품들이 한국에 도착하지도 못했다. 전시회 전체 규모 역시 일반 전시회에 비하면 매우 소규모였다.
보이는 부분이 전시회 전부다.
보이는 부분이 전시회 전부다.

◆ 국민에 소개 기회 긍정적, 하지만 하려면 제대로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전시 준비가 그나마 수월했던 중소기업들의 경우 전시 대관료 등 비용을 정부가 지출하고 국민들에게 자사 서비스, 기술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며 "우리 제품, 서비스를 국내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에 만족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도 "무작위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 선별 과정에서 저희 회사가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 나오지 못한 중소기업은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도 "어린이, 청소년들의 경우 엠비덱스 개발자와 사진도 찍고 큰 관심을 보였다"며 "일반 국민들에게 우리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과 달리 촉박한 일정에 전시 준비가 쉽지 않았다.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과 달리 촉박한 일정에 전시 준비가 쉽지 않았다.

첫날이었고 정부가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지만 일반 관람객은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LG전자 롤러블TV나 네이버의 로봇팔, 삼성전자의 더월 디스플레이 등이 관람객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전시회 참가 주요 목적인 비즈니스 상담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급박한 일정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한 관계자는 "이러한 행사가 연례적으로 이뤄질까봐 걱정"이라며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지만 국내에도 대형 ICT 전시회가 있는 만큼, 무리하게 전시를 강행하는 것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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