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남방 IT시장, 역동적 성장 준비…한국 젊은이들 꼭 도전했으면”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약 1개월전, 프놈펜에서 만났때는 잘 몰랐었는데 서울에서 다시 보니 가무 잡잡하게 그을린 얼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로 R&D 협의건 때문에 일년에 2~3번 정도 한국에 들어오는데, 한국은 올 때마다 참 역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는 밝게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HRD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태경 박사(사진)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서 R&D할 대상을 선정하고, 캄보디아로 돌아가 현지의 IT개발 인력들과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의 주요 역할중 하나다. 김 센터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3월28일, 서울 웹케시 본사(영등포)에서 진행됐다.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시피 캄보디아의 HRD센터는 웹케시와 몇몇 국내 IT업체의 출자, KOICA(코이카)의 지원에 힘입어 지난 2013년 수도 프놈펜에 세운 IT교육센터다.

김 센터장은 웹케시 소속으로 현지에 파견나가 지난 6년간 이 HRD센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일등 공신으로 손꼽힌다.

김태경 박사(캄보디아 HRD센터장)
김태경 박사(캄보디아 HRD센터장)
미국, 일본, EU 등 세계 여러나라들도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투자를 많이했다.

하지만 캄보디아 HRD센터와 같은 글로벌 IT 인재육성 성공사례는 사실 찾아보기 쉽지않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 그 자체가 실제로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인력육성 사업은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바로 튀어나오는 자판기가 아니다. ‘열정’, 이 단어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캄보디아 IT분야 최고 전문가

그런 그의 지난 6년간의 열정과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이제 캄보디아 IT분야에선 영향력을 갖는 유명 인사가 됐다. 이 지역 최고 IT전문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위치에올라섰다.

실제로 그는 지난 2월말, 문재인 대통령의 캄보디아를 포함한 신남방국가 4개국 방문시, 양국 귀빈들이 대거 참석한 ‘한국-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에 초대돼 양국의 ICT협력 방안을 주제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날 프리젠테이션에서 김 센터장은 캄보디아의 IT 현황에 정통한 전문가답게 현지의 ‘IT 전문인력양성과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을 강조해 참석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김 센터장은 “캄보디아의 IT개발 인력과 잠재력이 풍부한 IT서비스 시장, 그리고 여기에 한국의 자본력과 비즈니스 전략이 결합될 수 있다면 양국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ICT 협력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많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김 센터장의 이런 자신감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 캄보디아의 시장 잠재력, IT인력 등 개발 인프라의 여건이 이제는 한단계 이상 도약할 수 있을 만큼 갖춰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6년간 400명 넘는 IT인력 육성, 이젠 캄보디아 IT산업 원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할 시점”

김 센터장은 “지난 6년간, HRD를 통해 배출한 400명의 제자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캄보디아에서 신뢰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든든한 자산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HRD센터를 통해 IT전문가로 육성된 인력은 430여명이다.

그는 “이들은 앞으로 캄보디아의 IT산업을 이끌어갈 IT인재들이다. 초기 인력들은 이미 해외 유학을 갖다왔거나 IT 기업 근무등을 통해 많은 IT 경험을 쌓았다. 이들중 일부는 이제 캄보디아에서 IT 비즈니스를 시작할 시점이기도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역할과 역량을 더 넓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문 대통령의 방문시 ‘한국-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IT스타트업 활성화를 꺼낸 이유다.

김 센터장은 HRD를 통해 인연을 맺은 현지의 우수한 IT개발 인력들이 인터넷 비즈니스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갖기를 바라고 있다.

“신남방국가 등 신흥 IT시장 활성화, 한국의 역할 매우 중요”

김 센터장은 “캄보디아를 포함한 신남방 국가의 IT산업 활성화에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은 이미 모바일 기반의 m비즈니스와 다양한 O2O 마케팅 등을 경험했고,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캄보디아는 이것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이제 그 시작점에 서 있다. 이 부분에서 비즈니스 노하우, 서비스 경험이 있는 한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캄보디아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전체 인구의 80%에 육박한다. 특히 젊은 인구 비중이 매우 높다. 다만 m비즈니스의 자본력과 기술력, 비즈니스 전략이 정교하게 맞물리지 않은 상태라는 게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는 “양국의 자본과 기술, 인력의 콜라보가 이뤄진다면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제공되고 있는 인터네서비스 모델.
캄보디아 현지에서 제공되고 있는 인터네서비스 모델.

참고로, 현재 캄보디아에선 최초의 현지 검색엔진인 ‘크농다이’, 캄보디아 최초의 온라인 옥션 서비스 ‘덴틀라이’, 학교 프로필을 이용하여 동문을 찾아주는 서비스 ‘멋네악’. 캄보디아 언어로 된 요리 레시피 제공 서비스 ‘메쁘떼아’ 등의 인터넷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이에대해 김 센터장은 “학생들에게 SW 기술을 집중교육하고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제공하니 자연스럽게 캄보디아 현지 인터넷 서비스가 탄생하게 됐다”며 “앞으로 이 서비스들을 지속 지원하면 현지의 유니콘 기업까지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남방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글로벌 오피스’서비스 제공하고 싶어”

최근 정부의 정책적 관심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들의 신남방 시장 공략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 센터장에게도 이런 저런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기업이 막상 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게되면 여러 불편함과 두려움을 극복해야한다. 최근 베트남에 이어 캄보디아에 대해서도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에 대한 정확한 최신 지역 정보와 시장정보, 행정 정보, 특히 IT관련 인력소싱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 졌다. 이와관련해 김 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진출할 경우, 초기에 이러한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일종의 글로벌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기회 많다. 한국 젊은이들 용기 내기를”

지난 2013년, 김 센터장은 33살의 나이에 가족을 이끌고 캄보디아로 날라왔다. 그는 “당시 인천공항을 떠날 때 사실 두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해보자고 용기를 냈고, 결과적으로 그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HRD센터를 맡아 초창기에 쉽지않은 정착기를 거쳤다. “상황에 따라 직접 삽질도 하고, 톱질과 못질도 했는데 그러면서 많이 깨우치고 배운 거 같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을 떠나오기 전까지는 남들만 보고 살아왔다. 남들과 비교해서 뒤쳐진다고 생각하면 힘들어하고 그랬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선 내 자신을 보고 살아왔다. 그게 인생에서 달라진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능력을 스스로 시험해 볼 수 있었고, 자신감이 생겼으며 막연한 두려움도 떨치게 됐다. 그래서 행복하다. 심지어 영어를 그리 잘하지는 못했었는데 이제는 영어로 학생들에게 IT를 강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그는 “해외에 나와서 생활해보니 한국인들은 정말로 뛰어난 역량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며 “자신의 능력을 믿고,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신남방 IT시장은 이제 역동적으로 성장할 준비를 마친 만큼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선배 경험자로써 언제든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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