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 “백도어 설치는 자살행위”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중국의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화웨이는 경영과 관련해 독특한 제도가 있다. 6개월마다 CEO를 돌아가며 맡는 순환회장(Rotating Chairman) 제도다.

화웨이는 2004년 미국의 한 컨설팅업체에 의뢰를 해 화웨이 임원편성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당시 컨설팅 업체는 런정페이에 회장을 맡을 것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3명의 회장을 임명하고 순환제도로 돌아가며 회장직을 맡게했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 본사에서 3명의 순환회장 중 한명인 궈핑(Guo Ping) 회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궈핑 순환회장은 1988년 화웨이에 입사해 공급체인 매니저, 수석법무관, IT매니지먼트부서 총재 등을 거쳐 회장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궈핑 회장<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백도어 등 보안 이슈와 통신장비, 단말기 시장에서의 성장스토리를 들어봤다.

<사진제공=화웨이>
<사진제공=화웨이>


- 순환 회장제도라는 것이 상당히 생소해 보인다.

화웨이는 세 명의 순환회장이 있고 순환직을 임할 때는 계약결정권과 위기·사고 처리권한을 가지고 있다. 6개월마다 돌아가며 회장직을 맡는다. 그러나 회사정책과 주요한 관리직책 및 핵심 임원 임명권 등을 7명으로 구성된 결책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순환회장은 위원회 회장 역할을 맡고, 순환회장이 아닐 때에는 결책위원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 남게된다. 순환회장제도는 철새를 참고한 것이다. 미국에서 유럽까지 장거리를 이동할 때 한 마리가 계속 앞에서 이끈다면 과로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우리는 (순환제도를 통해) 과거 몇 십 년동안 상당히 올바른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고, 비교적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 보안문제가 화웨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백도어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화웨이는 통신사 고객들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검증과정도 믿을 수 있고 검증도 가능하다. 화웨이 장비가 세계 170여 통신사에서 운용되고 있는데 만약 백도어를 설치한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최고 경영진으로서 회사가 절대 그런 짓을 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 미국은 여전히 화웨이가 백도어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데.

화웨이는 현재까지 어떠한 백도어 기록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미국이 스노든 사건 때 일부 회사에 백도어를 설치한 일이 폭로된 적이 있다. 비록 당사 엔지니어링 역량에 불만이 제기됐지만 결론적으로 화웨이는 현재까지 어떤 나쁜 짓도 하지 않았다. 미국이 무슨 근거로 화웨이에 백도어가 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5G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며, 다른 국가는 선도하면 안된다고 했던 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전세계 많은 영역에서 매우 출중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열린 마음의 자세를 갖고 중국 회사가 일부 영역에서 잘 해낼 수도 있다는 것에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 보안문제를 기술적으로 노력 했는데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사이버 보안은 장비 벤더만의 책임이 아니다. 보안은 시스템적 엔지니어링이다. 그 중에서 화웨이나 삼성처럼 장비 공급업체가 있고, 통신사가 있다. 그리고 정부의 감독관리 기관이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업체가 협력해야 사이버 보안문제가 해결된다. 5G 산업 체인에 있는 모든 관련 제조사와 관련 기업이 각자의 책임을 지고, 사이버 보안과 개인 프라이버시의 안전을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 만약 사이버 보안이 정치적 문제로 발전한다면 그것은 내가 해결할 수 없다.

- 화웨이는 상장을 고려해 본 적이 없는지.

오래전에 상장을 고려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화웨이의 발전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아직도 성장하고 있으며 현금흐름도 충분하다. 상장으로 자금을 촉박하게 모아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당사는 상장회사의 수준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매년 연간보고서를 발표하고 애널리스트 대회를 개최한다. 모든 이익당사자가 화웨이를 이해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세계 도처에 위치한 자회사와 본사 모두 회계법인인 KPMG의 회계감사를 거친다. 화웨이의 채권은 홍콩거래소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당사도 홍콩증권거래소의 각종 정보 공개 요구에 부합되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 올해 통신비즈니스에서 두자릿수 성장하겠다고 했는데 근거는?

4G 시장은 기본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5G 분야는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았다. 올해 5G 구축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는 5G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고객에게 명확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5G를 잘 하는 회사가 손에 꼽히는데 마이크로웨이브 전송기술의 경우 화웨이를 제외하면 경쟁력이 없다. 고강도 기술투입이나 화웨이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노력 등이 고객의 비즈니스 성공을 도울 것이다.

- 삼성전자를 화웨이의 경쟁사로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저는 삼성과 화웨이의 협력에서 주요 스폰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 고위층 임원과 아주 친밀하게 소통하고 지낸다. 삼성은 여러 분야에서 사업수익을 획득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부러운 감정이 든다. 반면 화웨이는 좁은 ICT분야를 선택한 장비 업체이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삼성만큼 뛰어난 수익성을 확보하길 바라고 있다.

- 화웨이는 근무강도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도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2시에 퇴근하고 싶다. 저는 풍부한 자원을 갖춘 회사가 부럽다. 그들은 열심히 땅만 파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당사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덕분이다. 불행하게도 퇴근하려할 때, 장비가 고장나서 유지보수가 필요할 경우, 우리는 가장 빨리 현장으로 찾아가 유지보수를 통해 안전한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 세일즈는 목표달성을 위해 책임을 지고 노력하고 시간제로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초과 근무수당이나 휴가조정 등을 통해 보상한다. 다만 일정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 화웨이가 애플에 칩셋을 판매할 가능성이 있는가.

애플이 정말 원한다면 당사는 열린 태도로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애플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칩셋을 각각의 벤더에 판매하는 것은 우리의 우선 비즈니스가 아니다. 런정페이 창업자가 “애플에게 5G 칩셋의 판매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퀄컴와 애플의 화해에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애플에게 있어서 5G 칩셋의 부재는 생사의 문제다. 퀄컴에게 있어서도 애플의 5G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 또한 영원한 아픔일 것이다.

- 한국에는 LG유플러스에만 5G 장비를 공급하고 SK텔레콤 KT에는 아직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데.

SK, KT모두 당사의 중요한 한국 협력파트너이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하지만 가능 여부, 시점은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이 결정하는 부분이다. 현재 화웨이의 책임은 화웨이를 선정한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효율적으로 고객의 비즈니스 성공을 돕는 것이다.

- 한국의 ICT 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은 화웨이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서 ICT 구축에 항상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3G, 4G에 이어 이제는 5G를 활용해 VR, AR 콘텐츠 부분에서도 발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은 이 분야에 명확한 목표와 긍정적인 실행 경험을 갖고 있으며 화웨이는 한국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것에 감탄을 표한다. 지난 10년 동안 많은 한국 친구와 굉장한 양의 한국 소주와 폭탄주를 마셨고 한국 친구들도 많은 양의 마오타이를 마셨다. 화웨이를 알고 싶으신 분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싶다.

- 화웨이의 지배구조에 대해 설명해달라.

화웨이는 직원이 100%의 주식을 보유하는 회사다. 주주 중에서 중국이나 해외 법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동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 한국도 함께 고민해 보길 바란다. 미국식 회사운영 방식은 빌게이츠처럼 마이크로소프트의 약 20%의 주식을 가지고 있거나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처럼 대주주로서 회사의 운영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본인의 2%미만의 주식만을 보유한 상태에서 18만여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당사는 이러한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분들도 화웨이처럼 동양 문화권인 한중 양국에서 특유의 성공적인 회사운영 방식을 창출하시길 바란다.

- 연구개발 투자 규모와 어느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인가.

지난해 R&D에 약 150억달러를 투자했다. 사규에 따르면 영업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해야 한다. 왜냐하면, 회사가 소유한 모든 것은 지적자산이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업무는 크게 통신사 사업, 엔터프라이즈 사업, 컨슈머 사업, 총 세 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세 가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확장할 생각이 없다. 집적회로에서 무어의 법칙이 있다. 즉, 18개월마다 칩셋에 사용된 비용이 반으로 감축되는데 화웨이도 18개월마다 저희 고객사에게 비용이 반으로 절감되길 바라고 있다. 또한 디지털 및 지능형 영역에서 더 강력한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선전(중국)=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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