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美 최대 지상파와 뭉친 SKT, 해외진출 첫 성공기 박정호 사장이 써낼까?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박정호 대표가 SK텔레콤 미국 진출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미국 최대 지상파 싱클레어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전장산업 대표 기업 하만과도 맞손을 잡았다. 각 분야 1등이 함께 북미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미국 방송시장에서 SK텔레콤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한다면, 국내 통신사 중 첫 해외진출 성공기로 평가받게 된다.

4일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제주 테크노파크에서 크리스토퍼 리플리 싱클레어 방송그룹 최고경영자(CEO), 삼성 임원 등과 회담을 개최한다. 이날 박 대표는 싱클레어와 SK텔레콤 합작회사(JV) 설립 관련 세부사항을 논의할 방침이다.

현재 합작회사 지분비율과 수익배분, 대표 선임 등과 관련한 구체적 사항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SK텔레콤은 싱클레어와 각각 1650만달러씩 총 3300만달러(한화 약 389억5000만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종민 SK텔레콤 테크이노베이션 그룹장이 합작회사 이사를 겸임할 예정이다.

이날 리플리 CEO는 제주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합작회사는 며칠 내 선보이게 될 것이며, SK텔레콤 엔지니어들과 현지 직원들이 고용돼 미국 내 기업(B2B) 비즈니스를 추진한다”며 “박정호 대표와 합작회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오늘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SK텔레콤은 내수시장에서 탈피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해외시장에 도전해 왔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2001년 베트남 정부와 합작한 ‘S폰’으로 현지 사업을 벌였지만 2009년 철수했으며, 2005년 미국에서 알뜰폰 합작사 ‘힐리오’를 설립했지만 결국 빈 손으로 돌아왔다. 2006년 중국 차이나유니콤 전환사채를 매입한 후 1년 뒤 주식으로 전환했으나 결국 2009년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한 바 있다.

이는 SK텔레콤만의 실패가 아니다.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 한 국내 통신사 모두의 고민이다. 뚜렷한 해외 성공사례를 찾지 못한 가운데, SK텔레콤은 융합산업이 태동하는 5G 시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봤다.

통신산업에서 5G가 최신의 기술이라면, 방송산업에서는 ATSC 3.0이다. 자율주행시대에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도 2020년 2700억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5G 상용화에 나선 국내 무선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과 미국 내 89개 권역서 191개 방송국을 운영하는 최대 지상파 싱클레어,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기업 하만이 북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 공략을 위해 손을 잡기로 했다.

이달 중 설립되는 SK텔레콤‧싱클레어 합작회사는 2억7000만 미국 자동차 시장을 노리는 이번 사업의 주요 역할을 맡게 된다. 싱클레어가 보유한 방송국 191곳에 ATSC3.0 기반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32곳에 우선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싱클레어가 버라이즌 또는 AT&T 같은 미국 통신사 대신에 SK텔레콤과 협력하게 된 이유는 기술력에서 비롯됐다. SK텔레콤은 2015년부터 차세대미디어전송기술(MMT)을 개발하고 있으며 글로벌 선도 수준의 특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 산하 동영상 전문가 그룹(MPEG)의 ‘모바일 MMT 분과’에서 글로벌 이통사‧미디어 기업들을 이끄는 의장직도 수행했고, 모바일 MMT 기술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 실시간 채널에 적용한 바 있다. 이를 눈여겨 본 싱클레어가 SK텔레콤을 파트너로 선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리플리 CEO는 “SK텔레콤은 MMT와 5G 등 전세계적으로 기술 리더십을 갖추고 있어 미국 통신사보다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며 “모바일 기술, 방송, 전장시스템 부문의 각 리더들이 협력해 커넥티드카에 주목하고 함께하는 만큼, 시장 내 성장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북미사업에는 삼성도 하만을 통해 참여하게 된다. 전장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통신모듈 등을 포함해 북미 커넥티드카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는 기회다. LG와도 사업협의를 논의하고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삼성‧LG 등의 솔루션을 탑재하는 협업은 필수적이며, 현대‧BMW‧벤츠 등 자동차 제조사등과도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또한 북미방송에 대한 데이터 기술 사업이 이뤄지게 되면, 사업모델을 콘텐츠까지 넓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민 SK텔레콤 테크이노베이션 그룹장은 “ATSC 3.0 근간 기술인 MMT 표준화 작업 과정에서 싱클레어와 인연을 맺어 협력회사 설립까지 오게 됐다”며 “대한민국이 공격적으로 5G를 상용화한 것처럼, 북미시장에서도 ATSC 3.0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최민지
cmj@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