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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시대 차세대시스템②] 초연결시대, 시스템 구축 난이도 대응 불가피

이상일
올해 금융권에 대형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눈에 띠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올 한해가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지는, 한번 쉬어가는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는 빅뱅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서 시스템 별로 단계적으로 개발을 하는 새로운 형태에 대해 금융권의 고민이 진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다. 은행의 경우도 3기 차세대에 대한 논의가 불거지고 있고 증권업계에서도 장비 노후화로 인해 새로운 시스템 개발 요구가 있어 시스템 구축 방법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디지털데일리는 새로운 금융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대한 전망과 현 상황을 분석해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올 하반기 은행권은 큰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된다. 바로 오픈뱅킹 시스템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금융공동망에 핀테크 업체들이 직접 연결되고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이 은행이 아닌 핀테크 업체들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오픈뱅킹을 강조하면서 ‘보안’을 강조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오픈뱅킹을 통한)개방형 금융생태계를 위해 데이터·결제 인프라를 개방하고 확장성과 무차별성, 강력한 보안·인증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촘촘한 대외 연결, 시스템 위험도는 증가=이는 국내 금융시스템이 이전보다 더 긴밀하게 연결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와 달리 국내 금융 시스템은 은행 간 거래의 장벽이 낮고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이는 은행권이 금융결제원의 금융공동망으로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정부 및 공공기관을 비롯해 일반 기업에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돼있다. 은행과 기업을 직접 연결하는 펌뱅킹, API를 통한 연결을 지원하는 오픈 플랫폼 등이 그것이다. 또 은행의 전산시스템 전체에서 계정계에서 속한 ‘대외계(FEP) 시스템’은 은행과 다양한 대외기관을 연계해 타행송금과 같은 지급결제를 수행한다.

이 대외계시스템을 통해 은행은 전자금융공동망, CD공동망, 법원망, 경찰정보망 등 수백개의 대외기관망과 연결된다.

문제는 디지털 뱅킹 시대에 이러한 접점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멀티채널아키텍처(MCI)를 들여다보면 대외 연계 자동화가 접점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복잡도가 높아진다. 한 은행 시스템이 멈춰서면 그 은행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은행의 업무가 중단될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외 시스템에 자동화로 연결되는 부분이 디지털 뱅킹 시대에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시스템이 안정적이라면 상관없겠지만 한번 장애가 나면 도미노처럼 전체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관행으로는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업계에선 공통적으로 국내 차세대시스템 구축일정이 너무 촉박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공감하고 있다.

물론 시중은행 대형 차세대의 경우 2년 내외의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언뜻 장기간으로 보이지만 실제 시스템 구축은 16개월 내외이고 나머지 8개월 정도는 테스트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정해진 과제가 일정대로만 진행된다면 개발 기간 16개월은 적은 시간은 아니다. 문제는 국내 금융 차세대시스템의 거의 대부분에서 추가 개발과정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금융시대, 사업 안정성 확보가 우선=일례로 스마트폰을 통해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는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추가되는 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뱅킹이 선보인 이후 프로젝트 진행 중 변경되는 범위가 많아졌다. 코어 시스템이나 인터넷 뱅킹은 기술이 표준화됐고 테스트 방식도 정형화됐지만 스마트폰 뱅킹으로 가면서 안드로이드, 아이오에스(iOS) 등 동작되는 단말기도 복잡해졌고 시스템도 IT부서가 아니라 디지털 분서 등에서 구축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문제는 현업에서 갑자기 사업을 들고 오는 경우다. 디지털이 이슈가 되면서 사업부별로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들어갈 때 요건정의에 포함되지 못해 프로젝트 착수 이후 반영해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 개발과정이 많아질수록 전체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정비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비시간’에 대해 발주처인 금윰사가 인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은행 시스템 운영자나 개발자들이 요구사항을 받아 개발하고 정비시간 없이 반영해 바로 오픈하는 구조로 운영하는데, 중간에 담당자라도 바뀌면 무엇을 반영했는 지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시스템의 블랙홀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벌어질 금융 차세대시스템은 그 난이도가 점점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명확한 사업 정의와 개발기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주 52시간 이행준수가 의무화되면서 시스템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발주사인 금융사가 비용절감에만 목을 맬 경우 이후 불어 닥칠 후폭풍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IT서비스업체의 관계자는 “금융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저가수주 관행을 업계에서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 52시간 제도가 정착되면 저가수주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에 고객도 동의해야 한다”며 “정확한 사업수가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타 금융사가 얼마에 했다고 우리는 얼마에 해야한다는 식이 되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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