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등 다양한 혁신기술에 기반한 IT인프라 고도화 투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평균을 집계했을때, 국내 금융권의 총 예산중 IT예산 비중은 8%~10%대로 나타났다. 이는 한동안 6%~7%에 머물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이처럼 IT예산 비중이 높아진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 금융권에 e비즈니스, 차세대시스템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시기 이후 약 15년만이다.
또한 최근 국내 금융권의 주요 IT사업에는 과거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오픈API’,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아울러 금융권의 IT조직(CIO)과 디지털조직(CDO)의 역할 분화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ICT 전담조직과는 별개로, 금융회사 내부의 디지털혁신 조직의 주도로 진행되는 디지털전환 비용까지 광의의 IT예산에 포함시킨다면 금융권 전체적으로 IT예산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조사대상 금융회사 108개중 은행, 카드사, 대형 보험·증권사 중심으로 71개사가 총 164건의 디지털전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고, 여기에 총 5,844억원(회사당 평균 82.3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IT예산 늘어났지만 여전히 빠듯... '저비용 고효율' 대안은?
그러나 이처럼 국내 금융권의 IT 및 디지털전환 예산이 외형적으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제는 그 한계 또한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즉, 금융 IT예산이 기존보다 증가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폭증하는 IT투자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결국 클라우드, 오픈API, 오픈 아키텍처, SSC(Shared Service Center)와 같은 IT통합 전략 등 혁신적인 저비용 고효율의 IT전략이 없이는 급증하는 IT예산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매년 발표하는 ‘금융 정보화추진현황’을 보면, 이러한 추세가 읽혀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금융권 전체 예산은 69조2311억원이다. 이 중 IT예산은 전년대비 3.6% 늘어난 5조8964억원으로 전체예산중 8.5%를 차지한다. 여기에 보안예산은 6274억원으로 전체 IT예산중 10.6%수준이다.
과거 금융 당국은 정책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회사가 전체 예산의 5%이상을 IT예산으로, 또 전체 IT예산의 7% 이상으로 보안예산으로 편성할 것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당시 금융 가이드라인이 무색할 정도로 금융회사들은 이제 IT 및 보안예산에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금융업종중에서 IT예산 비중이 높은곳은 은행권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은행권의 총 예산대비(22조5184억원) IT예산은 2조3215억원으로 10.3%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는 역대급으로 규모가 큰 IT예산이 아니다.
IT예산이 가장 적극적으로 편성됐을때는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시기에 은행권의 총 예산대비 IT예산은 평균 14%대에 육박했다.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국내 은행권은 총 13조3334억원의 예산중 IT예산을 무려 1조8824억원이나 배정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이 해 IT예산중 자본예산은 1조1412억원으로, IT예산의 60%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대체로 국내 금융권의 자본예산이 30~40%선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은행권의 자본예산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반의 e비즈니스 광풍으로, IT투자가 활발했던측면도 있었지만 IMF외환위기의 어수선함을 극복하고, 은행간 IT통합과 차세대시스템 추진, 은행권 전방위적으로 몰아닥쳤던 ERP 도입 등 IT수요가 강력하게 분출된 것이 IT투자의 역동성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당시 IMF 외환위기로 인한 그림자가 완전히 걷히지 않았지만 정보화 투자를 통해 다시 도약해보자는 분위기가 금융권에 충만한 시기였다.
‘IT투자 노쇠화’, 혁신적 대안 찾아야
시간이 흘러, 디지털전환 광풍이 휩쓸고 있는 2019년, 체감적으로는 당시와 비교해 금융권의 IT투자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덜 느껴진다.
그동안 금융권의 IT투자 관행, IT장비 구매 관행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클라우드 등 아웃소싱 및 서비스 기반의 IT예산 집행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레거시 부문에선 차세대시스템 보다는 부분 혁신을 위한 ‘고도화’ 프로젝트가 일상화됐다. 또한 대형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줄어들면서 메머드급으로 IT장비나 SW 수요가 뒤따르지 않는다.
실제로 전체 IT예산중에서 IT장비 구매 등에 쓰이는 자본예산 규모는 계속 축소되고 있다. 그 대신 인건비, 통신비, 유지보수비 등 고정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회사의 전체 IT예산중 자본예산 비중이 40~50%를 밑도는 ‘IT투자의 노쇠화’ 현상은 이제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국내 은행권의 전산예산(2조3215억원) 총액은 15년전인 2002년의 전산예산(1조8824억원)보다 외형적으로는 약 4400억원이 더 많았다. 하지만 2017년 자본예산 비중은 9218억원에 그친다. 반면 2002년 자본예산은 1조1412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2194억원이 많이 집행됐다.
물론 ‘IT자본예산’ 비중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IT혁신과 비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적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최대의 IT효율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하는 것이 금융권이 당면한 숙제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투자는 그 자체의 혁신성 때문에 주목을 받지만 실제로는 IT인프라 투자 유발을 강력하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오픈소스와 오픈뱅킹, RPA(로봇자동화), 각종 핀테크 서비스업체와의 협업 등 금융권의 IT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효과적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클라우드 허용, 금융권 IT운영 전략에 큰 변수
금융 당국은 2019년1월부터, 민감한 금융정보도 외부 전문기업에게 맡겨 운영할 수 있도록 퍼블릭 클라우드를 허용했다. 클라우드 완전 허용으로, 금융회사는 기존보다 비용효율적인 IT인프라 운영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금융투자(증권)업계는 2017년 기준, 총 예산중 IT예산이 9382억원으로 전년대비 1.4%가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 예산중 IT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1%를 상회한다. 또한 IT장비 등의 구매에 사용하는 자본예산 비중은 25.8%에 그친다. 인건비 등 전산운영비는 75%에 육박한다.
물론 이는 IT아웃소싱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코스콤을 통한 IT아웃소싱 확대 등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IT아웃소싱 비중은 지난 2015년과 비교해 15% 이상 급격하게 높아졌다.
금융투자업계와 함께 IT아웃소싱 비중이 높아진 업종은 신용카드사다. 신용카드사는 IT아웃소싱비중이 70.9%로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높다. 보험업계는 65.5%, 금융투자업계가 56.3%, 은행이 52.3%로 나타났다. 앞으로 클라우드의 확산 등으로 향후 금융권의 IT아웃소싱(운영)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산운영인력 비중이 클라우드의 확산과 반비례하면서 줄어들 가능성은 높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종별로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전체 국내 금융권 IT인력중에서 전산운영 부분 IT인력은 10~20%를 차지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경우, 2017년 기준 IT예산은 1조9686억원으로 전년 1조8610억원 보다 5.4%나 늘었는데 이는 총예산 증가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삼성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각 3000억~4000억원을 투입한 차세대시스쳄 개발 시기와 겹치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는 2017년 기준 IT예산이 전년비 7.4% 증가한 6682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직전인 2016년이 6220억원대로 상대적으로 저조했기 때문에 나타난 기저효과로, 실제 총예산중 IT예산 비중은 6.4%로 4개 금융업종중에서 가장 낮다.
카드업계의 경우, IT아웃소싱 비중이 타 금융업종에 비해 70%대로 이미 높기 때문에 전산 자본예산 비중(28.8%)도 구조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카드업계의 총예산 대비 IT예산 비중이 높았던 것은 2014년(9.8%)과 2015년(7.8%)이었다. 모바일 카드 플랫폼 고도화 등 IT투자 유인이 많았던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