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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왜 용인 주민들이 조롱당해야 하는가

박기록

최근 네이버가 추진하는 제2 데이터센터 유치전이 화제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12일 시작한 데이터 센터 부지 제안에 60개 지자체가 78곳을, 민간및 개인이 58곳을 부지로 접수하는 등 130여개가 참여했다.

130대1의 뜨거운 경쟁이다. 언뜻보면 마치 '로또 청약' 기사를 보는듯하다. 네이버는 9월중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뒤 내년 상반기중 착공, 오는 2022년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유치전은 네이버가 춘천 데이터센터에 이어 용인 기흥에 제2 데이터센터를 지으려했다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건립 추진을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최근 네이버의 제2 데이터센터 유치와 관련한 일부 언론 기사와 댓글들에서 적지않은 '불편함'이 느껴진다. '용인 주민들이 걷어차버린...' 이라거나 '용인 주민들의 과욕으로...' 라는 표현들 때문이다 . 마치 용인 주민들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못알아본 무지한 사람들'로 조롱하는듯 하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유치가 지역경제에 마치 대단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처럼 전제해놓고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다. 이러한 언론의 인식에는 문제가 없는지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김포한강시도시에 건립된 KB금융 통합IT센터
김포한강시도시에 건립된 KB금융 통합IT센터

최근 몇년간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대형 데이터센터들이 수도권 인근에 건립됐다. 민감한 금융정보를 저장, 관리하는 금융회사의 데이터센터는 사실상 SOC(사회간접시설)급의 철저한 보호를 받는 시설이다. 외형도 화려하다.

그렇다면, 과연 데이터센터의 건립으로 주변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금융회사가 설립한 데이터센터 주변의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등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난 사례는 없었다. (아파트 가격의 변화를 예로든 것은 주변 지역의 호재가 비교적 적절하게 투영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인천 청라지구에 하나금융그룹의 대규모 통합 IT센터가 들어섰지만 청라지구의 아파트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또 같은해 농협도 서울 양재동에서 경기도 의왕시로 통합IT센터로 이전을 완료했다. 이로 인해 인근 아파트 가격이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난 3년간의 추이를 봤을때 유의미한 인과성을 찾기는 어렵다.

물론 데이터센터와 인근 아파트 가격과의 인과성을 분석한 신뢰할만한 분석이나 통계치가 제시되지 않았기때문에 성급하게 결론 내리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수도권 몇몇 지역에 이케아나 대형 쇼핑몰, 지하철 개통 등 여타 이슈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데이터센터 이전은 이러한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기가 힘들다.

금융회사의 데이터센터에 한정시켜서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데이터센터는 일반 제조업이나 유통업이 아니라 전산시설을 갖춰놓고 운용하는 곳이다. 대규모 인구의 신규 유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나금융IT센터의 경우, IT자회사인 하나금융티아이의 본사가 센터에 입주했기때문에 상주 직원이 600~700명 정도로 많은 편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청라까지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비중이 여전히 많다. 청라 지구로 이사온 직원들도 있긴 있지만 자녀들의 교육문제때문에 이사를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않다는 게 내부 직원의 설명이다. 농협 통합IT센터 직원들도 역시 상당수가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지난 19일, KB국민은행이 김포 한강신도시에'KB 통합IT센터'를 준공했다. KB통합IT센터는 2개동 총 연면적 12,171평(40,236㎡)으로, 직원이 근무하는 운영동(지하 2층, 지상 4층)과 서버 및 주요 장비가 설치되는 IT동(지상 7층)으로 구성됐다. 국민은행은 기존 서울 여의도의 IT센터를 백업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은행 IT그룹 직원들은 앞으로도 여의도에 계속 근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공신력있는 기업을 신규 유치함에 따라 세수 증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인근 주민들의 삶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데이터센터는 혐오시설, 공해유발 시설이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과도하게 경제적 메리트로 포장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업이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지역과의 상생협력을 만들어내고, 그러한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기업과 지자체가 디지털도시, IT도시의 이미지를 잘 살린다면 얼마든지 긍정적인 시너지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후의 문제다.

다만 아직까지 이러한 사례가 국내에서 활발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는데, 네이버가 이번 제2 데이터센터를 계기로 이러한 긍정적인 프로그램을 선도했으면하는 바램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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