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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인사청문회, 가짜뉴스‧정치공방에 실종된 정책질의(종합)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혹시’ 했는데 ‘역시’였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정책질의는 실종됐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이끄는 수장에 적합한 정책적 역량을 검증하는 자리였으나, 가짜뉴스와 정치편향성에만 매몰됐다.

야당은 한상혁 후보자를 언론계의 ‘조국’이라 칭하며 코드인사에 초점을 맞췄다. 여당은 불의에 저항한 민주화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박에 나섰다.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질의는 사라졌다. 여야 정치공방에 가려진 청문인사회에서, 방송과 통신 산업에서 산적한 현안을 가진 방통위의 각종 정책에 대한 한 후보자 입장을 제대로 듣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증인채택‧자료제출 놓고 청문회 시작부터 ‘고성’=이번 청문회는 시작부터 고성으로 가득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한 후보자 자질 문제, 이효성 방통위원장 출석 요청, 부족한 자료제출에 대해 집중 공격했다.

노웅래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강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책상을 내리치거나 소리를 지르며 갈등구도를 보였다.

과방위 자유한국당 간사 김성태 의원은 “증인을 채택하지 않고 표결을 강행하고, 인사청문회를 강행 날치기한 점에 위원장은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위원장은 한 후보자에게 선서 후 모두발언 발표를 요구했으며,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얻지 못 한 윤 의원은 책상을 내리치면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중도 사퇴가 현 정권의 사퇴압력인 만큼 증인 채택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수차례 간사협의를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증인 채택은 불가하다고 맞섰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강한 주장에 장내가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여야 간사 간 이 위원장 증인채택을 놓고 다시 협의에 들어갔으나, 이효성 위원장 증인 채택은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 정치편향 집중포화…여당은 방패막=이날 야당은 한 후보자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놓고 집중포화를 펼쳤다. 이에 여당은 정치공세로 일축하며 한 후보자 방어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를 지낸 이력 등을 언급하며 중립성, 공정성 등을 갖춰야 하는 방통위원장에 걸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은 “한일전 축구 때 아베가 심판 보는 것이 적절하냐”라며 “좌파진여에서 선수를 뛴 한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라는 심판 자리에 앉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은 “생계형 좌파 변호사로 성공해 인생 역전을 했다. 18년간 일하면서 1800건을 수임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의원들이 편향된 좌파 변호사라고 주장하며 특정 언론사 특히 MBC 관련 소송을 많이 했다는 이유를 드는데 편향적이고 중립성 위배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은 “좌파 이념 편향성,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시비를 걸고 있다”며 “민주화운동을 하다 큰 피해를 보고 감옥도 다녀왔다. 민언련 고문변호사 하고 19년 동안 사회운동한 점이 대단하다”고 한 후보자를 추켜세웠다.

◆가짜뉴스 공방으로 얼룩진 청문회=이날 가장 많이 언급된 질의 중 하나는 가짜뉴스였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현 이효성 위원장이 가짜뉴스 대처와 관련해 소극적이어서 청와대가 한 후보자로 위원장을 교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가짜뉴스 대응이 미흡해서 경질됐다는 보도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청원 블라인드 처리와 관련해 한 후보자에게 가짜뉴스 여부를 집중적으로 묻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야당 우려 불식에 나섰다. 한 후보자는 “(가짜뉴스 규제와 관련해)방통위에 규제할 권한이 없다”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완성, 발전에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으로 생각한다. 부분적 허위가 있어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어 “유럽 집행위원회에서 실천강령을 만들고, 사업자들이 실천 강령 준수를 약속하면 규범력이 생긴다”며 “가짜뉴스 관련 대책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이 있다. 국민 여론을 고려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망 이용대가‧OTT 규제도입, 지역성에 중점=이날 한 후보자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망 이용대가 문제와 관련해 제도 개선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규제도출을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후보자는 “해외 CP들과 ISP 간 망 이용대가 문제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사적 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고 생각한다”며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방통위가 패소한 페이스북과의 행정소송 1심 결과에 대해서는 제도 미비를 이유로 삼았고, 해외 CP와의 역차별에 대해서도 해소하겠다는 방통위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한 후보자는 OTT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규제체계를 만들고,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해서는 지역성 문제 등 통신사의 방송시장 독과점 지위와 관련한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진행되는 인수합병(M&A) 관련해 주식 인수 때에도 방통위 심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한 후보자는 “중간광고 문제뿐만 아니라 비대칭 규제 전반의 문제, 그리고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용자들의 피해 문제,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할 문제”라며 “취임을 한다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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