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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전략, 최종 승리자는?…보험 빅3의 긴 '차세대' 여정

박기록
* 본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 발간한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 2019년 특별호에 게재된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편집사정상 일부 내용은 시기를 조정해 수정하였습니다.

- 보험 빅3, 각기 다른 전략적 가치 '차세대'에 담아
-삼성생명, ERP기반 차세대 “SW중심 혁신원해”
-교보생명, 고객중심 통합마케팅 전략 극대화 지향
-한화생명, AI기반 혁신 플랫폼…클라우드 전환에 대응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삼성, 교보, 한화생명(구 대한생명)은 ‘생보 빅3’로 불린다. 이 빅3 보험사는 각자의 고유한 경영철학과 차별화된 고객 전략을 전통적으로 고수해오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 세 회사는 IT영역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전략을 구사해왔다. 물론 결과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멀리는 지난 20년간, 생보 빅3가 추진해온 차세대전산시스템 프로젝트에는 시장의 변화를 치열하게 담아내려는 역사가 응축됐다.

2019년 5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삼성생명은 이미 차세대시스템을 완료했고, 한화생명은 이제서야 착수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9월16일부터 차세대시스템인 V3의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3사중 한화생명이 가장 늦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대한생명 시절 ‘NK 21’프로젝트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IT혁신의 역사는 한화생명이 가장 빠르다. 이미 그 당시 3사중 가장 먼저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는 혁신을 시도했다. 이후 회사의 경영권이 한화그룹으로 바뀐 이후로는 IT부문에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와 같은 빅뱅이 시도되지는 않았다.

◆생명보험 빅3, 차세대시스템 진행 현황(2019.9월말 현재)

●삼성생명 차세대시스템
-2015.3 SAP 보험 ERP(코어 인슈어런스) 기반으로 시스템 개발 착수 (삼성화재도 동시 추진)
-2017.10 가동(당초 예정보다 6개월 연장)
* 특징 : 수익기반 경영을 위한 ERP 중심 차세대시스템 혁신
*사업비 : 3500억~4000억원 추산 / 주사업자 - 삼성SDS
삼성생명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차세대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공식 사업명칭은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구축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당초 예정했던 기한을 6개월 가량 넘겨 2017년 10월 추석 연휴 직후에 오픈했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내 손해보험 계열사인 삼성화재와 거의 동시에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추진했는데, 1시간의 시차를 두고 역시 같은날 오픈이 이뤄졌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ERP시스템은 SAP의 ERP솔루션을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구축 비용은각 2000억~26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시까지 국내 보험업계에서 단일 IT프로젝트중 가장 큰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SAP의 보험솔루션인 ‘코어 인슈어런스’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당시 ‘ERP를 전사 금융업무에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이미 SAP기반의 ERP를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둔 삼성전자의 성공사례가 금융부문에서도 성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믿었다. 원래는 삼성금융 계열사 전체를 이를 적용하려했지만 이후 외부 컨팅 등 검토과정에서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은 ERP적용 대상에서 빠지고 삼성생명, 삼성화재 2개사만 선별 적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며, 두 사업 모두 삼성SDS가 주사업자 역할을 맡았다.

삼성생명의 차세대시스템은 전통적으로 국내 금융권에서 의미하는 주전산시스템의 성능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IT인프라의 업그레이드와는 접근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다. 삼성생명은 하드웨어적인 성능 개선외에 소프트웨어적인 개선, 즉 ERP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었다.

삼성생명은 ERP기반의 차세대시스템이 구현되면 상품관리, 고객관리 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에 대한 모든 내용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고 또 보상, 설계사, CM 등 다양한 분야의 수익을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보험계약도 건별로 원가와 비용, 향후 수익성 등도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진다는 청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의욕넘치게 출발했던 프로젝트는 그러나 시스템 오픈 일정이 연기되면서 완성도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유럽의 보험환경에 익숙한 ERP솔루션을 국내 보험업무 환경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격차가 컷고, 결국 이 갭을 극복하는데 예상외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국내 보험업무 환경은 타 금융업종에 비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SI(시스템통합)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정해진 일정내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마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데 삼성생명의 차세대시스템 사업도 역시 그럴 위험성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주사업자인 삼성SDS는 금감원 전자공시를 통해 삼성생명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1561억원에서 1921억원으로 늘어났고, 삼성화재의 사업도 기존 1786억원에서 2581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차세대시스템이 공식 가동된지 6개월 뒤인 2018년 3월,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측에 새 전산 시스템의 가동 초기 단계에서 발생했던 장애를 이유로 ‘경영유의’ 제재를 내렸다.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통제·관리가 미흡해 장애가 발생하고 소비자의 불편함을 초래했으니 문제를 개선하라는 취지였다.

●교보생명 차세대시스템 개요
-2016.5 기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시스템/자바’ 환경으로 차세대시스템 개발 착수
-당초 2018.12월말 오픈 예정이었으나 6개월 가량 연장 (2019. 9월 공식 가동)
*특징 : 통합마케팅/모바일 채널 혁신 중심의 신시스템 구현
*사업비 : 3000억원 추산 / 주사업자 – LG CNS

교보생명은 지난 2016년5월부터 약 30개월의 일정으로 ‘보험시스템 V3’로(이하 V3)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차세대시스템 개발 주사업자선정 과정에서 개발방법론의 문제를 들어 우선협상대상자를 SK(주)C&C에서 LG CNS로 변경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교봉생명의 V3 사업은 채널 및 마케팅, 상품개발 및 사무처리, 전사 공통, 인사이트 분석, 정보관리, 레거시 대응, 프로젝트 지원, IT 인프라 등 8가지 대과제와 40가지에 달하는 세부 개발과제로 나눠 진행됐다.

교보생명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사업규모와 개발요건, 범위 등에서 보험 차세대시스템의 전형을 보여준다. 교보생명은 V3 시스템을 통해 보험계약 청약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보험 영업의 전 업무를 개선하고, 특히 신상품 출시 후 보험금 지급 프로세스를 대폭 단축할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다.
교보생명의 ‘V3’ 프로젝트도 삼성생명 처럼 오픈 예정일을 초과했다. 당초 2018년12월로 예정됐던 가동 목표일 지나쳐 2019년 9월에 가동에 들어갔다. 교보생명측은 시스템 오류를 최소화하고 고객불편을 방지하기위한 차원이라고 시스템 가동 일정 연기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앞서 교보생명은 프로젝트 착수전, 2016년3월까지 계약만료였던 IBM과의 IT아웃소싱 계약을 V3시스템이 오픈되는 2019년까지 3년을 추가로 더 연장했다. 교보생명이 독자적인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통해 오랜 기간 이어왔던 IBM과의 IT아웃소싱 계약을 종료한 것도 국내 금융권의 IBM 메인프레임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삼성생명이 ERP와 국내 보험업계 업무 환경과의 격차(갭) 때문에 대응하느라 일정이 늦어졌다고 본다면, 교보생명의 경우는 30개월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나타난 시장환경 변화와 또 그에 따른 업무요건 변화, 특히 대응이 까다로운 규제대응(IFRS17) 등 외부적 요인까지 복합적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 통상 2~3년간 진행하는 국내 금융권의 ‘빅뱅식’ 차세대시스템 개발 방식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이러한 과도한 개발기간이다. 이 기간동안 돌출되는 시장 및 규제 변화를 차세대 개발 도중에 수용함으로써 개발일정이 늦어지거나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위험에 직면하곤 한다.

교보생명 ‘V3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기술적 혁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드웨어 부문에선 기존 메인프레임 환경에서 탈피해 자바(Java)기반의 유닉스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소프트웨어측면에선 빅데이터 기반의 통합마케팅 기반, 모바일 기반의 마케팅 인프라를 전면 재구축하는 것이었다.

앞서 지난 2015년, 차세대컨설팅을 통해 교보생명이 ‘V3’ 프로젝트를 입안할 당시에는 이같은 개발 요건이 최선의 IT혁신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3년 뒤, 2019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국내 금융 IT의 화두는 조금은 다른 지점으로 옮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AI), 비대면 채널,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 당시에는 생경한 단어들이 지금은 금융권의 핵심 관심사가 되고 있다. 클라우드도 물론 당시에 교보생명이 RFP에 언급을 하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무게감은 아니었다. ‘V3 시스템’이 공식 가동에 들어갔지만 새롭게 달라진 시장 및 기술 지형에 대응하기위한 교보생명의 IT혁신 행보는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2019. 1 ~ 2022.2 구축기간 35개월 예상, 총 2단계로 추진 (2단계 사업이 본사업, 2020.3월전 2단계사업자 선정)
*특징 : 클라우드 도입에 대응 고려해 x86 / 리눅스 기반으로 주전산시스템 환경 구현
*사업비 :3000억~3500억원 추산
*1단계/2단계 사업자 별도 선정
한화생명의 차세대시스템은 올해부터 2단계로 나눠 ‘보험코어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생보 빅3 중 마지막 순서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가장 최신 버전의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시스템을 기획하고 있다.

1단계는 2019년11월까지 진행되는데 시스템 사전 준비와 설계, ‘AI 기반 클레임 자동심사 구축’ 등 일부 시스템 구축이 진행될 예정이다. 2단계는 2020년3월부터 2022년2월까지 약 24개월간 진행되는데, 2단계가 사실상 본사업이다. 1, 2단계 사업자는 각각 별도로 산정한다.

한화생명 ‘보험코어시스템’ 구축 범위는 크게 ▲채널 ▲마케팅 및 보험상품 ▲통합 ▲고객 ▲ 상품개발 및 운용 ▲정보기반 ▲퍼블릭 서비스 ▲협업 기능 ▲인사이트 및 발견(탐지) ▲IT운영서비스로 나눠진다.

한화생명의 차세대시스템 추진계획은 3~4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고, 구체적인 움직임도 있었지만 내부사정 등 이런저런 이유로 번번히 미뤄져 왔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렇게 늦춰진 것이 오히려 ‘클라우드’ 변수를 차세대시스템에 반영하는 등 IT혁신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

한화생명의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늦춰진 것은 지난 2~3년동안 차세대 사업을 맡길만한 마땅한 IT업체가 없었던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차세대사업을 맡았던 삼성SDS는 지난 2014년 이후로 대외 SI사업을 중단했고, 같은기간 LG CNS는 교보생명, SK(주) C&C는 우리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화그룹내 IT서비스회사인 한화S&C가 있었지만 차세대를 단독으로 진행할만한 역량은 아니었고, 이후 그룹내 사정에 따라 한화시스템으로 합병되는 과정도 있었다. 보험 IT에 강점을 가진 동양네트웍스(옛 동양시스템즈)도 경영권이 매각되는 등 어수선한 과정이 있었다.

시기적으로보면 2019년이 한화생명에게는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의 적기다. 삼성과 교보생명의 차세대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쭉 지켜본데다 새로운 IT환경에 대응하기에도 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SDS도 그동안의 은둔을 끝내고 최근 다시 대외 SI시장에 나왔기 때문에 차세대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IT서비스업체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한화생명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교보생명과 비교해 몇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비중이 대적으로 많아졌다. 예를들면, ‘인사이트 및 발견(탐지)’개발 요건과 관련해 한화생명측은 머신러닝, 시멘틱컴퓨팅, 확률적추론, 자연어 프로세싱(NLP)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명시했다.

역시 가장 눈에띠는 것은 리눅스 OS를 탑재한 x86기반의 주전산시스템 환경으로의 전환이다. 한화생명측은 x86환경에서 코어는 스프링(Spring)기반 프레임워크(IOC, AOP)를 명시했다. 이는 향후 클라우드 환경을 염두에 뒀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한화생명은 RFP를 통해 차세대시스템의 운영 환경을 ‘온 프레미스’와 ‘클라우드’ 두 가지 방식을 놓고 제시하도록 했다. 한화생명은 올해 5월, ‘보험코어시스템 클라우드 구축’과 관련한 별도의 RFP를 AWS, 한국MS, NBP(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P) 배포하는 등 클라우드 환경 도입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한화생명의 전체 업무중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선별하고, 각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별(Iaas, Paas, SaaS)로 분석한뒤 이를 차세대시스템 개발 요건에 반영할 의도로 분석된다. 한화생명은 차세대시스템을 완성하는 오는 2022년 이후, 향후 5년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했을 경우 각 부문별 서비스 비용들을 사전에 파악해 봄으로써 최종적으로 클라우드 도입 범위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살펴본대로, 생보 빅3의 차세대사업은 추진 시기와 방법, 철학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경쟁사중 누가 차세대 프로젝트를 착수하든 상관없이 이를 경쟁적으로 뒤따라가는 분위기는 최소한 아니다. 각각 다른 관점에서 출발한 차세대 사업, 동등비교는 어렵지만 누가 최종적으로 웃게될 것인지 궁금하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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