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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돈 안 내는 구글, ‘망계약 가이드라인’ 과연 따를까

권하영
방송통신위원회 2019년 업무보고 내용 중 발췌=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2019년 업무보고 내용 중 발췌=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사업자 간 이견…ISP “실효성 없어” CP “제정 반대”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최근 수년간 국내외 사업자 간 망 이용계약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5일 관련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공동 연구반을 구성해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해왔다. 이번 초안은 그 공식적인 첫 결과물이다.

망 이용계약 분쟁의 핵심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가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국내외 사업자들의 지위에 따른 협상력 차이로 차별적인 대가를 산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구글 등 해외 CP 대다수가 내지 않는 망 사용료를 국내 CP들은 내야 하는 역차별 문제가 생긴다. 국내 대·중소 CP 간 차별도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가 공개한 가이드라인은 크게 ▲망 계약과 관련한 불공정행위 금지 ▲이용자 보호를 위한 ISP와 CP의 의무가 담겼다.

구체적으로 계약 당사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을 요구해선 안 된다. 아울러 ISP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CP는 인터넷 트래픽의 경로 변경 또는 트래픽 급증으로 인해 이용자 피해가 예상될 경우 사전에 ISP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자 간 이견으로 조율은 쉽지 않아 보인다. ISP는 실효성 없는 안이라고 우려하고 있으며, CP는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방통위는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의 영역인 망 이용 대가에 직접 관여하기보다, 과정에서 발생할 불공정행위와 이용자 피해를 막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 과장과의 일문일답.

Q. 가이드라인안 제8조2항에서 ‘이용계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인터넷망 이용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현저하게’의 기준은.

A. 판단 기준은 제9조에 있다. 인터넷망 구성과 비용분담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콘텐츠 경쟁력 및 각 사업자의 사업 전략이 어떠한지, 대량 또는 장기구매이거나 선납으로 인한 망 이용 대가 할인이 들어가는지 등 개별 사례에 따라 볼 것이다. 다만 외국에서도 사업자 간 망 이용계약에 대해 비밀 유지 조항이 있어 법적 근거 없이는 방통위가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Q. 가이드라인안의 총 14개 조항 가운데 ISP와 CP 간 의견이 가장 갈렸던 조항은.

A. ISP 사업자는 가이드라인에서 망 이용 대가와 관련해 대가 산정 기준이나 지불 등의 문구를 직접적으로 언급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사업자들이 협상 테이블이 모일 수 있도록 구체적 안을 넣어달라고 했다. CP 사업자는 특정 조항을 문제 삼았다기보다는 가이드라인 재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망 이용계약은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이니 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Q.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도 적용되는 건가.

A. 가이드라인안을 보면 글로벌 CP를 제외한다는 문구는 없다. 당연히 국내외 기업에 다 적용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정부가 관련 법령을 해석할 때나 입법을 추진할 때 기초가 될 수 있다. 또 정부 입장에 대해 시장에 시그널을 던질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구글이나 넷플릭스와의 분쟁으로 국내 기업에서 재정 신청을 하면 가이드라인이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외국계 기업에 사실조사를 하기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본질적인 집행력의 한계다.

Q. 서면계약 원칙 등 망 이용계약 시 조건이 있다. 이를 이용자보호평가에 반영해 가이드라인의 효력을 높일 계획이 있는지.

A. 계약 방식을 특정시키고 그에 대해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평가에 집어넣으면 결국 강제하는 것이 된다. 현재로서 즉답은 어렵다. 가이드라인 자체는 사업자에게 협조를 구하고 자율적으로 지켜주길 바라는 측면이 있다.

Q. CP 사업자의 의무 가운데 ‘트래픽 경로 변경 등으로 인해 이용자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관련 정보를 ISP 사업자에게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 관련해서도 적용될 수 있나.

A. 이번 가이드라인은 소송과 별개로 마련한 것이다. 법적 판단은 법원에서 이뤄질 것이다. 다만 1심 당시 재판부에서도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와 관련해 이용자 불편을 인정한 바 있다.

Q. 가이드라인안의 기본적인 철학을 명확하게 말해달라. 해외사업자에 대한 구속력은 없는 것 같은데.

A. 가이드라인안 마련을 위해 비공개 의견을 수렴했을 때 구글과 페이스북도 다 참석해 많은 발언을 했다. 가이드라인을 아예 무시하진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잘 돌아가면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망 이용계약과 관련해 사업자 간 분쟁과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겠다는 취지다.

Q. CP 사업자들은 트래픽 경로 변경 또는 트래픽 급증 정보를 ISP에 미리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본인들의 망 이용계약 상 협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쨌든 ISP가 네트워크 품질 유지 책임이 있다는 입장인데.

A. CP 사업자들이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트래픽 경로를 바꾸는 것은 사전 정보 제공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이용자 접속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라면 정보를 사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가이드라인안 제11조1항은) 트래픽 병목현상으로 이용자 접속이 안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정보를 미리 제공하라는 취지다.

Q. ISP 사업자 요구대로 산정 근거를 가이드라인안에 직접적으로 넣을 순 없나. 국내 기업 입장에선 재정 신청을 해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인지.

A. 망 이용대가 산정 여부를 정부가 정할 수 없다. ISP 사업자들은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산정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하는데 사실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방통위 재정도 법적 효력이 있는 게 아니다. 재정 절차 중 당사자가 60일 이내 소송을 제기하면 재정 효력이 사라지고 소송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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