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LG디스플레이가 딜레마에 빠졌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사업 개편이 쉽지 않다. 대형은 속도가 더디고, 중소형은 투자금이 부족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은 가동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기존 계획은 올해 하반기 양산이었지만,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상반기 가동 예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준공식은 8월 말에 진행했고, 본격 양산은 연내 힘들어졌다”며 “국내 파주 공장과 다른 환경, 공정 이슈 등으로 연기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공세로 3분기 연속 적자다. LCD와 OLED의 매출 비중은 7대3 정도다. 여전히 LCD 의존도가 높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9375억원이다. 4분기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무게중심을 OLED로 옮기는 것이다. 구조조정도 동반됐다.
광저우 공장에 5조원이 투입됐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대규모 투자가 단행된 것이다. 공장 일정 연기는 LG디스플레이에 상당한 부담이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 3분기 부채비율은 161%다. 전년동기대비 42%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10조5910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4조8750억원) 대비 2배 이상 많다.
중소형 OLED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애플에 아이폰용 OLED 패널 납품을 시작한 점이다. 애플은 국내 부품업체에 까다로운 고객사로 알려져 있다. 애플 공급사가 됐다는 것은 레퍼런스 측면에서 유리하다. 애플 입장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의존도를 낮출 카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 관련 시장 압도적인 1위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당장 중소형 OLE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대형 OLED 투자 및 길어진 적자 기조가 중소형 생산능력(CAPA, 캐파) 증대에 발목을 잡았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중소형 OLED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캐파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광저우 공장 정상화 효과는 내년 하반기부터 작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소형 투자도 진행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 반등 조건으로 LCD와 OLED 가격차를 꼽았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CD 라인 축소, 중국 보조금 지원 감소 등으로 LCD 패널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OLED와의 비용 차이가 줄어들 경우, 채택률은 올라간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가격을 낮추기 위해 멀티모델글래스(MMG) 공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MMG는 유리원장 한 장에서 여러 크기의 패널을 동시에 찍어내는 방식이다. 면취율을 50% 대에서 90% 대로 올릴 수 있다. 버리는 유리를 줄여, 원가절감에 도움된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는 MMG 공법을 파주 공장 일부 라인 및 광저우 공장에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