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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커진 IPTV, 홈쇼핑 송출수수료 압박 더 커질라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유료방송 인수합병이 본격화하면서 홈쇼핑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몸집을 키운 유료방송사업자가 송출수수료 인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홈쇼핑업계는 물론 중소 협력사와 소비자 부담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반면 유료방송사업자는 송출수수료 인상의 원인이 홈쇼핑 사업자들의 경쟁에 있다고 해석한다. 수수료 산정은 어디까지나 시장 자율에 따라야 한단 입장이다. 내년부터 정부의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개정이 시행됨에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모습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료방송과 홈쇼핑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는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 사업자 간 이견이 재확인됐다. 이날 간담회는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과 융합혁신경제포럼이 주최했다.

송출수수료는 방송사들이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내는 채널 사용료다. 홈쇼핑 업체들은 매년 케이블·위성·인터넷TV(IPTV) 사업자와 협상을 벌여 방송 채널을 할당받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한다. 수수료가 높을수록 좋은 채널 번호를 할당받을 수 있다.

총 17개 사업자가 있는 홈쇼핑업계에선 황금 채널 선점이 매출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보통 S-A-B-C 4개 등급에 따라 송출수수료 요율이 다르다. 주요 홈쇼핑 사업자는 지상파와 예능 등 인기 채널 사이 번호를 차지하기 위해 최대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쏟고 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매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송출수수료는 8672억원에서 6년 만인 지난해 1조6337억원으로 2배가량 뛰었다. 전년과 비교해도 17.7% 상승한 숫자다. 동시에 IPTV 매출에서 홈쇼핑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5.7%로 증가했다.

발제를 맡은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최근 IPTV 업체들이 케이블 방송을 인수하면서 향후 송출수수료 인상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면서 “IPTV의 독점화가 진행될수록 홈쇼핑 기업에 대한 우월적 지위 남용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걱정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송출수수료 인상은 중소 납품업체가 홈쇼핑사에 내는 판매수수료로 전가될 위험이 있다. 김 변호사는 “판매수수료 인하 정책도 중요하지만, 실효성 있는 송출수수료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송출수수료는 판매수수료에 전가돼 납품업체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홈쇼핑 가이드라인 개선안을 올해 11월 마련한 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홈쇼핑과 납품업체, 홈쇼핑과 유료방송 간 부당행위를 막기 위해 수수료율 통계를 공개하고 대가산정 요소를 구체화하는 것이 골자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내년부터 시행될 가이드라인은 기존 가이드라인 내용과 유사해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유료방송과 홈쇼핑 생태계가 기본적으로는 시장 자율에 의해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하되, 시장 실패 내지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이 확인된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구속력 있는 제도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홈쇼핑업계의 우려가 제기됐다. 황기섭 한국홈쇼핑협회 실장은 “유료방송사업자가 홈쇼핑으로부터 받은 송출수수료로 지상파나 종편을 먹여 살리는 먹이사슬이 유지돼고 있다”면서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료방송은 물론 지상파와 종편까지 아울러 논의하면서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실장은 “TV홈쇼핑 재승인 조건에 송출수수료 증가분을 판매수수료로 전가해선 안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송출료 부담이 계속되면 고객에게 지급하는 마일리지, 포인트, 자체 판촉 등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홈쇼핑 매출이 떨어지면 결국 유료방송 사업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이 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유료방송사업자는 송출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선을 그었다. 박정현 한국IPTV협회 차장은 “송출수수료 인상의 주요 원인은 홈쇼핑 사업자 간 황금 채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라면서 “유료방송이 우월적 지위 남용해 과도한 인상 요구했다는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신호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팀장 역시 “송출수수료 인상이 판매수수료 부담 전가로 이어진다는 상관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신 팀장은 “케이블TV의 경우 오히려 송출수수료가 감소 추세”라면서 “홈쇼핑사가 케이블TV에 내는 송출수수료 일부 금액을 깎아서 입금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원칙적으로 시장 자율을 존중하되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 방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준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팀장은 “송출수수료 대가 산정과 관련해 정부가 법적 기준 없이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협상과 계약 절차가 공정하도록 외곽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팀장은 “송출수수료의 급격한 인상이 판매수수료 인하 여력을 죽일 수 있다는 부분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개정 가이드라인을 방송 및 플랫폼의 허가, 재허가,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하게 되면 법제화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구속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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