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反화웨이 외치는 미국 손 슬그머니 놓는 동맹국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화웨이 전선이 힘을 잃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화웨이 견제에도 영국, 유럽연합(EU)까지 화웨이 손을 잡은 것. 한국‧미국에 이어 아시아‧유럽 등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5G 상용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 동맹국까지 화웨이 5G 장비 사용을 허용하며 진영 이탈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5G 영토를 확장하며 글로벌 1위 통신장비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용이해졌고, 미국의 반화웨이 캠페인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5G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위험성이 큰 공급자를 핵심 기반시설에서 배제할 수 있는 지침을 내놓았다. 미국의 화웨이 배제 기조를 고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특정 국가와 업체를 명시하지 않아 화웨이의 유럽 5G 사업 참여를 금지하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 30일 화웨이는 “유럽 내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가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5G 보안과 관련해 이처럼 편향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한 접근방식은 유럽이 보다 안전하고 빠른 5G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미국의 핵심동맹국이자 정보협력체인 일명 ‘파이브아이즈(Five Eyes alliance)’에 속한 영국도 화웨이 5G 장비 도입을 공식 허용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8일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5G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제한적으로 참여시키기로 했다. 민감한 데이터가 담기지 않은 비핵심장비 부문으로 한정하고, 시장점유율 35% 상한선을 두겠다는 내용이다.

화웨이는 “영국 정부가 증거에 기반해 내린 이번 결정은 영국이 미래에 적합한 보다 발전되고, 더욱 안전하며, 비용효과적인 통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며 “고객의 세계 최상 기술 활용은 보장돼야 하며, 다양한 업체가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네트워크 안정성과 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파이브아이즈로 꼽히는 캐나다 또한 5G 구축과 관련해 영국과 유사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나브디브 베인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장관은 영국과 같은 해결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빌 블레어 공공안정부 장관도 “안보 우려는 중대하나, 무엇이 캐나다에 최선인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화웨이 창업자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을 미국 요청으로 체포했는데, 이후 중국은 캐나다인 2명을 간첩 협의로 억류했다.

현재 화웨이 5G 장비 계약을 체결한 주요 통신사는 ▲영국 보다폰, 쓰리, EE ▲독일 텔레포니카, 도이치란트 ▲노르웨이 텔레노어 ▲이탈리아 TIM ▲모나코 모나코텔레콤 ▲스위스 선라이즈 ▲포르투갈 알티스 ▲러시아 MTS ▲스페인 스페인보다폰 ▲아이슬란드 노바 ▲터키 터키텔레콤 ▲핀란드 엘리사 ▲사우디아라비아 STC ▲바레인 VIVA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UAE) 에티살라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인 ▲쿠웨이트 자인 ▲카타르 오레두 ▲한국 LG유플러스 ▲중국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말레이시아 맥시스 ▲필리핀 글로브, 스마트 ▲태국 AIS ▲캄보디아 메트폰, 스마츠 아시아타, 셀카드 ▲인도네시아 텔콤셀 ▲인도 보다폰아이디어, 바티에어텔(시범테스트 장비로 선정) 등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화웨이 5G 계약 건수는 65건으로 알려졌으며,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조사한 결과 5G 통신장비시장 내 점유율은 약 30%로 집계된다. 특히, 화웨이는 20년 가까이 유럽에서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영국 통신사와는 15년 이상 협력을 맺어왔다. 이는 상당수 기존 통신 인프라가 화웨이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는 의미다. 유럽 무선네트워크 시장에서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은 35%에 육박하며, 시장 내 1위를 선점하고 있다.

이에 5G를 구축할 때 화웨이를 배제한다면 기존 장비를 걷어내야 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해, 비용‧시간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최근 자사 5G 상용화 계약 건수 중 유럽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전망 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5G 경쟁을 제한할 경우 유럽 국가 투자비 증가율은 29%까지 상승하게 되면 해당 국가들은 5G를 위해 약 4억달러를 매년 투자해야 한다.

더군다나 5G는 미래 산업과도 직결돼 있다. 5G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스마트시티 등 융합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5G가 늦어질수록 경제적 효과는 더욱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보고서는 5G 경쟁 제한에 따른 GDP 감소액을 2035년까지 최대 프랑스 156억, 독일 138억, 영국 118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러한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미국 견제에도 기존에 화웨이와 협력해 온 국가들이 화웨이 5G 길을 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 같은 결정에 미국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1박2일간 영국 런던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주요 동맹국인 영국 결정은 다른 동맹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인 만큼, 화웨이 장비 도입 결정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와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수차례 밝혀 왔으며, 영국을 향해 화웨이 허용 재고를 촉구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최민지
cmj@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