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EUV 준비하는 인텔…ASML ‘맑음’ TSMC ‘흐림’

김도현
- 인텔 2021년 7나노 기반 CPU 양산 예정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인텔이 나노 경쟁에 뛰어든다.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 프로세서 성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인텔의 결정으로 EUV 장비 독점 공급사인 ASML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선두주자 TSMC의 희비가 엇갈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2021년 7나노미터(nm) 기반 중앙처리장치(CPU)를 양산할 계획이다. 라인은 미국 오리건주 팹에 마련된다.

인텔은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CPU 공급 문제를 겪고 있다. 이를 위해 주력 제품군인 14나노 공정 생산 시설에 10억달러(약 1조1820억원)을 투입했다. 한동안 CPU 생산량 확대에 집중하면서, 신공정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

지난해 인텔은 10나노 공정 기반 노트북용 CPU ‘아이스레이크’를 공개했다. PC용과 서버용은 아직이다. 상반기 내 14나노 ‘캐스케이드레이크’를 개선한 제품을 내놓는다. 오는 6월에는 10나노 PC용 프로세서를 양산할 전망이다. 경쟁사 AMD는 TSMC의 7나노 공정을 도입한 3세대 라이젠 시리즈를 출시, 한발 앞서 나갔다.

CPU 공급 이슈는 여전하지만, 계속된 라인 확장으로 일정 부분을 해소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PC 제조사의 양산 차질도 해당 문제에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수요 감소에 따른 반대급부다. 이는 인텔이 첨단 공정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7나노 공정 도입 연기 및 CPU 공급 부족으로 인텔이 삼성전자에 CPU 양산을 맡긴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은 ‘CPU 직접 생산’ 전략을 고수하며 루머를 일축했다. EUV 라인 구축에 재돌입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인텔이 7나노 프로세서를 자체 양산하면 ASML에 호재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에 EUV 장비를 공급 중인데, 인텔이라는 대형 고객사가 추가되는 셈이다. ASML은 지난 2018년 18대, 2019년 26대의 EUV 장비를 만들었다. 올해는 35대 목표다. 매년 생산능력(CAPA)를 늘리는 가운데, 인텔의 합류는 수주 경쟁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TSMC와 삼성전자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AMD의 반격으로 7나노 도입이 급해진 인텔을 고객사로 맞이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양사는 파운드리 1~2위 업체다. EUV 기반 7나노 이하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는 아직 두 회사뿐이다. 특히 TSMC의 경우 순수 파운드리라는 강점, 미국 업체와의 높은 협력관계로 인텔에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인텔의 EUV 도입이 아쉬운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와 삼성전자가 경쟁적으로 EUV 장비를 들이는 가운데, 인텔까지 합세하면 ASML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 등도 EUV 라인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ASML의 고객사는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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