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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수 성공의 법칙”…5G가 뿌린 씨앗, 6G가 수확한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세계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이 숨 돌릴 새 없이 6G 기술개발에 나섰다. 아직 초기 논의 단계이지만 6G를 둘러싼 국가·산업간 경쟁은 벌써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이들이 말하는 6G 기술개발 착수 시점은 다름 아닌 ‘지금’이다.

1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6G 오픈 심포지움 2020’에는 산·학·연·정 전문가들이 참석해 6G 준비를 위한 국내외 현안을 공유했다. 특히, 삼성·LG전자 등 제조사와 통신3사를 비롯한 국내 전문가들은 패널 토의를 통해 6G의 중요성과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6G는 수백 기가급 전송 속도, 수만분의 1초 이하 지연 시간, 수백 기가헤르츠(㎓) 이상의 초고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차세대 무선통신기술이다. 현재 5G에서는 시작단계에 불과한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등 미래산업 측면에서 한 단계 진화된 서비스가 기대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6G를 ‘5G의 완성단계’로 보고 있다. 현재 5G가 전에 없던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으로 산업간 융복합의 싹을 틔우고 있다면, 미래 6G는 실제 융복합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일반 대중화되는 시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이동통신 기술이 세대별로 진화하면서 1·3·5세대보다 2·3·6세대 들어 성공한다는 법칙과도 맞닿아 있다. 대체로 홀수 세대에서 핵심 기술을 처음 시도했다가 한계에 부딪히고, 이를 다음 세대에서 극복해 신규 서비스를 확산시킨 양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R&D정책담당(PM)은 “1세대에서 꿈꿨던 무선통화는 2세대에서 대중화됐고, 3세대에 나온 스마트폰은 4세대에 와서 보편화했다. 마찬가지로, 현재 5G에서 준비하고 있는 버티컬 산업의 융복합은 6G에서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상헌 LG유플러스 네트워크개발 담당도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6G가 향후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5G에 대한 연속성을 가지고 보편화한 서비스를 만드는 게 6G 연구개발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6G 기술개발 착수는 서두를수록 좋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주호 삼성전자 펠로우는 “5G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6G를 연구해야 한다”면서 “플레이어들이 모여 자원을 투입하고, 정책 방향을 수립하며, 표준과 제품을 만들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이 길지 않다”고 지적했다.

류탁기 SK텔레콤 팀장 역시 “6G는 5G와의 단절이 아닌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면서 “5G를 진화시켜가는 과정에서 6G 연구개발이 도움이 될 것이며,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측면에서도 초기 기술 선점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6G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산학연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식 KT인프라연구소장은 “현재의 6G R&D는 폐쇄적인 국책 사업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선점 확률을 높이려면 학계·산업체 간 적극적인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LG유플러스 담당은 “과거 5G와 관련해서는 사업자들이 불필요한 경쟁으로 과도한 투자를 한 것이 사실”이라며 “6G에선 실제 수익이 나는 서비스와 모델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파수 같은 부분이 국가 간 협력이 가능한 좋은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6G를 위한 정부의 역할도 강조됐다. 현재 IITP는 6G 핵심 인프라 개발을 포함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추진하고 있다. 6G는 지난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 올해 본 예타를 준비 중이며, 이밖에도 총 12개 사업 예타가 검토되고 있다.

최성호 IITP 담당은 “6G R&D는 불확실하고 리스크가 크다. 민간 사업자가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맡겨선 안 된다. 8년 이상 먼 미래에 있는 사업에 대규모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 통신산업을 지탱하려면 지속적인 정부지원과 인력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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