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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알뜰폰은 왜 ‘알뜰’하지 않을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알뜰폰이 5G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실제 요금 경쟁력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잖다. 기간 한정 프로모션을 제외하면 통신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경우가 많아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출시된 주요 5G 알뜰폰 요금제는 8~9GB(소진 후 1Mbps 속도) 저용량 데이터 요금제와 180GB~200GB(소진 후 10Mbps 속도)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 2종으로 나뉜다. 각 사 프로모션 할인을 더한 평균 월 기본료는 각각 4만2045원, 6만4150원이다.

5G 망 도매대가를 낮춘 LG유플러스향 알뜰폰들은 올해 처음으로 3만원 후반대 5G 요금제를 들고 왔다.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5G 서비스를 출시한 KB국민은행 ‘리브엠’은 최저 4만4000원 요금제를 두고 있으나 금융거래 실적에 따른 할인을 내세우고 있다. KT 계열 KT엠모바일은 9GB 기준 4만5100원으로 가장 비싸다.

통신3사 5G 요금제는 어떨까. 한 달에 8~9GB(1Mbps 속도제어) 데이터를 제공하는 슬림·라이트 요금제는 3사 모두 월 5만5000원이다. 월 150GB~200GB(5Mbps 속도제어) 스탠다드 요금제는 7만5000원이다. 2년간 선택약정으로 25% 할인을 적용하면 요금제는 각각 4만1250원, 5만6250원으로 내려간다.

5G 알뜰폰 평균요금과 비교했을 때 저용량 요금제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LG유플러스향 알뜰폰들이 대체로 3만원대 요금제를 내놓기는 했으나 프로모션 할인이 적용된 경우로, 정상가는 모두 4만원대다. U+알뜰모바일은 프로모션 종료 시점을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헬로모바일의 경우 오는 6월까지만 진행한다.

대용량 요금제의 경우 오히려 알뜰폰이 비싸다. 5G 망 도매대가 인하가 대부분 저용량 요금제에 집중된 탓이다. 구 CJ헬로를 인수한 LG유플러스는 정부 인가조건에 따라 도매대가를 66%로 낮췄지만, 현재로선 9GB 요금제에만 적용하고 있다. 알뜰폰이 데이터 헤비유저 위주의 5G 가입자를 모으기 어려운 이유다.

알뜰폰은 망을 빌려 쓰는 특성상 통신사에 도매대가를 내고 수익을 나눠야 한다. 스스로 요금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에선 그래서 망 도매대가 인하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LG유플러스와 달리 SK텔레콤과 KT는 아직 도매대가 인하 움직임이 없다. 일반적인 5G 망 도매대가는 75% 안팎이어서 중소 알뜰폰이 요금제를 출시하기가 어렵다.

물론 알뜰폰은 통신사와 달리 무약정이라는 장점이 있다. 장기 약정을 원치 않거나 자급제폰이라면 알뜰폰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시중에 나온 5G 단말 대부분이 고가 모델인 데다, 최근 LG유플러스는 약정 없는 온라인 5G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알뜰폰이 5G 가입자를 유치하기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LG유플러스가 5G 망 도매대가를 66%로 낮춘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아직은 업체들 대부분이 3만원대 요금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체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선 올해 안에 5G 저가 단말과 도매대가 인하가 확대되어야 비로소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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