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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편할 줄 알았는데…” IT기업들 며칠간 해보니

박기록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 재택근무 문화에 익숙치 않고, 원격 프로세스도 정착도 미흡
- “막상해보니 가사부담 은근히 많아” 업무 효율성에 의문... 해법찾는 계기 삼아야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표현하지않으면 알길이 없습니다. 원격 근무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표현하지 않으면 알수가 없습니다. 스크럼으로 출근을 알리시고, 점심먹으로 갈때는 '밥먹고 올께요', 퇴근할 때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등 인사를 하고, 질문에 답장하지 않아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합시다.

최근 재택 근무를 시작한 국내 한 IT기업이 직원들과 공유한 메신저 내용중 일부다. 긴장을 없애기위해 일부러 장난스러운 표현을 썼지만 어쩌면 이것이 재택근무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IT 기업의 재택 근무가 크게 늘었다. SK텔레콤 등 대형 통신사 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SW회사들까지 다양하다. 비록 1~2주 정도의 한시적인 풍경이겠지만 비대면 시대를 준비해야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선 최근의 재택근무를 통해 의미있는 교훈을 추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재택 근무를 며칠동안 실행해 본 결과, IT업계의 반응이 가지 각색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혼선은 예상했던 대로다.

IT업계의 경우 그동안 그룹웨어 활용도가 높고, 메신저 소통에 익숙한 문화, 원격 화상회의 등의 경험이 일반 기업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았다. 따라서 재택 근무로 인한 업무 프로세스의 자체에서는 충격이 덜하다는 반응이 비교적 높게 나오고 있다.

안랩은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원격근무, 기업용 메신저를 통한 화상회의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니언스는 이미 협업툴인 슬랙(SLACK)을 통해 미국 법인의 원격업무를 4년간 운용해 왔으며 사내에서도 업무 공유시스템이 완비돼있어 별도의 원격 프로그램 구축은 필요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외로 생각지 못했던 단점들도 많았다.

“재택 근무를 하면 출퇴근 부담이 없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귀찮은 일도 많이 생겨 난다”는 반응이 제법된다.

자녀들도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나 학원에 나가지 않고 같이 집에 있다보니 업무중에도 가사 부담(?)이 은근히 많다는 점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외국계 IT회사의 단톡방에서는 “육아와 음식,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느라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워킹맘의 하소연이 공감을 얻었다.

또한 회사내 직급에 따라 재택 근무에 따른 인식과 평가도 차이가 난다. 특히 팀원들을 직접 통솔해야하는 관리자급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업무 지시를 내려놓고 진행 상황을 어느 주기로 체크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업무 시작과 개시외에 다양한 상황을 모두 비대면으로 소통해야하는 게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익숙하지 않아 답답했다. 집에서 해도 되는데 그냥 회사로 출근해서 재택 근무하는 팀원들에게 업무 지시했다.”

재택 근무시 직원들간의 소통은 보안이 필요한 기업용 메신저를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보조적으로 단톡방의 활용도도 높아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의 악화로 갑작스럽게 재택근무가 결정됐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의 재택 근무에 대해서는 대부분 평가가 유보적이다.

재택 근무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원격 근무 프로세스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투자가 선행돼야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심지어 재택 근무를 하려는데 PC 성능이 걸린다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국내 한 SW 기업이 내부적으로 재택 근무의 장단점을 분석했는데 흥미롭다.

재택근무의 장점으로 코로나19 사태에 안전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출퇴근에 1분도 안걸리며,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업무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자녀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을 꼽았다. 또한 이번 원격 근무를 계기로 애자일하고 글로벌한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초석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반면 단점으로는 배우자와 자녀가 있을 경우 업무중 불가피한 간섭(?)을 받을 수 있으며, 자기관리가 되지 않으면 업무 능률의 하락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고, 직원들과의 오프라인을 통한 친목 도모 기회가 없어져 팀웍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 등을 꼽았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이종현 기자>rock@ddaily.co.kr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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